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자. 얼마가 걸리든!- 회향할 용기
운동을 통해 삶을 배우다
by Mind Listener Oct 30. 2024
"배는 출항하려고 있는 거잖아.
지금 네 배에 펑크가 났어. 그럼 누군가는 말해줘야 해.
회향해서 고치러 가야 한다고.
여기까지 온 게 너무 아깝고 아쉽겠지만 그래도 회향해야 해.
가서 펑크 난 곳 땜빵질하고 제대로 다시 출항해야 돼.
그래서 내가 너한테 말해주는 거야. 너 지금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몇 년 동안 식습관 관리와 마음을 돌보는 일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몸의 통증과, 반복되는 합병증 재발에
완치까지는 욕심내지 않을 테니 지금보다 더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통증이 시작되면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 움직이면 안 된다.'라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던 나는
운동에 대한 의심과 움직임에 대한 두려움으로 운동을 한지 일 년이 조금 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굉장히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로 매주 2번씩 운동레슨에 가서 운동을 한 게 다였다.
그러던 어느 날, 경직되어 있는 척추를 유연하게 하기 위해 했던 운동을 하고 온 저녁부터
갑자기 온몸이 체육대회 다음날처럼 욱신욱신 거리고,
무릎은 염증반응으로 빨갛게 부어오르면서 걸음까지 불편해져서 절룩절룩 걷게 되고,
목 근육은 딱딱하게 굳어 마치 마비된 듯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견딜 수 없는 강렬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앉아있는 것도, 서있는 것도, 누워있는 것도 고통스러워졌다.
근육이완제와 진통제를 먹어가며, 동전파스를 따닥따닥 붙였음에도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악화되는 몸 상태에 목을 뒤로 젖히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아무리 아팠어도 잠이 들면 그래도 얼마간은 편하게 통증을 잊을 수 있었던 기나긴 밤과 새벽은..
홀로 견뎌야 하는 지옥 같은 시간이 되었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통증에 침대를 내려치는 날이 길어지면서
인간적으로 잠은 자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누구를 향하는지도 모르는 원망으로 괴로워하면서
어떻게든 자보겠다고 목에 좋다는 베개란 베개는 몇십만 원을 넘게 써가며 종류별로 사재 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지속되다 보니 피로가 누적되고 결국은 눈에도 무리가 되었는지
강직성척추염으로 인한 합병증인 포도막염이 재발되었고,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먹어도 전혀 말을 듣지 않는 강한 염증 반응에
몸도 마음도 지칠 만큼 지쳐가고 있었던 피폐해진 나를 보며 운동선생님이 건넨 말이었다.
"배는 출항하려고 있는 거잖아."
오랜 세월 동안 나는 정박해 있었다.
내가 항해를 할 수 있는 배라는 사실조차도 까맣게 잊고
고장 난 배, 제 역할을 하나도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배를 자처하며
더 나아가지도, 그렇다고 다시 돌아오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정말 머물러 있을 힘도 없다.. 이대로 가라앉아버리고 싶다는 절망감에 나를 밀어 넣고 있던 중에
"배는 출항하려고 있는 거잖아."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는 순간
'그래, 맞아. 나도 항해를 하려고 태어난 거지. 나도 항해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일어남과 동시에
나름 고난을 헤치며 왔다고 여겼던 지난날들에 집착하며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다 내려놓고 다시 돌아가?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힘들었는데..' 하는 미련으로
펑크가 난 걸 알면서도 회향하지 않고 그 자리에 버티고 있던 고집스러운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돌아가자. 얼마가 걸리든 가서 제대로 땜빵질하고 다시 출항하자.'
나도 나를 살리고 싶어서, 돕고 싶어서.. 나에게 기회를 줘보고 싶어서 했던 결심은
힘 없이 잔뜩 앞으로 구부정해진 척추와 말려들어간 어깨처럼
한껏 위축되고 쪼그라 붙어있던 마음을 스스로의 힘으로 곧게, 바로 세우기 위한 용기를 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