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줍기. 프롤로그

산책하듯 단어를 줍다.

Title

산책하듯 단어를 줍다.


안경을 쓰다
국어사전을 펼치다
처음 보는 단어에 머물다
새로운 나를 만나다




단어 줍기의 의미


국어사전은 두껍다.

우연히 펼치는 페이지마다, 거의, 생전 처음 보는 말이 들어있다.

습관처럼 쓰는 말인데도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내가 무심코 쓰는 단어를 인식하고

'어? 이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이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금방 와닿는다.


그렇게 생소하고 낯선 말들을 만난다.

ㄱㄴㄷ 순서 상관없이,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아무렇게나.

아무 의도 없이

'만나지는' 단어를 기록하고 싶다.


생전 처음 보는 말,

이제야 제대로 뜻을 알게 되는 말,

잠시 우연히 나를 사로잡는 단어들을 산책하듯 만나고 싶다.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잠시 멈춰 선 자리, 자기 계발과 성장을 위한 루틴 강요가 지겨운 사람들

'미안하지 않습니다만,
당신의 성장 이야기, 우울증 극복 이야기엔 별 관심이 생기지 않습니다.'
마음이 솔직히, 그러한 사람들

낯선, 친근한, 새로운, 소소한,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 날카롭게 때론 스미듯이 등의 담백한 수식어에 끌리는 사람


프롤로그.

이 공간을 기획한 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작은 의지로나마 꼬물락 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았던 모양이다. 아무 페이지나 펼친 국어사전 속에서, ‘생전 처음 보는 단어’를 만났다.


순간, 하나를 찾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디지털 기계로는 불가능하다.'

스마트폰 속 사전은 내가 이미 ‘기억하는 단어’를 입력해야만 그 뜻을 보여준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쓸데없이 두껍고, 무식하게 무거운 종이 사전은, 내가 존재조차 몰랐던, 기억하지 못한 단어를, 그저 우연히, 조용히, 아무 의도 없이, 내게 건넨다.


때론 가볍고 부드럽게

때론 무겁고 날카롭게


그 낯선 단어 안에서, 내 마음 한 귀퉁이가 움직이는 걸 느낀다. '지리멸렬'에 빠져버린, 하루란 시간 속에서, 바늘구멍의 1/100만큼은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다.


이 공간은 '우연히 만난 단어'에 대한 짧은 기록이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왜 쓰지도 않는 국어사전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이 질문에 변명이 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부터 수십 년간 버리지 못한, 구퉁이 처박템이던 국어사전을, 눈이 나빠지고 안경을 맞춘 후에야 다시 펼친다.


아이러니다.

눈이 나빠진 서글픔과

안경을 쓰자 깨알 같은 단어들이 보이는 기쁨의 공존이라니.

감정은 절대, 한 단어로 정의되지 않는다.


국어사전을 펼치며 나는,

새로 보이는 작은 글씨들이 주는 기쁨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려 한다.


그렇게 작은 마음으로 일어선다.


말숲을 산책하며,

예쁜 낙엽을 들어 올리듯 단어를 줍는다.




들러주신 분들께


***이 연재의 모든 표현과 콘셉트는 마음트래블러에게 귀속됩니다.**
ⓒ 마음트래블러 단어줍기


* 하루 한편 연재글이 50개를 넘어선 기념으로 브런치북 1호를 만들었습니다.


* 브런치북은 30개밖에 담지 못하네요.

브런치북에 담긴 글은 넘버링을 뺐고, 일반 게시글에 넘버링을 달고 계속 연재 중입니다.


* 100개 단위로 계속 단어줍기 단상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100개까지는 매일 발행해보는 것에 도전 중입니다.


* 마음에 닿는 단어를 기록하며 소통하고자 합니다.

하루 한 걸음씩 천천히 시작됩니다.

지금의 공감이 조용히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