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oint 공감] 약한영웅 Class1 안수호

힘을 통제할 줄 아는 사람의 선, 유연한 리더의 상

힘을 쓰지 않고
힘을 다스리는 아이
단순하지만 단단한 리더



안수호는 “내가 리더 할게”라고 말하지 않는다.
관심도 없을 거다.
그런데 셋이 모이면 자연스레 중심이 된다.
뭘 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있으면 역할이 생기는 사람이다.



MMA 전문 운동 선수 출신이다.
섣불리 폭력을 쓰지 않는다.
힘을 휘두르기보다 통제하는 법을 먼저 배운 아이다.
어지간한 교실 싸움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허세, 서열, 자존심 싸움.
이런 건 자기 싸움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선을 넘고
다칠 것 같은 순간,
해하려는 에너지가 감지되면
가볍게 개입해 가뿐히 끝낸다.

최소한의 선을 지키는 태도.
유연하고 느슨하게 발동하는 통제력.
안수호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가난하다.
그런데 궁핍해 보이지는 않는다.
주변 탓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난을 한탄하지 않는다.

학벌 따위 중요하지 않다.
졸업장이 인생에 별 의미 없다는 걸 알지만
할머니 말 한마디에, 사람 구실은 하자 싶어 꾸역꾸역 출석을 채운다.

그래서 수업 시간엔 내내 퍼져 잘 수 있다.
학교 끝나면 식당 알바, 배달 알바를 해야 하니까.



비슷한 환경에서
수저 타령하거나 힘들다 푸념하는 사람이 있다면 돌려차기로 시원하게 날려버릴 것 같다.

“야, 뮈해!! 움직여!!!”
이 한마디 유쾌하게 건네며,
운동 기초 가르쳐 줄 것 같은 아이.
주변에 있다면,
망설임 없이 먼저 다가가 친해지고 싶은 아이,

안수호다.



그가 매사 여유로운 이유는, 자기가 처한 상황 속에서 최선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 갔다가 잘못 찾아 들어간 집이 시은이네였을 때도 그는 위축되지 않는다.

상위 중산층 분위기를 보고 자기 처지를 비관하지 않는다.

어, 너네.
털썩 주저앉아,

“물 한잔 줘. 디질 거 같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아이다.
안수호의 여유이자 단단함이다.



잔대가리 굴리는 시간에 열심히 몸을 쓰며
자기 시간과 삶에 충실한 사람은
뒤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안수호의 단단함은
모든 관계의 균열까지 읽어내는 능력과는 별개다.

수호는 관계를 의심하지 않는다.
좋으면 같이 있고,
지켜야 할 사람이 생기면
단순하게 몸이 먼저 움직인다.

연시은을 지키려 했던 것도
책임도 계산도 아니다.
그냥 당연한 일처럼 움직인다.



하지만 범석과의 관계에서는
이 담백한 직진이 왜곡된다.

예를 들면 이런 차이다.
수호는 누가 자기 SNS를 팔로우하든 언팔을 하든 신경 쓰지 않을 아이다.
추억할 만한 순간을 찍어 올리고, 핸드폰을 휙 던져두고 운동하러 갈 사람이다. 남의 SNS 들여다보며 시시덕댈 시간도 없을 아이다.

범석은 다르다.
범석에게 팔/언팔은,
자기 마음에 누군가를 들이고
자기 영역을 확보하는 일이다.
사진 속 내가 있어야 할 것 같은 자리에 다른 누군가가 대신 들어와 있는 순간, 자기 자리의 박탈감을 느낀다.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 끝이 흔들리는 아이.
마음에 들이기엔, 관계가 버거운 아이다.



수호는 계산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범석은 계산속에서 흔들린다.

수호는 자기 자리를 의심하지 않는다.
범석은 늘 자기 자리를 확인하려 한다.

수호와 시은은 서로 같은 선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만, 범석의 시선에서 수호와 시은은, 항상 자기보다 위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수호는 관계 안에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의도치 않게 우위에 선다.
수호의 단순한 의리,
계산 없는 책임,
직진하는 태도는

시은에게는
편안한 균형감을 안긴다.
수호의 배려에 안정감을 느낀다.
있는 그대로 수평적으로 받아들인다.

범석에게는
자기 자리를 좁히는 신호가 된다.
수호의 우위가 때때로 불쾌해진다.
건네는 호의가 구겨지고 왜곡되어 전달된다.

수호는 모른다.
자기가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긴 순간,
아무렇지 않게 몸을 먼저 움직인 선택들이
범석에게는
비교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걸.



수호는 끝까지 악의가 없다.
그래서 자신과 전혀 다른 감정선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한다.
돈으로 관계를 붙잡으려 하거나, 돈으로 자기를 뭉개려고 하는 범석을 수용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는 것도, 그만큼 그의 선이 단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극적이다.

지키려던 힘이
누군가에게는 밀려나는 힘이 되고,
의리가
열등감의 자극이 되고,
단순함이
관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이런 것까지 계산하기엔 수호는 너무 해맑다.
하아... 도대체 이런 계산은 또, 왜 해야 하고?



비극은 거대한 사건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미세한 간극에서 시작된다.
수호는 끝까지,
누군가를 해치려 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키려는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리를 잃어가는 경험이 된다.
그리고 그 균열은, 셋이 가장 안전했던 구조를 천천히, 조용히 무너뜨린다.



단순하고 유연하게 리드했던 안수호.
자기 삶의 무게를 묵묵히 지고 서 있던 아이.
자신의 시간에 누구보다 충실하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던 아이,

몸을 먼저 단련할 수 있어,
몸이 가장 단단했던 아이,
그에 못지않게 마음도 듬직했던 아이다.

그래서
몸이 크게 부서지는 순간,
마음의 타격감이 가장 크게 남는 주인공이다.

그의 중심이 어느 정도 단단했는지는,
시은과 범석의 마지막 모습으로 설명된다.

단단한 중심으로 통제력을 발휘하던
안수호가 무너진 순간,
연시은은 통제력을 상실하며 폭주하고,
오범석의 균열점은 저항 없이 붕괴하게 된다.



*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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