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앞의 사람에게 다 주는 마음
지금, 내 앞의 사람에게
다 주는 마음이 아름답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친구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와 간신히 만난 친구에게 지금 가진 전부를 내주는 마음.
아직까지 이 드라마의 가장 명장면은 이 부분이다.
'나랑 같이 있으면 너도 곤란해진다'고 도망치는 친구를 꾸역꾸역 잡아 세우며 지갑을 연다.
지폐 몇 장 꺼내려다 이내, 본인 신분증 하나만 챙기고 지갑째 건넨다.
시계를 풀고, 목걸이도 망설임 없이 기어이 친구 손에 쥐어준다.
97년 시즌 오렌지 족의 지갑, 시계, 목걸이 등의 액세서리는 명품이었을 거다.
그 짧은 순간, 돈으로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모든 것을 주저 없이 다 내어주는 마음.
아무 계산 없는 이런 마음은 귀하기에 그만큼 감동이다.
나는 저 주인공들처럼 하루아침에 집을 빼앗기고 거리에 나앉는 극적인 경제적 어려움은 겪은 바 없다.
하지만 마음의 빈곤함은 극적으로 시달려본 적이 있는 바, 누구나 이런 마음의 빈곤을 겪어봤기에, 아무 계산 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마음은 어떤 조건의 누구라도 사로잡는 게 아닐까?
'에이, 요즘 저런 사람이 어딨어?'
누군가 댓글로 남긴 걸 봤다.
그만큼 이 시대에 이런 마음은 궁하고 귀하다.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분명히 있다.
IMF 그 시절, 새 일자리에서 모두가 급여를 포기하고 일하며 버티며 일구어낸 기억이 증명한다.
요 근래에도 TV밖 어딘가에서, 보이지 않게 온 마음을 다 내어주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이 있다.
보지 못한 사람은 믿지 못할 것이고, 체험한 사람은 믿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어딨냐는 말에도 공감한다.
나 역시 사람들에게 진심을 느끼기 어려운 사람이고, 그 진심이 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말은, 완전한 진실은 아닐 거다.
"태풍아, 사람 너무 믿지 마라.
돈 나고 사람 난 거야'
드라마 속, 누군가에 속아 폭망한 친구가 그랬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마인드로 전복된 친구가,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주인공 앞에 다시 나타날까 궁금했다.
친구의 진심을 받아 극복하고 은혜 갚는 제비처럼 등장할지, 돈이 먼저라는 마인드로 흑화 하여 주인공 뒤통수를 칠지...
"내가 말했지?
사람 믿지 말라고"
돈으로 굴러가는 세상,
은혜고 나발이고-
이렇게 배신 까대기의 재등장이라면, 오히려 현실적인 카타르시스가 있으려나?
돈돈돈 퍽퍽한 세상, 현대물에 맞는 극적인 반전 재미가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아직 이 시대에 남아있을 '마음의 낭만'에 편을 들었다.
은혜 먹은 친구는 헬멧 제조업체의 일꾼으로 생각보다 빨리 재등장했다. 주인공이 대박을 터뜨릴만한 아이템을 선물로 안겨주는, 꽤 바람직한 모습으로.
반전 재미는 없었다.
그러나 흐뭇하게 웃을 수는 있었다.
나 역시, 아직은 '마음의 낭만' 편에 서고 싶은 모양이다.
그 둘이 새로운 아이템을 맞대고 서로 돈을 쥐어주는 모습이 좋았으니까.
'에이 요즘 이런 사람이 어딨어?'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답하고 싶다.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다소 과장됐지만, 다소 현실적이기도 한 거라고.
이런 사람을 직접 경험한 사람은 정말 운이 좋은 거라고.
나는 아직 온 마음을 다 내어준 적도 없고,
나는 여전히 온 마음을 다 내어줄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사람들이 분명 있음을 보고 체험한 적이 있으니, 정말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그래서 말로만이라도 일단은 시작해보고 싶은 거라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