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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Jul 23. 2023

<도을단상> 406. 수호천사

약자들의 유쾌한 반란

<도을단상> 406. 수호천사

오랫만에 대학로로 나왔습니다. 406번째 작품은 우에무라 유의 소설 수호천사입니다.


원작에 충실했다고 하는데 일본의 오타쿠 기질과 인터넷의 익명성, 무력하고 무능한 오야지의 일방적인 짝사랑 이야기를 비교적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대사 번역에 있어서 '고기덮밥'으로 번역할 것을 '고기 규동'으로 잘못 했네요. 돔부리는 덮밥, 규동은 소고기 덮밥이거든요.


공처가 주인공이 아내에게 하는 존대말도, 미안해요~ 보내줘요~ 정도의 '요'체가 더 자연스러웠을 텐데 이른바 '다나까'의 극존칭 경어체를 쓰는 바람에 좀 과하게 전달된 부분이 있었다고 봅니다.


연출보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주인공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의상과 무대 등이 더 좋았다고 느꼈습니다.


키작고 배나오고 비칠대고 안 씻고 무능하고...아, 왜 자꾸 내 얘기 같냐..흐미..

암튼 현실에서 거의 완벽한 루저가 자신보다 약한 이를 상대로 악행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거의 완벽한 루저가 자신보다 약한 이를 상대로 선행을 베푸는 데, 그 조력자가 야쿠자와 히키코모리 컴퓨터광이라는 설정은, 약자들의 세상에 대한 유쾌한 반란이라는 카타르시스를 주는가 봅니다.


연약한 여고생 료코역의 유지연 배우를 보며 정말 예쁘다고 느꼈고, 악처 가츠코 역의 이현수 배우를 보며 정말 매력있다고 느끼는 저는, 도대체 제 속에는 뭐가 들어있는 걸까요?


제 속의 저는 선악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가 봅니다.

이 녀석의 유일한 질문은 오로지 이거 하나 뿐이라니까요.

"예뻐?"


오늘도 내 안의 나에게 지고 말았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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