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기능부전
오후에 뇨의를 느껴서 볼 일을 보게 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언젠가부턴가 낮에 소변을 보지 않다가 밤에 자다가 서너번 보는 날들이 지속되어 왔었는데 그 것이 신장에 문제가 있어 생긴 증상인줄 몰랐다. 밤중에는 갱년기 증상으로 열이 오르락거려 깊은잠을 못 자서 그러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근 6개월동안 지속됬던 증상이 서서히 나빠진 신장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세 번째 몸의 기능부전을 받아들이게 됬다.
첫번째는 아이 임신때 생긴 당뇨였다. 임신성 당뇨는 출산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회복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나는 회복되지 않았다. 출산후 몇개월 동안은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식이에 엄청 신경을 쓰다가 의사에게 정상회복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꽤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두 번째는 고혈압. 항암제 부작용으로 혈압이 생기더니 이번에도 항암제를 바꿨는데도 회복되지 않았다. 세번째가 신부전증이다. 세 경우 모두 다른 의사였지만 그들의 말은 같았다. 대부분 약을 쓰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는데 일부의 경우 그렇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그 경우인 것 같다고.
오늘 오후에는 오랫만에 뇨의를 느꼈다. 순간 서글프지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프기전에는 소변 보는 일까지 일일이 세워볼 필요가 없었는데, 이젠 그마저 세워봐야 겠구나. 내당능이 좋아지진 않았지만 일상생활의 지장은 주지 않았으므로 혈압과 신부전도 관리하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겠지. 하고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아픈것을 평생 지니고 살아야 한다는 건 서글픈 일이다.
봄 바람이 제법 분다. 벚꽃은 예쁜데 해가 들지 않는 그늘은 여전히 춥다. 진단을 받고 세 번째 봄이다. 엊그제 난소암의 5년 생존율의 중요한 시점은 3년이라는 글을 읽었다. 올해가 3년째이니 올해를 잘 넘기면 조금 더 오래 이 찬란한 봄을 볼수 있겠구나..싶었다.
하루가 지나는 것이 아까울 만큼 벚꽃이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시간에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기쁨인가.
항암을 계속하면 또 다른 기능부전들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살아만 있을 수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이렇게라도 내 아이와 남편,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 살아만 있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겪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