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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방 Aug 15. 2021

애도하는 것. 기억하는 것.
그래서 사랑하는 것.

[노래] 데리러 가, 샤이니 6집

휘청이는 마음. 당신은 어땠나요



2017년 12월 샤이니의 종현이 사망했을 당시 나는 대학 상담 센터에 있었다. 샤이니뿐 아닌 누구의 팬도 아닌 나조차도 그의 죽음에는 꽤 마음이 휘청했고, 예상할 수 있듯이, 그의 죽음에 큰 영향을 받은 많은 대학생 내담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참을 우는 내담자를 앞에 두고 휴지만 뽑아주던 날도 있고, 내담자가 좋아한다는 종현의 곡을 같이 틀고 가만히 앉아있던 날도 기억난다.


내 예상보다 꽤 빨리 샤이니가 6집으로 컴백했을 때 여러모로 궁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있었다. 예상보다 이른 4인의 컴백이 팬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의 노래를 듣던 사람들에게는 또 어떻게 이해될까. 무엇보다, 멤버들에게는 어떤 어떤 의미일까. 그의 죽음을, 부재를  대체 멤버들은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 걸까. 청소년기를 SM 문화권에서 자라온 내게 깔려있는 SM에 대한 무한한 불신(...)은 더더욱 일면식도 없는 그들의 마음을 걱정하게 했다.


6집에서 대표적으로 그를 추모하는 곡으로는 '네가 남겨둔 말'이 꼽힌다.


제목에서부터 그를 그들이 어떻게 기억할지  알 수 있는 이 곡은 특히, 종현이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수고했어'라는 말이 리더의 입에서 나지막이 나온다.


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위로받고, 아마 팬들도 멤버들도 위로받았을 것이라 여겨진 곡은 바로 타이틀 곡인 '데리러 가'였다.


포근한 어둠이 또 저 멀리 맴돌고 있잖니 조금씩

빌딩에 걸린 노을 끝자락에 너를 떠올려

어둠을 앞질러 이 밤을 열어 내가 더 먼저

널 만나고 싶은 걸 지금 난 Oh

* 달빛 차올라 너무 늦기 전에 너를 데리러 가

깜짝 놀랄 너를 생각하며 지금 데리러 가

데리러 가 데리러 가 다른 이유 하나 없이 데리러 가

** 이 밤을 앞질러 너를 데리러 가

혹시 너 막연히 날 날 날

떠올릴까 봐 지금 내가 내가 네게로 가

혼자선 그리울 밤 밤 밤

견디기 싫어 지금 너를 너를 데리러 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네게 주었던 것들


우리가 소중한 사람과 헤어졌을 때, 특히 그 사람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떠나게 되면 남아있는 생존자들에게는 슬픔과 후회만큼이나 커다란 자책감이 몰려온다.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집채만 한 무력감이 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때 적극적으로 애도할 힘조차 없다.


그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몸과는 다르게 마음과 머릿속은 자꾸만 되감기를 해 과거를 향하게 된다. 그때, 내가 네 옆에 있었다면. 네게 전화를 했다면. 문자를 했다면. 너를 불렀다면. 그때 그런 말을, 행동을 했다면. 수없이 되풀이하는 의미 없는 가정들은 자꾸만 쌓여간다.


이럴 때 우리의 애도에 도움이 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에게 주었던 것들 그리고 지금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곡차곡 모아 보는 것이다.


샤이니 멤버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 그들이 종현에게 가장 주고 싶었던 것은 '내가 먼저 너를 데리러 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종현의 DJ 시절 이야기들이나 그의 가사들을 보면 종현은 여러 면에서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었다. 그의 말과 글과 가사와 목소리들은 우리가 하나씩은 갖고 있는 고독과 외로움의 어느 틈새에 가만히 가 앉는, 그런 힘이 있다.


나는 종현이 심야 DJ를 했던 것이  여러모로 의미 있게 느껴지곤 한다. 심야의 DJ가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진 모르지만, 종현은 밤과 어둠을 헤쳐 다가오는 것이 어울리는 존재였던 것은 확실하고. 그가 어둠을 헤쳐 다가오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어떤 것들이었을지 짐작이 되기도 한다. 아마 그의 그런 용감한 다가감이 누군가에게는 생과 사를 가르는 순간이 되기도 했겠지.


그런 그에게

'어둠을 앞질러' '이 밤을 열어' 너에게 가는 것.

'달빛 차올라 너무 늦기 전에' 지금 데리러 가는 것.

네게 가는 것에 '다른 이유 하나 없이' 가는 것.

네가 '막연히 날 떠올릴까 봐' 내가 먼저 네게로 가는 것.


네가  것을 기억하며 너를 여기서 '기다리는' 아닌 네가  것을 기억하며 너에게 갈게. 네가 가고 싶었던 그곳,  사람에게 내가  거란 다짐.  무섭고 아리고 외로운 역할을  이상  혼자는 하지 않게 하겠다는 , 이젠 우리가 함께 나눠지겠다는 것이 멤버들이 그리고 팬들이 그를 기억하며 애도하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애도가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너와 함께 있을 때만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함께 있을 때도 의미 있지만 개별 존재로서의 나도 의미 있음을  스스로 찾아내야 비로소 그를 떠나보낼 수 있다. 이것이 애도의 본질이 아닐까.





무기력을 넘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놀라운 유튜브 알고리즘은 그들의 최근 인터뷰 이끌었다. 초등학생 아이들과 그들의 데뷔부터 무대를 함께 보는 컨셉의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내가  조마조마 해졌다. 멤버가  명이  것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역시, '데리러 가' 무대에서  한 명은 어디 갔냐는 질문이 나왔고. 예상했던 질문이지만, 담담하기 어려운 이 질문에 멤버들은 잠시 당황하지만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종현 삼촌이야.

몸이 아파서.

나쁜 삼촌 아니고 좋은 삼촌인데.


우리의 마음을 담은 앨범이었어.


(노래가 감동적이라는 말에) 네 느낌이 그런가 보다.


그의 부재도 존재도 담담히 인정하며, 그의 죽음이 우리의 잘못이라기보다 아픔의 결과임을 인정하는 , 그는 좋은 사람이었고, 우리는 우리의 마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  모든 마음들이 짧은 인터뷰에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아. 그들은 생각보다 그들의 방식대로 그를 잘 기억하고 함께 하고 있구나.


그들의 잘 살아감이, 내게 직접 주는 이익은 없지만. 그래도, 세상 어느 한 곳에, 심지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곳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 있고 그 삶이 의미 있게 흘러가고 있음을 증명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내게 다시 위로가 되었음을


그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팬들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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