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oint 공감] 왜 우리는 오범석이 불편할까

약한영웅 오범석이 불편한 이유

찌질함을 외면하는 사람
찌질함을 인정하는 사람



배우 홍경이 연기한 오범석은 대부분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낀다.
이미지 메이킹용으로 입양 당해, 가정 폭력을 기본으로 학교 폭력까지 당해온 극단적인 상황을 걷어내고 보면,

오범석에게 있는 찌질함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오범석은,
안수호, 연시은, 오범석 이 셋이 있을 때 가장 안정적인 관계라고 느낀다.
자기 자리가 있고, 그 리듬 안에서 편하다.



영이라는 아이가 끼어들면서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다.
오범석 입장에서는, 편안하고 익숙한 울타리에 이물질이 끼는 느낌이다.
내 자리를 뺏기는 느낌이 든다.
카페에서 돈을 쓰는 자기를 당연시 여기는 영이의 태도에서 불쾌해진다.
슬쩍, 자기 자리에 대한 위태로움을 느낀다.

그런데 이런 류의 묘한 감정,
모두 한 번쯤은, 아니 꽤나 익숙하게 느껴본 적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중학교 시절에 그룹 지어 몰려다닌 친구들이 있다.
이 중에 솔직히 진짜 안 맞는다 싶은 친구도 있었다. 새로운 친구가 우리 그룹에 침범하듯 들어올 때, 묘하게 불편함이 생기며 쟤는 좀 빠졌으면 좋겠다, 밀어내고 싶기도 했다.

물론, 겉으론 아닌 척했다.
모두와 편한 척, 모두와 문제없이 친한 척, 그렇게 불편함과 불쾌함을 포장했다.
그 아이에겐 미안했지만, 그런 심리들이 분명히 있었다는 거다.
말로는 표현하지 않고 애써 아닌 척해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불편함은 숨길 수 없다.

새로운 사람이 관계 안에 들어올 때
괜히 불편해지는 순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애랑 더 가까워 보일 때
묘하게 올라오는 그 기분.
이런 감정은 그리 유난스럽거나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다들 한 번쯤은 느껴봤을 거다.



오범석을 바라보며 아팠던 부분은, 안수호를 동경하고 좋아했던 감정 그만큼 무너지고 추락하고 추악해졌다는 거다.
우리 안에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대체로 결국, 이런 식으로 뒤집어진다.
딱 마음에 좋은 감정으로 심은 만큼
악으로 미움으로 원한으로 피어오를 때가 있다.
친구 관계든 남녀 관계든.
우리 안에 누구에게나 도사리고 있는
독점욕, 집착 이런 것들이겠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예 없다고 부정하는, 무해한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물론, 나는 그런 거 전혀 없다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관계가 계속 열려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 그런 사람도 분명 있다는 것이다.
오범석처럼.
누군가 새로 들어오는 걸 보며 괜히 불안해지고, 불쾌해지고, 질투하는 감정들.
표현하자니 주변 분위기를 요상하게 흩트리고, 내가 이상해지는 것 같고, 쪼잔해지는 것 같아, 뭐라 설명하기 싫은 감정들.
그래서 외면하고, 애써 아닌 척 누르는 심리들.

표출하는 방식을 보자는 게 아니다.
내 안에 이런 감정들이 '정말 없는지'를 보자는 거다.



그럼 이걸, 누구 기준으로 찌질하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자의 스타일대로, 관계에 대한 찌질함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관계가 뻐그러지는 것에 대해 내 탓보다 남 탓을 먼저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찌질함은 나를 몹시 불편하게 한다.
매우 불쾌하다.
나는 스스로에게 찌질하기 보다 멋진 사람이고 싶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안수호나, 연시은이나, 박후민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싶을 것이다.
멋있어 보이니까!

그러나 나는 솔직히,
보통 사람들의 내면은 오범석 쪽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오범석이 불편한 건,
저 아이가 마냥 이상해서가 아니다.

저런 찌질함이
'내 안에도 있으니까'다.
'그걸 굳이 들춰 보고 싶지 않으니까'다.
그래서 더 거슬린다.



우리가 오범석이 불편한 이유는
결국 그거 아닐까.
내 안에 있는 찌질함을
정면으로 마주하기 싫은 거.

'나는 찌질하지 않아'
라고 확신하는 사람과

'나는 정말 찌질한 인간이야'
라고 정확히 보고 인정하는 사람.

이 중에서 덜 찌질해 보이는 쪽은,
오히려 후자 쪽이다.
적어도 내 눈엔 그렇다.

까짓것,
후련하게 인정해버리면 그뿐인 것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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