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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by 정희주


이른 아침에 배달된 편지 한 장

밤새 쓰여진 까만 편지 한 장


너무 많은 글은

새까만 깜지가 어 있었다.

말을 잃은 말들은

씨끄러운 고요 속에 잠겨있다.


부드럽지만 질고 강한 한지

쉽게 번지지만 오묘하게 깊은 먹


약하고 여리지만 지독한 나

쉽게 흔들리지만 한없이 깊은 너


부드러운 종이 위에 진 마음

질긴 종이 위에 깊이 스며든 마음


언젠가 그 길 위에서 만나자 약속했었지

나는 나로, 너는 너로 만나자 약속했었지


기억해 줘서 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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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미술치료사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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