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본 코로나 라이프
작년 한 해 동안 집에 있는 물건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살고 계신 그 분은 집에 있기가 답답하셨는지 물건들을 하나씩 ‘당근마켓’이라는 앱에 올리기 시작했고 하찮아 보이던 중고 물품들은 꽤 쏠쏠한 가격으로 빠르게 팔려 나갔다. 하지만 나와 함께 살고 계시는 그 분은 사진을 업로드하고 구매를 희망하는 분과 채팅 하는 것 이외에는 도통 흥미를 느끼지 않으셨는지 나는 늘 그 분이 쥐어 주는 쇼핑백을 들고 생전 처음보는 사람을 찾아 나서야 했다.
그런 경험 중 한 가지 재미있었던 건 나오는 상대도 나와 같은 처지인 경우가 더러 있었다는 것이고, 더 재미있었던 건 상대도 딱히 그게 무슨 물건인지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확인해 보실래요?”하면, 상대는 “맞겠죠, 뭐” 그리고 이어서 “저 그리고 사실 이게 뭔지도 잘 몰라요.”라는 우스운 대답이 돌아왔다. 왠지 함께 술이라도 한 잔 하면 잘 맞을 듯..
내가 언젠가 당근마켓을 왜 하냐고 그 분께 여쭤본 적이 있는데, 간단명료했다. “재미있어서”
재미,.. 재미라.. 무엇이 그토록 재미있을까. 그리고 그 재미는 왜 지금 이렇게 빛을 발했을까.
나는 이 문제를 풀어 보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했고, 그 안에서 몇 가지 근사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정체되었던 2020년의 1년 동안 사람들은 “재미”라는 단어를 생각보다 꽤 많이 언급했다. SNS 데이터를 통해 2020년 1년 동안의 감정 변화를 추적해 보면 1~2월에는 무섭다/두렵다, 3월~6월 정도까지 가면 답답하다, 그리고 그 다음에 ‘재미’라는 단어가 나온다. 물론 이 모든 감정들이 코로나 확산세와 함께 무수히 많이 반복해서 일어나지만, 대체로 보면 공포에서 분노로 갔다가 답답함으로 변화되고 다시 안정을 찾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던가. 아무리 척박해진 환경이라도 그 안에서 늘 다른 재미를 찾아내고야 만다. 다른 어느때보다 작은 부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이다.
두 번째는, 당근마켓이 ‘관계’를 맺어주는 플랫폼으로서 활용되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관계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사회적 관계는 격리당하고 가족 관계는 더욱 가까워졌다. 하나가 빠진 만큼 하나가 채워진 것은 분명한데, 관계라는 게 무엇 대신 무엇을 채울 수가 없는 것이다 보니 채워진 것은 과하다고 느끼고, 비워진 것은 채우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즉, 비워진 사회적 관계를 채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당근마켓이 된 셈이다.
당근마켓이 주는 친밀함의 원천은 ‘동네’라는데 있다고 한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 심리적 거리도 가까워지는 게 정설이다. 몸이 닿으면 마음도 닿는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 동네 주민이라고 생각하니 아무리 불특정 다수라고 할지라도 친근하게 느껴지고 그 사람들이 모여 있는 플랫폼은 그 자체로 동네 슈퍼 같은 이미지가 투영되게 된다.
‘동네’라는 특수성 때문에 밖을 나갈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낯선 사람을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재미’까지 보장하며, 만나는 시간도 부담스럽지 않게 매우 짧다. 더군다나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나에 대한 보호막도 쳐져 있는 셈이다. 정말 완벽하지 않은가?
물론 중고거래가 늘 그렇듯 아무리 동네라고 할지라도 안전성에 대한 부담도 있다. 그래서인지 나와 함께 살고 계신 그 분은 항상 나를 출동시키면서도 만남의 장소는 거의 경찰서나 지구대 앞으로 잡는다. 나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인지 상대방을 안심시키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상대방의 거래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나눔’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는 데 있다. 이건 내 관점인데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카페와 당근마켓을 구분하자면, 중고나라는 ‘거래’의 느낌을 주는데 비해 당근마켓은 ‘거래+나눔’의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나는 물건을 팔아도 아쉽지 않을 만큼의 돈을 받고, 상대방은 싸게 잘 샀다는 느낌이 들정도의 돈을 지불하는 것은 동일한데도 당근마켓 이용자들은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처분한다”는 느낌보다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나눈다”는 느낌이 서려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는 비단 판매자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구매자 역시 스스로 “득템”, “싸게 잘 샀다”라는 후기를 진심으로 남겨주며 실제 물건을 주고받는 거래 장소에서는 “감사하게 잘 쓰겠다”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해주고 떠난다. 내가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제품인데 말이다.
