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줍기. 굴왕신 같다

썩어 문드러진 마음을 들킬 때

굴왕신 같다

(형) 찌들고 낡아 흉하게 보임을 흉보는 말
예: 굴왕신 같은 물건들
네이버 사전 (비교차
막상 종이 사전엔 굴왕신 뜻이 없어서

It Feels Like...


구질구질한, 피하고 싶은,

그럼에도 가여운


쓸데없는 것들을 지키는

쓸데없는 수고들



굴왕신

정말 외면하고 싶은 단어다.
깊이 묻어둔 마음을 들추면,
딱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쓸데없는 것을 지키고 있는 내 모습은 슬프다.
그것이 마음이든, 물건이든.
너저분함 속에서 찌들어가는,
이미 죽은 무덤을 지키는 모습이라니.

누군가 이유 없이 나를 피한다면,
그건 어쩌면 내 안에 깊숙이 숨겨둔
이 ‘굴왕신’ 때문이라는 걸
언제고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죽은 것들을 지키는 흉한 것들에
눈길과 발길을 돌려 떠나감은 당연하다.

가만히 방 안을 둘러보다가
문득 튀어나올 말이다.
“진짜 굴왕신 같다...”

바닥엔 며칠째 개어놓지 못한 옷가지,
바뀐 가방 속에서 튀어나온 잡동사니들
버려야 하는 줄 알면서도
괜히 쓸모가 있을까 붙잡고 있는 온갖 물건들.
그리고 그 사이에
주저앉아 있는 나.
고집이다, 고집. 이것도...
아니, '집착'이 더 적절한 단어다.

물건만 그런 게 아니다.
마음도 그렇다.

이미 지나간 일,
끝난 감정,
상해 썩어버린 기억들을
여전히 붙들고 놓지 못하고 있다.

쓸데없는 감정을 지키기 위해
쓸데없는 수고를 들이는
그런 내 모습이
가끔은 방 안의 풍경보다 더 흉하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썩어 문드러진 내 마음이 드러날까 봐
괜히 불안해지고,
애써 아닌 척, 멀쩡한 척, 괜찮은 척해보지만
속은 이미 지저분하게 엉켜 있다.

굴왕신 같은 물건들 틈에서
굴왕신 같은 마음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굴왕신 같은 감정을 쏟아내며...

그런데도,
그 흉한 것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건
어쩌면 그게
나였던 시간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으아. 정말 소름끼친다.
죽은 무덤을 지킬 정도의 집착이라니.

그게 나인채로 두는 게 정말 좋니?
이제는 좀 치워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

“마음이 어수선할 때는 방청소를 하라.”
괜히 있는 말이 아닌 듯하다.

마음을 정리하면
방을 치우게 될 것이고,
방을 치우면
마음도 정돈될 것이다.


"마음을 비워? 웃기시네~

방이나 치워, 이 xx년아"

했던 누군가의 소리가 진리의 명언처럼 다가온다.

나는 요즘,
먼저 몸을 움직이길 택하고 싶다.
제 속에 있는 어수선한 굴왕신을
연민으로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니, 지금은
'모짝모짝'
힘내세.



Q for You


당신 마음속에서 ‘굴왕신 같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런 마음을 마주할 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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