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 버버리맨과 노출녀
버버리맨과 노출녀
그랬구나.
너도 내가 보고 싶었구나.
너도 내가
만나고 싶었구나.
이리오렴.
내가 안아줄테니.
나도 가마.
네가 안아줄테니.
드러내었지만
사실은 가장 숨기고 싶은
그 곳들을
우리의 몸으로 가리고
부끄러움을 잊을 정도로 부끄러운 얼굴은
눌러 쓴 모자로 가리고.
그렇게 보라고 할 때는
없던 사람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탐욕스럽게
핥아대는 저들이
사라져 갈 때까지
우리 이렇게
서로를 가려주자.
그랬구나.
너도 나를 보고 싶었구나.
나도 네가
미친듯이
보고 싶었다.
세상 누구도 보아주지 않기에
거리로 나섰을 뿐이었는데.
한 발짝 더 나아갈 틈도 없이
숨 막히는 거리의 한 가운데서
우리 이렇게
기어이 만났으니,
가리고 싶은 것들을 모두 가리고
두 팔이 끊어지도록
너를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