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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May 15. 2024

<도을단상> XR연극 노인과 바다

무아無我와 불이不二로 보는 노인과 바다

<도을단상> XR연극 노인과 바다


작년에 초연한 세계 최초 XR연극 노인과 바다를 보았습니다.

LED디스플레이와 컴퓨터가 소극장의 구세주가 될 것임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나는 절망하지 않는다. 나는 파괴될 망정 패배하지 않는다..."


노인과 바다는 결국 나와 너이고 我와 피아彼我이고, 나와 나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직업인으로서 어부인 노인은 84일간이나 허탕을 치면서 재수 없는 늙은이가 되어 자존심에 상처를 입습니다.


운은 반복의 수레바퀴를 돌면서 운명의 자리를 꿰어찹니다


85일. 85라는 숫자는 잃어버린 행운과 어부로서의 자존심 회복을 위한, 그러나 아무런 근거가 없는, 그러나 절실한 상징의 태양으로 떠오릅니다.


바다는 전장이 되고, 낚시는 전투가 되고, 청새치는 승리를 알리는 전리품이 되고, 상어는 운명의 저주가 되고, 앙상한 뼈대는 그대로 노인 자존심의 증거가 됩니다.


살점 하나 남지 않은 뼈대를 보며 노인은 타인의 인정은 포기하면서도 스스로는 포기하지 않았다며 자위하면서 돛대를 지고 언덕을 오릅니다.

그 모습을 마치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의 모습처럼 연출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붓다의 오늘은 이 연극을 다른 관점으로 보기에 좋은 날입니다.

나我는 허상이라는 무아와, 분별을 넘어서는 불이不二의 철학으로 현상의 너머에 있는 존재의 본질, 공즉시색空卽是色 색즉시공色卽是空의 4D안경으로 바라 보는 노인과 바다는 새로웠습니다.


아는 결론을 최대한 진지하게 전달하려는 배우들과 무대, 그리고 소품이 아름다운 작품이었습니다.

막이 내리고 무대는 다시 이전의 고요함을 되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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