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나도 괜찮아!

by Mind Listener



내가 꼭 쥐고 있는 삶의 모습들은.. 마치 조각 같다.


예기 치도 않았던, 그래서 대비조차 하지 못했던 장면으로 마음이 산산조각 날 때마다

나는 가장 위험해 보이는, 가장 아프게 찌를 것 같은 조각을 먼저 주섬주섬 줍곤 했는데

그건 바로 '죄책감과 쓸모없음'의 조각이다.


내가 만약 삶이라는 조각을 꼭 쥐고 있었는데 깨져버린다면 각각의 조각에 어떤 감정이 들어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본 적이 있다.

<죄책감, 후회스러움, 외로움, 슬픔, 쓸모없음, 무가치함, 무력함, 부담감>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래서 다시 내게 물었다.

만약 알라딘의 지니가 와서 "버릴 수 있다면 뭘 버리고 싶어? 내가 없애줄게!"라고 한다면

나는 가장 먼저 뭘 버려달라고 할까?

지니가 정말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진지하고 고민한 결과, 내 답은 '죄책감과 쓸모없음'이었다.

많은 조각들 중에 이 두 가지의 조각을 고르는 걸 보면서

내 마음속에 가장 크고 아프게 자리 잡은 감정이 아마도 죄책감과 쓸모없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의 가장 큰 조각들이 무엇인지를 자각하게 되고 나서

직면한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 지나친 불안과 화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나를 볼 때면

지금 이 상황으로 인해서 가장 피하고 싶은 감정인 죄책감과 쓸모없음을 느끼게 될까 봐,

이 두 가지 조각이 산산조각 깨져서 나를 아프게 찌를까 봐 잔뜩 겁먹고 경계하는 모습이 함께 보였다.


가장 버리고 싶었던 만큼 한순간도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모순적으로 오히려 늘 붙들고 있었던 감정의 조각들을 이럴까? 저럴까? 두려워하지 않고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맞이하고 보내줄 수 있는 용기를 준 시가 있다.


늘 행여 부서질까.. 부서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는 대신,

'까지것 산산조각이 나도 괜찮아! 살 수 있어!' 하는 마음을 턱 하니 내어 사는 삶.


그렇게 사는 삶은 나에게 어떤 자유로움을 경험시켜 줄까?




<산산조각>


룸비니에서 사 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작가의 이전글돌아가자. 얼마가 걸리든!- 회향할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