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 당신이 옳다| 자신에 대한 가혹함을 다정한 공감으로
공감이란 무엇일까?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정혜신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공감이란 다정한 시선으로 사람 마음을 구석구석, 찬찬히, 환하게 볼 수 있을 때 닿을 수 있는 어떤 상태다.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 조각 보다가 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 도달하는 깊은 이해의 단계가 공감이다. 사람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과정은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상대를 더 자세히 알수록 이해하게 되고, 공감은 짙어진다. 때문에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 배우려는 노력'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그렇다면 나 자신에게는 충분한 공감을 보내왔나?
라는 질문에 나는 YES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자아성찰을 중요하게 생각해왔지만, 삶에서 따라오는 어두운 감정들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여기지 '주목해야 할 상태'라고 보지는 않았다. 책에서는 말한다.
감정은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의 이분법적인 대상이 아니라고.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때문에 모든 감정은 옳다. 불안한 마음의 원인을 찾지 않고, 불안이 오는 신호의 근원을 외면하면 계속 신경안정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감정의 신호를 따라 '나'를 점검할 때야 비로소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고 제대로 된 처방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
[P219] 감정은 판단과 평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 내 존재의 상태에 대한 자연스러운 신호다. 좋은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내 감정은 항상 옳다.
이 문구를 보고 속이 트이는 것 같았다. 늘 감정을 통제하려고 해왔는데, 존재 상태의 자연스러운 신호라니. 자아성찰 하는 삶을 지향한다고 생각했는데, 성찰에서 감정은 적은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다. 늘 감정보다 신념, 가치관, 사회적인 기준에서의 판단이 우선이었다. 감정에 매몰되면 달라지는 것이 없지만, 통제하여 이성적 판단을 내리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내게는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는 걸음보다 실제적인 해결이 우선이었다. 문제 해결이 중요한 나로서는 '자신을 공감하는 것의 중요성'을 숙지하는 것 이전에 '나 자신이 공감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어려웠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하는 반문이 꼬리표처럼 따라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음에 책은 내 마음을 훔쳐본 듯 너무도 명확한 답을 주었다.
[P191,192] 자기 보호를 잘하는 사람이 타인을 도울 자격이 있다.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하려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에게도 무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자의 자격을 결정하는 기준을 누가 묻는다면, 자기 보호에 대한 민감함이라고 말할 것이다.
자신이 먼저 공감받아야 왜곡되지 않은 시선으로 타인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재에 집중한다는 것은 정확한 마음의 소리를 마주하는 일이다. 공감은 힘이 있다. 상처받은 사람이 사지를 빠져나오게 할 공간을 만들어준다. 문제의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단단하게 딛고 설 수 있는 는 힘은 외부적인 변화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책을 덮으며 그간 수면 아래 있는 감정에 무심했던 나를 벗어나 내일은 조금 더 스스로의 감정에 다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책 소개 : 정혜신의 적정 심리학 - 당신이 옳다(정혜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