당근마켓에는 유독 쿨거래가 많다. 내가 처음에 거래를 위해 출동할 때에는 물품을 꼼꼼하게 포장하면서도 구매자가 현장에서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넉넉한 쇼핑백에 담아가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구매자들 열에 아홉은 물건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쇼핑백을 그대로 들고 갔다. 물론 앞서도 언급했듯이 그 역시 같이 사는 분의 명령으로 출동했으니 그럴 법도 하지만, 물건을 구입하고 돌아간 후에도 예전의 중고 거래 때보다는 만족도가 훨씬 높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SNS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당근마켓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에게는 묘하게 ‘주변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다’라는 뉘앙스가 묻어 나온다. 이는 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나는데 비용을 책정하고 구매자로부터 돈을 받지만(거래임에는 분명하지만) 내가 필요 없어서 판매할 때의 비용보다 적게 책정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판매자에게는 그 부분이 일종의 “선의(善意)”가 된다. 구매자 역시 가급적 저렴하고 깨끗한, 성능 좋은, 구입한지 얼마 안 된 제품을 구입하고자 소위 ‘존버’하며 앱을 수시로 드나들지만, 막상 구입할 때는 최대한 상대방과 친밀하게 소통하고자 노력하며 판매자를 안심시키려 노력하고 아름다운 수식어로 후기까지 마무리한다. 구매자에게는 이 부분이 그들의 “선의(善意)”다.
나는 이 부분이, 당근마켓이 코로나 시대에 성공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둡고 긴 터널속에서도 재미를 찾으려는 각고의 노력과,
사회적 관계의 끈을 차마 놓지 못하던 마음, 그리고 거래속에 감춰진 나눔.
이 세가지 요소로 당근마켓은 코로나 기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2015년 사업을 시작한 당근마켓은 2017년 월 방문자 수 50만 명을 돌파했고, 2019년에는 월 방문자 수 300만 명을 돌파했으니 3년 만에 6배의 성과를 냈으며 1년 평균 2배씩의 성과를 올린 셈이다. 이것도 대단한데 2020년 6월이 되자 월 방문자 수는 800만 명으로 폭등했으며, 불과 3개월 뒤인 9월에는 1000만 명이 되었다. 1년 만에 과거의 성과를 무지막지하게 뛰어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가 시작된 후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우리들은 집 안의 모든 부분을 꼼꼼하게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촉발된 소비는 가전과 가구, 인테리어, 반려식물 키우기 등으로 퍼져 나갔고 급기야 ‘중고거래’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계기로까지 작용했다.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집에 있다 보니 중고제품을 처분하고 싶어서”, 혹은 “집에 있다 보니 필요한 물건이 생겨서”라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나는 그에 한 발 더 나아가서 ‘나눔’이라는 사회적 관계에 대한 숨은 니즈(Needs)가 작동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물건을 처분하거나 구입하고자 했다면 굳이 동네 거래를 선택할 이유는 없다. 이왕이면 한 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게 판매자의 욕구이고 그러려면 왠지 동네보다는 더 낯선 지역의 불특정 상대와 거래하는 게 차라리 이득일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인해 불특정 다수와의 만남이 꺼려지기만 했다면, 불신이나 혐오의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면, 직접 만나서 거래하는 비중이 높은 당근마켓의 플랫폼은 차별화될 수 없다.
사람들은 나에게 가끔 중고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 같은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다. 그 질문에는 ‘계속’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도 필요하고 ‘중고시장’의 범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지만 나는 일단 “그렇지 않을까요?”라는 대답을 주로 쓱 내민다.
그런데 그 성장 전망의 이면에는 꼭 ‘중고’라는 쇼핑 형태의 특성만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즉, ‘사람들이 중고 제품을 계속 선호하고 내다팔게 될 것이다’라는 것은 사실 누구도 알지 못한다. 내 관점은 ‘중고’라는 아이템을 매개로 소소하게 타인과 소통하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그러면서 상호 거래에 대한 부담과 불신을 완화시킬 수 있는 그 무엇이 여전히 중고거래라는 플랫폼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우리의 삶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