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힘들다는 것의 실체
(형) 1. 힘주는 맛이나 억짓손이 몹시 세다 2. 힘에 벅차서 괴롭다.
힘이 센 건 손끝이 아니라
'힘들다'는 깊숙한 감정이다
요즘 운동 습관을 들이는 중이다.
머리보단 몸이 더 저항한다.
이럴 때 어울리는 단어다.
‘되알지다’.
부산 사투리 '되다'가 생각난다.
설마 여기서 유래된 건 아니겠지?
이 단어는 단순히 힘이 세다는 뜻만으로 전해지지 않는다.
억센 힘 안에 서린 마음,
스스로도 벅찬 힘을 부여안은 상태가 느껴진다.
나는 지금,
그런 상태를 살아내는 중이다.
무릎인대 수술을 받고 6개월쯤 지나
몸을 움직이는 게 점점 귀찮아졌다.
다친 다리 핑계로
게으름이 쌓여 눕게 되고,
더 눕다 보면 다시 일어나기 어려워진다.
악순환의 사이클 속으로
조용히, 그러나 꾸역꾸역 빠져든다.
달리기는 아직 안되고 엄두도 안 난다.
집 안에서 스스로 근력운동을 하려면
작은 결심에도 꽤나 큰 힘이 든다.
물리적인 힘이 아닌, 정신적인 힘이다.
집 안에만 있으면, 몸이 고인다.
그 관성이 계속되면
폐인 같은 나날로 이어진다.
그쯤 되면
집 밖으로 나가는 현관문이
세상에서 가장 무겁고 먼 문이 된다.
간신히 끌고 나간 내 선택은
‘아쿠아로빅’이다.
무릎에 무리가 안 가려면 물이 낫겠다.
돈을 지불해 버리면 나가게 되겠지.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반항질이다.
몸을 안 쓰고 방치한 결과는,
일주일에 두 번 나가는 일에도
지독한 저항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운동하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좋다.
몸이 살아난다.
마음도, 조금은 환해진다.
돈을 주고서라도 나갈 조건이 된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마음은 진심이 아닌 듯하고,
몸은 여전히 무겁다.
감사함만으로 몸이 가벼워지진 않나 보다.
그러니까,
진짜 ‘되알지다’라고 생각되는 건
운동 그 자체가 아니다.
현관문 앞에 서기까지,
그 짧고도 먼 마음의 거리.
그 거리 앞에 서는
‘힘들다’는 감정.
그게 진짜 되알지다였다.
가만 생각해 보면,
‘힘들다’는 감정은 진짜가 아니다.
현관문까지가 가장 멀고 무겁다는 게 말이 되나?
현관문은 실제로 무겁지 않고,
거리도 실제로 멀지 않다.
나는 대체,
무엇에 속고 있는 걸까?
왜 속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 자리를 박차지 않고 있는 걸까?
되알지다고 되뇔 실체는
사실, 내 마음 안에 있다.
이제는 그 마음을 넘어서고 싶다.
마음의 현관문을 깨고
조금만 더, 박차고 나가고 싶다.
매일매일 가볍게 현관의 경계를 넘어서고 싶다.
당신을 가장 무겁게 만드는 문은 어디에 있나요?
‘힘들다’고 느낄 때, 진짜 그 감정은 어디에 있나요? 그 감정은 진짜일까요, 마음의 그림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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