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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살고 싶다.

겸재 정선 <노백도(老柏圖)>

by 정희주
KakaoTalk_20250412_113121591_02.jpg 겸재 정선 <노백도(老柏圖)>, 55.6 X 131.6cm, 18세기 초, 호암미술관


무서운 기세로 하늘까지 솟구친다.

막을 수 없는 불꽃처럼

사나운 괴수의 발톱처럼

오랜 시간 단련된 강철처럼


이 그림의 제목이 '노백도'인 것을 나무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토록 에너지 넘치고 생생한 나무에게 늙음이라니.

늙음에 대한 나의 편견이 문제일까?

나무는 늙은 것이 아니다.

그저 살아 있는 것이다.

굽이치는 강물처럼 살아 꿈틀대는 것이다.


나무는 나이 들수록 더 아름답다.

긴 세월의 비틀거림이 있다.

살아 있을 때는 생명을 향해 나아가고

죽어서는 마른 고목에 생명을 품는다.

나무는 언제나 생명과 함께 한다.


나무처럼 살고 싶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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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주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미술치료사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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