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로 부딪히며 성장하는 아이
아픔을 읽으며 마음이 갇히는 아이에서,
관계를 읽으며 마음을 넓히는 아이로
연시은이 Class2에서 성장한 모습 중 가장 흐뭇한 지점이다.
누구의 개입도 불편해하고 벽을 치며, 에너지는 온통 혼자 버티는 방향으로 쓰이던 아이였다.
Class1에서 연시은은 오범석의 외로움을 감지하고 공감하는 데까지는 닿았지만, 그 관계는 결국 막히고 갇히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Class 2에서 핸드폰 갈취 사건으로 서준태의 세계에 스스로 개입하면서부터, 그의 마음은 밖으로 확장된다.
‘누구에게도’ 더 이상 싸움은 가르치지 않는다는 심드렁한 박후민의 표정에서 그의 상처를 감지하고, 고현탁으로부터 나백진과 박후민의 과거사를 간단히 전해 듣는 것만으로, 박후민이 지닌 ‘죄책감’의 깊이에 닿는다.
친구가 먼저 말하지 않는 아픔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당사자에게 캐묻기보다 주변인들이 우연히 흘리는 말들을 조합하며 퍼즐 맞추듯 친구의 마음에 다가선다.
기본적으로 생각이 깊은 아이다.
누군가의 처지를 생각하고, 누군가의 선택을 이해하려 한다.
연시은의 총명함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능력이 자기방어의 도구에서 타인을 수용하는 능력으로 확장된 것이다.
연시은이 아무리 까칠하게 굴어도 주변에 멋진 친구들이 계속 붙는 비결은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한다.
Class 1에서 연시은이 처음 감지한 감정은 ‘혼자 고립되어 버티는 사람의 감정’이다.
자신이 가장 시달리는 동시에 가장 익숙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일하게 오범석의 ‘외로움’에 공감한다.
나는 여전히,
‘나는 범석이가… 외로워서 그런 거 같아.’
연시은의 이 말이 가장 아프게 따뜻하다.
Class 2에서 시은이는 점점 더 다양한 감정을 공감해 간다.
누군가의 간절함, 두려움, 후회, 집착, 죄책감 같은 감정들을 더 또렷하게 바라본다.
연시은의 공감은 그렇게, '고립된 외로움'이라는 특정 감정에서 출발해 점점 더 넓어진다.
이 감정의 공감대는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을 이전보다 넓게 담는다.
서준태의 간절함에서 시작해 고현탁의 단순함, 박후민의 죄책감, 나백진의 집착, 금성제의 비틀림, 심지어 최효만의 허세까지, 점차 수용의 폭이 넓어진다.
클래스 1의 연시은은 감정이 빡빡하다.
물을 한가득 머금은 젖은 솜 마냥 무겁게 쳐져서 걷는다.
표정도 반응도 단단하게 눌려 있어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인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건강한 단단함은 아니다.
언제든 부러지거나, 파괴되거나, 무너지기 직전의 신호처럼 느껴진다.
굳은 파운드케이크 같달까.
하지만 Class2의 그의 모습은 다르다.
확실히 제대로 무너지고 폭주한 덕분인지 한결 가벼워진다.
늘 옆에서 허허실실 풀어헤쳐주는 박후민과, 작은 진심을 떨리게 전하는 서준태, 그리고 적정한 선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고현탁 사이에서 빡빡하게 엉겨 붙은 마음들이 유연해진다.
경직된 표정도 조금씩 누그러지며 감정 표현도 좀 더 선명해진다.
조금씩 풀려나가며 폭닥하고 부드러워진다.
스펀지케이크 같다.
연시은은 자신의 생각을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필요한 말만 하고 대부분의 감정은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는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기 시작한다.
이 변화는 단순히 말수가 늘어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대를 향해 자신의 위치와 생각을 드러내는 방식의 변화다.
특히, 엄마에게, 바쿠의 아버지에게 정확하게 일침을 놓는 장면에선 묘한 후련함마저 안긴다.
'후민이가 아버지께 뭘 잘못했나요?
