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감정예보

by 김소브

제가 사는 부산에는 이틀간 비가 내렸습니다.

다른 때보다 비가 부족했던 여름을 보내서인지 반가웠어요.

크리스마스이브에 눈이 오지 않는 부산은 비로 젖었습니다.


강아지 산책을 하며 비가 참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가 막 그친 겨울의 길은 소리가 줄어 고요했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내 머리 위를 지나가며 복잡한 생각들을 씻어주는 것 같았어요.


어릴 때 엄마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엄마는 눈이 좋아, 비가 좋아?”

“비가 좋지. 비가 내리면 도시가 깨끗해지잖아. 그래서 엄마는 비가 좋아.”


저는 그때 눈을 더 좋아하는 어린이였습니다.

비 오는 거리를 내다보거나 홀로 조용히 길을 걸을 때면 항상 그 대화를 떠올렸습니다.


엄마의 말은 쌓이는 눈처럼 서서히, 어느새 내 마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쩐지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았어요.

엄마가 말하던 그 비를, 이제는 저도 좋아하게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