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oint 공감] 약한영웅 Class1 오범석 심리

모를 수밖에 없던 아이

정말 모를 수밖에 없어
'모르겠다' 말할 수밖에



“왜 그랬어… 우리 친했잖아.”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다고…"

약한영웅 Class1의 막바지,
연시은은 오범석을 부수러 온다.
오범석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
저항하지 않는다.
그는 알고 있다.
자기가 무엇을 망가뜨렸는지.
가장 소중했던 친구에게서,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서 무엇을 빼앗았는지.



"시은아, 넌 나 이해해야지…”
“그래… 이해해. 그러니까 너도 나 이해해.”

하지만 끝내,
연시은은 오범석을 부수지 못한다.
이해해서였을까.
아니, 아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범석은 따뜻했던 연시은의 시선으로도
끝까지 닿을 수 없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 인물 누구도,
심지어 자기 자신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는 사각지대에 갇혀 있던 아이였다.

마지막 대사가 오범석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오범석을 그의 마지막 대사를 빌어, 이렇게 쓰고 싶다.

모를 수밖에 없던 아이.



“아니, 청소년 성장통이 이렇게까지 처절해야 해?”
약한영웅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지나치게 극단의 상황에 몰려 있다.

그 정점이 오범석이다.
가장 아픈 아이가 연시은이라면, 오범석은 ‘아프다’는 말조차 쉽게 꺼낼 수 없는 아이다.
그의 고통은 겉으로 드러난 폭력보다 더 안쪽에 있다.

범석은 집으로 찾아온 친구들에게, 자신이 국회의원에게 이미지 메이킹용으로 입양된 아이라는 사실을 툭,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두 친구는 범석이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게 뜨아해한다.
딱 거기까지다.

권력에 취한 양아버지란 어떤 괴물인지,
그 안에서 어떤 폭력이 있었는지,
어떤 공포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는지,
가장 소중한 친구들에게조차 끝내 열어 보이지 않는다. 못한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규정되는 순간 생긴다.
피해자라 정의되지 못하면, 가해자는 애초에 존재하지 못한다.

왜 피해자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아버지의 폭력 때문일 수도 있고, 막강한 지위에 대한 두려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피해자라 부르짖을 생각 자체를 못 할 정도로, 폭력은 그에게 일상이었을 수도 있다.

동시에,
세상으로부터 방치된 자신을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거두어준 사람을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폭력을 폭력이라 말하는 순간,
자신을 지탱하던 울타리를 통째로 부숴야 한다.
그 모순 속에서,
범석이 침묵을 선택한 이유가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권력의 빈틈으로 떨어진 돈 부스러기였다.
그 사각지대에서, 범석은 유일하게 돈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터득한다.
친구에게 밥을 사며 자신의 위치를 만들고, 친구의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며 호감을 사고, 허세를 부풀리며 관계를 지켜내려 한다.
그의 타협점이다.



오범석이 겪었을 마음 처지를 간접적으로 이해시켜 준 건 가출팸 아이들이다.
그들 역시 길수라는 어른 괴물에게 먹혀, 폭력으로 인한 죽음의 공포를 겪는다.
싸울 생각 자체를 못한 채 갇혀있다.
그러나 정작 입장은, 결정적인 부분에서 다르다.

가출팸에 갇힌 이들의 고통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연시은과 수호가 개입할 수 있었고, 덕분에 빠져나올 통로가 열리며 해방의 기회를 얻는다.

범석은 어떤가?
입양아라는 사실까지만 열려 있다.
그 안의 실상은 주변인 누구에게도 끝내 오픈되지 않는다.
심지어 가장 아끼던 연시은 앞에서도.
그렇기에 누구도 개입할 수 없고, 누구도 구해낼 수 없다.

범석을 ‘찌질하다’는 한마디 말로, 섣불리 고정할 수 없는 이유다.



오랫동안 학교폭력을 겪었고, 전학 온 학교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늘 불안에 떨었다.
그런 상황에서 연시은과 안수호를 만난다.
그 관계는 단순한 우정이 아니라 ‘버려지지 않았다는 증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에게 관계는, 소중함을 넘은 필사적인 집착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관계를 지키는 법을 몰랐다.
소중한 관계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피어날 수 있는 열등감을 건강하게 인정하는 법을 몰랐다.
불안을 설명하는 언어도 없었다.
짙게 눌린 공포를 차근차근 꺼내 보이는 요령도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감정이 질서 없이, 서툴고 투박하게 밖으로 튀어나올 때, 주변 누구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미친놈이라거나, 찌질한 새끼라고 쉽게 규정당해 버린다.
그렇게 눌려 있던 감정은, 안에서 조금씩 균열되고 뒤틀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는,
“왜 그랬어”
라는 단순한 물음에,
정리된 마음을 꺼낼 수 없다.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그 말은 무책임이 아니라,
정말로 설명할 길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오범석은 결국 모두에게 나쁜 선택을 했다.
미세하게 균열되고, 뒤틀리며, 결국 자신이 선택한 돈이라는 수단으로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범석에게
“쟤 왜 저래?”
"그것밖에 길이 없었니?"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없었다.

그는 이미 공감이나 이해의 영역을 벗어난 곳에서 홀로 버텨온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는 끝까지,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자리에서 무너진 청춘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연시은이 그를 부수지 못한 이유는, 어쩌면 그 또한 범석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그곳에서 그렇게 또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질 아이이기에, 그래서 아프다고도 할 수 없는 아이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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