후민이는요...학교에서는요...
제 생각엔 후민이가 아니라 아버지가 문제인 거 같은데요.'
나지막이 할 말은 다 하는 아이,
가끔 재수 없기도 한데, 적확한 상황에선 꽤 듬직하다.
그 선을 잘 아는 아이다.
연시은은 기본적으로 상황을 관찰하는 위치에 가깝다.
어지간하면 굳이 앞에 나서지 않는다.
하지만 지키기 위한 대상에 한해서는 먼저 일어선다.
이는 Class 1에서도 Class 2에서도 한결같다.
안수호를 지키기 위해, 오범석과의 갈등이 더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스스로 위험한 상황 속으로 몸을 던진다.
대상이 얼마나 강한지, 본인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따지지 않는다.
Class 2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간다.
병원에 누워 있는 안수호를 위협하는 금성제를 따라 나백진을 마주하고 거침없이 딜을 한다.
바쿠를 빼내오기 위해 나백진을 먼저 찾아가고, 박후민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나백진의 숨겨진 진심을 낱낱이 파헤쳐 대면한다.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고, 상황을 피하기보다 마주하려 한다.
연시은의 변화는 관찰자의 자리에서 행동하는 자리로 이동하는 데 있다.
이 모습이 참 근사하다.
연시은은 원래 주변 환경을 이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소한 물건이나 공간을 이용해 상황을 바꾸는 데 능숙하다.
Class 2에서 그의 통찰력은 사물에서 관계로 확장된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작용하는 심리를 싸움에 활용한다.
누가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상황에서 움직일지를 파악하며 관계 자체가 연시은이 그리는 전략 위에 놓인다.
이 관계는 나백진이 읽지 못하는 변수로 작용한다.
나백진을 찾아가 박후민을 향한 그의 마음이 ‘유일한 친구’를 되찾으려는 집착 혹은 갈망임을 꿰뚫어 보고 나백진 당사자를 흔든다.
나백진이 연합 내에서 가장 믿었던 금성제를 찾아가 신뢰에 균열을 만든다.
나백진을 따르는 무리들이 돈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파악한 후, 나백진이 연합에서 빼돌린 돈을 증명하는 자료를 퍼뜨려 그들의 믿음을 분산시킨다.
참고로, 이런 연시은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은 '유일한 이'가 금성제다.
어쩌면 금성제는, 자기가 '착한 놈이 되기 싫어서가 아니라, 연시은의 계략 속으로 들어가기 싫어서' 연시은을 막판에 배신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Class 3에서 금성제와 연시은의 관계가 어떻게 변주될지 매우 궁금하고 기대된다.
가장 유쾌했던 건 연시은에게 신나게 활용당하는(!) 최효민의 모습이다.
허세 쩔고, 강한 자 주변에서 생색내기 좋아하는 최효민은 나백진의 자금 횡령 자료를 연합 내 사람들에게 삽시간에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세상 쓸모없는 하찮은 마음이란 없다.
연시은은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확실한 전략전술가이다.
보이는 대로, 파악되는 대로, 닥치는 대로 다 활용한다.
그러니 불패다.
연시은의 능력은 그렇게
사물 중심의 판단에서 사람 중심의 판단으로 넓어진다.
Class 1의 연시은은 극단적으로 누르다가 극단적으로 폭주한다.
Class 2의 연시은은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보다 잠시 멈추고, 늦추고, 바라보는 여유를 갖춘다.
무모한 폭주 대신 성급한 결단 대신, 가장 그다운 모습으로 계산하고 촘촘히 판을 짠다.
감정과 상황 사이에 한 걸음 거리를 두고 차분해진다.
감정은 더 풍요로워지고
이성은 더 냉철해진다.
고딩 시절에 벌써 이렇게 멋있어지기야...
이 아수라 판에서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어 뽠타지인가,
이런 아수라 판이기에, 이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현실감인가.
연시은은 앞으로 어떻게 더 성장할까.
Class 3가 나오면 망설임 없이 달려갈 이유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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