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내가 아니고?
(명) [충] 땅강아지
하늘밥도둑,
억울한 별명은 땅강아지가 다 뒤집어썼다.
진짜 하늘밥도둑은 사람
땅강아지가 ‘하늘밥도둑’이라 불린다니.
땅 속에 살면서도, 위에서 떨어지는 곡식 낟알을 파먹고 산다는 데서 붙은 이름이란다.
별명치곤 참 가혹하다.
하지만 누구도 땅강아지를 진짜 도둑으로 여기진 않는다.
진짜 도둑이라면 이런 귀여운 별명이 붙을 리가 없으니까.
땅강아지가 훔치는 건 겨우 몇 톨.
논밭 가득 깔린 하늘의 밥상을 싹 쓸어가는 건, 사람이다.
하늘밥도둑은 따지고 보면 우리 인간에게 어울리는 별명이 아닐까.
그 오명을 아무 죄 없는 땅강아지에게 뒤집어씌운 게 좀 우습다.
땅강아지는 신경도 쓰지 않을 테지.
도둑이라 불리든, 밥도둑이라 불리든 그냥 자기 삶을 살 뿐이다.
오히려 사람만이 고귀한 체하며, 스스로를 도둑이라 부르지 않는다.
진짜 밥도둑은 사람인데,
밥상을 송두리째 가져가면서도 정작 자신은 절도자가 아니라 주인이라고 믿는다.
귀여운 별명은 남겨두고, 추한 실상만 애써 감추며 산다.
당신이라면, 하늘밥도둑이라는 별명을 누구에게 붙이고 싶나요?
조금 훔치는 건 미움받고, 다 훔치는 건 정당화되는 상황을 보거나 겪은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