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 극단 고래 연극 우리
우리는 우리라는 우리에 갇혀 있다.
<도을단상> 극단 고래 연극 우리
뛰어서 10분 전에 다시 연우소극장을 찾았습니다. 좋은 작품을 많이 올리고 명배우를 많이 배출한 극장인데다가 극단 고래의 작품이라서 기대감을 더해서 뛰어간 심장이 몹시도 퍼득거렸답니다.
시작이 3분 늦어졌습니다.
무언가 사정이 있었겠죠.
페미니즘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과 젠더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이 교차편집된 형태로 극이 나아갑니다.
역사적 맥락에서의 피해자로 보일 수 있는 여성들과 동시대적 맥락에서 가해자로 보일 수 있는 페미니즘 여성들과의 소통.
젊은 세대로부터 꼰대로 불리는 50대 남자와 각성된 20대 여자와의 불협화음.
성평등이라는 인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깨야하기에 기존의 연극 만들기의 문법을 깨려고 양자역학을 이용하여 고전물리학의 고정관념과 연극 제작방식의 고정관념을 깨려는 시도 속에서 드러나고 첨예하게 부딪히는 젠더간의 노이즈.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한시도 쉬지 않고 보여주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우리는 우리의 정의를 묻고 함께 하기를 결의하고 함께 할 수 있을까를 의심하고 함께 하는 것 때문에 질식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마침내 두 개의 연극 모두가 엎어지는 가운데에, 우리에 갇혔다는 마지막 메시지가 우리의 가슴을 때립니다.
우연의 일치였을까요?
3주 전에 저는 자작시 우리라는 장난 같은 글에서 2시간 동안의 이 연극의 감정을 함께 느꼈었네요.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3주 전에 올린 글>
자작시 우리
우리
나와 너
나의 확장
함께라는 것
경계를 넘어서
더 나은 세상으로
뛰쳐나갈 힘이 되는.
무엇보다 갇힌 느낌.
옴짝달싹 못하게
경계선 안으로
몰아넣는 것.
나의 축소
나만의
우리.
우리.
우리를
깨고 싶다.
나를 가두고
나를 구원하는
불안을 깨고싶다.
나로부터 비롯되는.
밀려나서도 안 되고
넘어가도 안 되는
속박으로 남아
나를 옥죄고
마침내는
가두는
우리.
뱀발.
문득 우리라는 말 속에 갇혀 있는 우리의 모습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나'라는 불안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원하는 외연으로써의 우리가, 또 다른 우리와의 경계가 되고, 전선戰線이 되고, 마침내는
밀려나서도 안 되지만 넘어가서도 안 되는 커다란 속박이 되어 오히려 '나'를 질식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거기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것은 내가 나에게서 느끼는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내가 나를 믿지 못하여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의혹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시 일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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