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 랜선 집들이

심리상담사의 사생활

by 마음놀

퇴근할 때마다 사무실을 떠나는 것이 아쉽다. 아침에 눈을 뜨면 곧 출근할 수 있어서 기쁘다. 매일 출근 길을 걸을 때는 아주 오랜만에 애인을 만나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2019년 심리상담소를 연 날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은 변함이 없다.


내 사무실이 있는 이 건물은 ART SHARE HOUSE라는 이름으로 여러 사업체들이 입주해있다. 업종은 다르지만 서로 배려하며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원래 단독주택이었던 건물이라서 마치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상담사 자신의 집 일부를 사무실로 사용하는 느낌이 든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1층 계단 옆 내 사무실의 문이 있다. 현관 앞 콘솔 위에 안내 자료와 양육 코칭 교재 시리즈를 무료로 비치해두었다. 코로나 유행으로 상담이 연이어 취소되었을 때 너무 심심해서 만든 것으로 너무 투박하고 거칠어서 분명히 다시 써야만 하지만 몇 년째 미루고 있다.

말 그림은 에드가 드가의 드로잉이다.

암체어는 내 자리, 2인 소파가 내담자를 위해 마련한 자리이다. 암체어 옆의 기타(이름: 덱스터)는 대학 때부터 함께 지낸 나의 절친이다. 지금은 쇠하였지만 예전에는 대학가요제라는 자작곡 대회가 가수의 등용문이었다. 스물 한 살 벼락스타의 꿈을 품고 덱스터와 MBC에 가서 도전했다가 빛의 속도로 예선 탈락을 했다는 슬픈 이야기다.

수납장 위 실내분수가 언제나 차분한 물소리를 들려준다. 수납장 위 접시 두개는 어머니께서 선물해주신 어머니날 기념 한정판이다. 작은 그림 두개는 영국 어느 시골 벼룩시장에서 하나에 천원꼴로 사 왔다.

이 각도는 상담 중에 내담자만 보고 나는 보지 못하는 장면이다. 정성껏 꾸며놓은 벽난로, 생화, 시계, 그림, 모두 내가 보지 못한다(아무도 없을 때 내담자 자리에 앉아서 감상)

벽난로 우측 그림은 센터를 오픈할 때 구입한 작품으로 정철 선생님이 철가루로 그린 시리즈 중 하나인데 오직 이 작품만 철가루에 보존처리를 하지 않았다. 보존처리를 하면 산소와 반응하지 않아서 금속의 은빛이 유지되지만, 그냥 두면 산소와 반응해서 녹이 슬어 간다.

다른 말로 하면 이 그림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점점 더 붉어진다.

여러분, 살아있는 그림이라니까요? 살 수밖에 없지 않나요?

이 각도는 상담 중에 내담자는 못 보고 나만 보는 장면이다. 내담자 소파 위 그림은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이다. 아돌프 히틀러가 덕질을 하는 바람에 ‘게르만인의 고독한 힘’을 강조하는 나치 선전에 동원되었다(프리드리히는 다행히도 그 전에 사망하여서 작품 이미지 망한 걸 모르심ㅠㅠ). 이 작품은 (히틀러가 그딴 식으로 쓰라고 그린 게 아니라) 인간의 영성, 초월적인 면을 그렸다. 자신의 운명과 삶 앞에 홀로 서 있는, 취약하면서도 강인한 인간의 정신! 두려움을 안고도 나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인 것이다!

왼쪽의 정겨운 그림은 고향집 이웃에 사시는 진경호 선생님의 <맨드라미>이다.

커튼 저 너머의 공간은 내 개인 사무공간이다. 내가 드나들 때마다 자개 모빌과 짤그랑짤그랑 머리를 부딪히는 것에 대해 내담자께서 ‘불편하지 않으세요?’ 물어볼때는 ‘기분은 좋거든요’라고 대답한다.

왼편 사진은 상담하다가 응원이 필요할 때 멀리 바라보는 장면이다.

스승님으로 모시는 칼 구스타프 융 선생님,

내가 덕질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왕자님,

언제나 '흠! 자~알 했어!' 라고 말해주는 옥토넛 탐험대 바나클 대장님이다.

오른편 사진은 내 사무 공간이다. 왼쪽 벽 위에 걸린 호랑이 목판화는 아버지의 작품이다.

컴퓨터 바탕화면은 최애 드라마 <트레일러 파크 보이즈>의 뤼키, 버블스, 줄리앙이 몇년째 함께 하고 있다. 어린이 내담자가 '선생님 친구들이에요? 근데 좀 나쁜 사람처럼 생겼어요' 걱정한 적이 있다ㅎㅎ


10년 전에 나는 “내 사무실을 갖고 싶어. 아무도 없고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무실을 갖고 말거야”라고 생각했었고 지금 그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

행복이 풍선처럼 가슴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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