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무너지는 공식이 있을까?
폭력의 수위는,
버티는 감정의 무게와
관계가 무너지는 가속도에 비례한다
약한영웅 Class 1의 역주행에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이 뒷배에 있다.
단종은 '배우 박지훈'이라는 확신은 '약한영웅'의 연시은을 보고 생겼다 했다.
단종에 빠진 사람 중 약한영웅을 안본 사람은 궁금해 볼 것이고, 본 사람도 다시 보고 싶을 거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왕과 사는 남자'와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계기로든 몇 번이든 재역주행할 수 있는 드라마라 본다.
예전에 미뤄둔 단상을 이참에 풀어보고 싶다.
'힘은 질량과 가속도에 비례한다'는 전제는, '약한영웅 Class1에서 힘이 약한 연시은이 강한 상대와 상대할 때, 주변 도구로 물리적인 힘을 키우기 위해 활용하는 원칙이다.
딴 소리지만, 역시 지식은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가치가 있다.
이 드라마에선 폭력에 활용되기 때문에 수위가 올라간다. 그래서 논란이 된다.
Class1을 다 보고 나면, '뉴턴의 제2법칙'은, 물리적인 힘에 적용되는 것만이 아니다.
연시은, 안수호, 오범석 세 명의 주인공들이 얽히고설키며 누적되는 감정, 부딪히고 무너지는 관계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이 드라마의 폭력 수위는 뉴턴 제2법칙을 응용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위의 포스터는, 연시은이 결국 지키지 못한 관계의 균열을 잘 보여준다.
이 드라마의 폭력 수위는 각 캐릭터들이 가지는 눌린 감정, 누구도 섣불리 보려 하지 않는 추락하는 심리의 바닥에 닿아있다.
주인공들의 관계를 뒤흔드는 상황 역시, 마약이 연관된 가출팸 등의 구석지고 불편한 영역을 포함한다.
상당히 불편한 감정을 건드리는 편이다.
그래서 감독이, 정작 청소년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밀어붙인 신념이 좋다고 느껴졌다.
드라마 캐릭터들의 누적된 감정 밀도가 폭력을 설득하다니.
여기에 청소년들 사이에서만 오갈 수 있는 말투와 유머, 오락성,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쾌감까지 안기니, 절묘하고 영악할 정도로 상업적으로도 잘 만들었다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볼 청소년들은 결국 다 본다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폭력은 이 드라마에서 그닥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폭력의 수위를 걷어낸 청소년들의 심리는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다.
그들만의 무모한 우애,
미묘한 관계의 균열,
어울려 있는 순간에도 느껴지는 고립감,
어쩔 수 없는 열등감과 자기방어,
절대 알아줄 수 없는 각자의 아픔 등
여러 캐릭터들의 심리를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헤치는 맛이 좋다.
연시은, 안수호, 오범석 이 세 명이 각자 다른 조건과 환경 속에서 짓눌리는 감정들은 처음에는 서로를 향해 위로처럼 작용한다.
연시은에게 수호는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였고,
수호에게 시은은 지켜주고 싶은 대상이었고,
범석에게 둘은 처음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세계였다.
그래서 세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진다.
같이 있는 순간만큼은 각자의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 속 감정이 같은 속도로 자라지 않는다.
누군가는 안정감을 느끼고,
누군가는 책임을 느끼고,
누군가는 불안을 느낀다.
같은 관계 안에 있어도 감정의 방향은 서로 다르다.
특히 범석에게 관계는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
자신이 버려지지 않았다는 증명에 가까웠다.
그래서 작은 균열에도 크게 흔들린다.
말하지 않은 감정,
확인받지 못한 기대,
서로 다른 방식의 배려.
이 미세한 어긋남들이 쌓이면서 관계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방향이 바뀐다.
늘 감정이 흔들리는 지점 어딘가에서 폭력이 등장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폭력은 사건이라기보다 감정이 더 이상 버텨지지 않는 순간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지키기 위해 움직이고,
누군가는 붙잡기 위해 움직이고,
누군가는 버티기 위해 움직인다.
하지만 결과는 같지 않다.
세 사람이 서로에게 가장 가까웠던 순간이 동시에 가장 멀어지는 순간으로 바뀌며, 결국 무너지는 과정이 이 드라마를 더 아프게 만든다.
폭력 장면에서 느껴지는 물리적인 충격이나 잔혹함보다,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아프게 남는 이유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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