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모베의 시선들
네덜란드의 화가 안톤 모베(Anton Mauve, 1838-1888)는 뒷모습을 많이 그렸다. 그림의 소재가 된 대상들은 약속된 모델들은 아닌 듯하다. 말에 탄 사람들, 밭을 가는 농부 그리고 들판의 양들과 하늘의 새들까지도 화가를 위해 포즈를 취해주는 모델들이 아니다. 그림 속의 대상들은 그저 풍경이다. 자신을 길을 가는, 자신의 일을 하는, 그저 한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의 풍경이다.
일정한 거리를 둔 뒷모습이지만 앞모습보다 더 많은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앞모습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표정 때문에 '현재'상태에 집중하게 되지만 '뒷모습'에서는 시간을 느낄 수가 있다. 저 사람이 지나왔을 시간, 그리고 앞으로 가게 될 시간, 저 풍경이 있기 까지의 시간, 그리고 앞으로 변화하게 될 시간 말이다.
뒷모습을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조금 멀리서, 조금 더 넓게,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천천히. 현재 보인 모습뿐 아니라 '너'의 지난 과거의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들을 지긋이 바라보고 품었을 화가의 마음이 그려진다.
누군가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었가? 저렇게 멀리 내 시야에서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아득해가는 그 장면을 바라본 적이 있었나? '너'의 현재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과거와 미래를 상상해 본 적이 있었나? 이토록 깊고 다정한 시선을 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