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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Jul 09. 2023

<도을단상> 메디아 온 미디어..그리스 비극의 환생

존재의 본질, 우리는 왜 사는가?

<도을단상> 메디아 온 미디어..그리스 비극의 환생

"세상의 모든 일들이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는 이루어지지 않고, 사람이 생각하지 않은대로 이루어지나니, 이 사연도 결국은 그렇게..."

"아..나는 이 비참한 운명을 그저 슬퍼할 수만 있을 뿐인가..."


그리스 비극의 공식은 바로 이것입니다.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신이 결정한 운명과 그 운명을 벗어나려는 인간의 시도와 좌절이 빚어내는 존재론적 슬픔.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 메데이아.

그녀의 이야기를 알기쉽게 번안하면, 조국과 아버지를 배신하고 호동왕자와 결혼한 낙랑공주. 그러나 호동은 낙랑공주를 버리고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 이에 실의하고 분노한 낙랑공주는 호동에게 복수를 하는데...


메디아의 남편 이아손에 대한 복수극을 한국의 신파극, 일본의 노가쿠, 미국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기자회견 등 다양한 미디어의 형식을 빌려 전개해 나갑니다.


2천 년이 넘는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은 다양한 형식과 수단을 통해 오늘까지도 계속되는데, 우리 21세기 한국에서의 존재론적 질문은 나훈아의 테스형 노래가락을 타고 흐르며 이어집니다.


엔딩 장면은 메디아가 이아손을 죽인 현장을 폴리스 라인으로 둘러싼 모습입니다.


인문학이 2천 년 넘게 물어 온 인간의 본질이, 현대물리학이 밝혀 낸 것처럼 사실은 우리가  존재(Being)가 아니라 사건(Accident)임을 보여주려는 것이 연출자의 의도였다고 해석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이런게 바로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이지..."

감동 먹은 아들이 극장을 나서면서 이렇게 말한 뒤 디즈니의 최신작 인어공주를 비판하더군요.


얼떨결에 디즈니 뺨을 친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이 작품은 실제로 미국공연이 확정된 상태랍니다.^&^


메디아 온 미디어의 개막공연을 보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주차장을 나오다 여주인공을 만나 윈도우를 내리고 그녀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박수를 가족들이 보냈습니다.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혼신을 다해서.


안 본 눈이 불쌍한 작품이네요. 서둘러서 보세요.


강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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