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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Sep 12. 2023

<도을단상> 버버리맨과 노출녀

도을 자작시

<도을단상> 버버리맨과 노출녀

버버리맨과 노출녀


그랬구나.

너도 내가 보고 싶었구나.

너도 내가

만나고 싶었구나.


이리오렴.

내가 안아줄테니.

나도 가마.

네가 안아줄테니.


드러내었지만

사실은 가장 숨기고 싶은

그 곳들을

우리의 몸으로 가리고

부끄러움을 잊을 정도로 부끄러운 얼굴은

눌러 쓴 모자로 가리고.


그렇게 보라고 할 때는

없던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탐욕스럽게

핥아대는 저들이

사라져 갈 때까지

우리 이렇게

서로를 가려주자.  


그랬구나.

너도 나를 보고 싶었구나.

나도 네가

미친듯이

보고 싶었다.


세상 누구도 보아주지 않기에

거리로 나섰을 뿐이었는데.

한 발짝 더 나아갈 틈도 없이

숨 막히는 거리의 한 가운데서

우리 이렇게

기어이 만났으니,

가리고 싶은 것들을 모두 가리고

두 팔이 끊어지도록

너를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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