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설은 서른
설은 서른
꿈을 찾아 도시로 왔다.
설은 서른,
나를 설득하기에 지친 월세는
여기는 아무나 올 곳이 아니라는 협박을 하고.
가쁜 숨을 몰아대며 들이치는 삼시세끼, 내 숨을 앗는다.
그 때 부터였지,
너를 처음 보았던.
손을 내어 뻗기만 하면
이내 닿을 듯한 너의 눈길.
설운 서른,
끊임없이 유행하는 옷은 나를 지우고
끈기없는 시간들이 나를 가둔다.
망망한 도시에서 잃은 자유를
한 조각 피씨방 구석에서 얻는다.
설은 서른,
희끗희끗 풀썩이며 어둠을 밀어내는 숨소리,
꿈은 몰라도 잃어진 삶을 살라고 내모는 신발.
내일 때문에 뭉개진 오늘을 뒤지는 쓰레기통같은 하루.
그 때 부터였지,
처음인양 낯설기만 했던.
아무리 손을 저어 버둥거려도
이내 사라질듯 너는 묽었다.
설운 서른,
높은 빌딩 앞에 서서 뻐큐를 날리던,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내줄거라곤 고작 목숨밖에 없게 된,
이 도시가 싫다.
설은 서른,
꿈을 찾아 도시로 왔다.
설운 서른,
도시에서 삶조차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