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줍기. 굽질리다.

끙끙대기보다, 떨어져 나와야 할 때

굽질리다

(자) 일이 꼬여 제대로 안되다.
예 : 재수 없으려니까 자꾸 일이 굽질린다.
네이버 사전 (비교차)

It feels like...


짜증 나는, 오기 나는,

결국엔 내려놓는,


제대로 안되는 날엔

제대로 내려놓기



하루를 시작할 때부터 꼬이는 날이 있다.
서둘러 가야할 길엔 차가 가는 신호등마다 걸린다.
지하철을 타러 계단 내려오는 순간에 열차가 떠난다.
엘리베이터가 바로 코 앞에서 문이 닫힌다.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는 고장으로 수리중이다.
매순간 다 굽질린다.

계획도, 사람 관계도, 말 한마디도.
잘 해보려 할수록 삐끗한다.

'아니, 그게 아니라...'
분명 내 의도는 그렇지 않았는데
상대에겐 엉뚱하게 전해진다.
'A라 말하는데, 왜 B로 알아듣니? C...'
고쳐주려다, 그만둔다.

무리해서 억지로 맞추려 하면
더 뒤틀리고, 더 꼬인다.
이건 반복되는 사이클 중 하나다.
이 사이클이 있다는 걸 몰랐을 땐
닿는 족족 짜증이 났다.

하지만 요즘은,
하루를 시작할 때 감이 온다.
돌고 도는 사이클 속에서 '촉'이 장착된다.
이럴 땐 그저 늦춰지는 속도에 나를 그대로 내맡기는 게 상책이다.

늦으면 늦는대로
오해하면 오해하는대로 내비두면 그만이다.
Let it be...
그대로 내비도...

애초에 그날의 리듬이 그렇게 흘러가는 날.
괜히 부러진 텐트를 펴보겠다고 더 꺾는 것처럼
억지로 반듯하게 만들려 애쓰는 게 오히려 독이다.
잠깐 웅크리고 있는 편이 낫다.
계획은 미뤄두고,
해야 할 말도 잠시 넣어두고,
구겨진 마음을 그대로 들여다본다.

이런 날은 앞으로,
‘굽질리는 날’이라 불러야겠다.
굽질리는 날은 그렇게,
굽은 채로도 하루를 넘기는 게 방법이다.
매일 반듯할 수 없다.

굽은 날도, 망한 날도, 안 되는 날도
나를 통과해간다는 걸
그냥, 그렇게 놓아본다.

굽질러라,
나는 그렇게 내비둔다.



Q for You

요즘 어떤 일이 자꾸 꼬이듯 느껴지나요?

그런 날, 그런 순간, 억지로 펴려 들기보다 잠시 놓아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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