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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Jun 06. 2024

<도을단상> 448.시선

제3회 보편적이지만은 않은 극적무대

<도을단상> 448.시선


제3회 보편적이지만은 않은 극적무대.

그 첫번째 이야기, 시선.


이건,

활기찬 것이 아니라 숨가쁜 건데.


출판사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서서히 침몰하는 배와 같습니다.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을 거듭하면서 이 경박단소輕薄短小의 축소지향적 세상에서 중후장대重厚長大한 시절의 동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버팀목의 역할을 기꺼이 도맡습니다.


시민의 눈으로 보는 혁명.

특집이 잡힙니다.

4.19에 가려진 사건, 혁명의 도화선이 된 1960년의 2.28대구학생시위를 전후한 '혁명'특집 소책자 작업이 한창입니다.


20년 동안 집보다도 편하고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출판일에 매진해 온 김과장은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과 그 느낌 뒤에 밀물어오는 이명에 시달리며 가끔 혼잣말을 내 뱉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의 이상현상은 인력감축 대상자 선정의 빌미가 되지요.


국가의 총칼에도 고개를 쳐들었던 이들과 달리 상사의 큰소리에 눈길조차 돌리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과 혁명의 전사들인 학생들의 모습이 교차편집됩니다.


다수가 억압의 대상이 되고 그 다수가 각성이 되어 터지는 혁명의 어제와,

파편화된 개인이 대상이 되고, 다수가 그 개인에 무관심해 밀려나는 오늘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부유합니다.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생각해 볼 만한 소재를 준다는 의미에서, 우리의 일상적 바쁨이 숨가쁨이 아니라 활기참이 되기 위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음을 일깨우는 시선이 있습니다.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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