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재발견, "공간"

빅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본 코로나 라이프

by Maven

빅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본 코로나 라이프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원래도 우리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었는데 이제 보니 그건 축에도 못꼈나 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작년 한 해 가장 큰 수혜를 본 산업을 꼽으라면 단연 '배달음식'이었을텐데 그에 못지 않게 호황을 누린 분야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인테리어'.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다른 장에서 좀 더 깊이있게 다룰텐데 우선 여기서는 배달과 인테리어를 촉발시킨 '집'에 대한 얘기들을 해보려고 한다.


나는 작년 한 해 K방역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집에 있는 시간이 갑작스럽고 급격하게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 안에서 벌어진 모든 생활상들이 이미 대중적으로 익숙한 문화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먼저 언급했던 '배달음식'이라는 문화가 우리는 이미 너무 익숙했고 산업적인 인프라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잘 갖춰져 있었다. 홈트레이닝을 의미하는 홈트나 홈엔터테인먼트, 혼술, 혼밥, 집콕 같은 용어들은 이미 익숙하다못해 한물 간 트렌드로 치부될 때도 많았다. 그러니 답답하기는해도 못할 정도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 외에 재택, 온라인학습, 가드닝, 플랜테리어 등도 빈번하지는 않았지만 워낙 존재한지가 오래되다 보니 받아들이기에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우리가 그것을 트렌드로 인정하고 널리 회자하는데 있어 가장 첫 단계는, 그 트렌드를 지칭하는 용어가 생겨나고 그에 공감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있다고 생각되는데, 우리가 포스트코로나로 언급하는 대부분의 용어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트렌드로 수용되기에 그 어떤 현상보다 수월했다는 것이다. 그것을 트렌드로 인정하고 나면 행동하기 훨씬 수월해진다.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되는 보편성이 상호 인정되기 때문이다. "요즘 다 이렇게 하니까.."라는 마음 말이다.




그런데 사실 이 이면에는 과거와 다르게 자리잡은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집 안의 "공간"에 대한 개념이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변화된 집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건, "~겸"이라는 의존명사의 확산이었다. 여기서의 "~겸"은 '아점(아침 겸 점심)'에서의 그 '겸'이다. 앞 뒤의 명사들이 나타내는 의미를 아울러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


집의 공간을 얘기할 때, 그 공간을 활용하여 무엇을 해보고자하는 의지를 표현할 때, "~겸"이라는 단어를 자주 얘기하는 특성이 보였다. "침실 겸 서재" "주방 겸 카페" "거실 겸 놀이방". 복합공간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제까지의 집 안 공간은 물리적인 구분이었다. 벽이나 문을 사이에 두고 있으면 그건 다른 공간이 된다. 그리고 그 공간은 초기 구성 목적에 최대한 부합하는 용도를 갖게 된다. 싱크대가 있으면 주방이고, 소파를 놓을 곳은 거실이 된다. 침대가 들어가면 침실이 된다. 물론 한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상황은 과거에도 있었다. 침대에서 잠을 자고 책을 보고 게임도 하고 TV를 보면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도 한다. 이미 침실이 거실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서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복합공간(Multi-Plex)'라고 떠들어댈까. 집에 있으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거 아냐?

핵심은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데 있다. 행동하는 것과 말하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행동을 하더라도 입밖으로 내지 않으면 대중화, 보편화가 되기 어렵다. 그것은 양지가 아니라 음지가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많이 쓰는 "샤이(Shy)~"가 될 뿐이다.


즉, 침대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책을 읽고 게임을 하고, 하루 종일 그렇게 있더라도 침실은 침실이다. 침실을 재택이 가능한 공간으로 책을 좀 더 잘 읽을 수 있는 서재로 꾸미겠다는 얘기나 의지는 가지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침실 겸 서재"라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물론 겸 뒤에 붙는 역할이 서재가 될 수도 있고 정원이 될 수도 있고 놀이방이 될 수도 있다.)


집안에서 물리적으로 구분된 "공간"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은 실제 내가 하루 왠종일 머물러 있어도 그게 보편적이지 않다면, 즉 어쩌다 한 번 '집콕'을 하는 경우라면 물리적인 공간의 배치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나는 그날 하루만큼은 게을렀다라고 생각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휴식과 힐링을 넘어 "삶의 터전"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적어도 하루 8시간 이상을 "생업의 시간"이나 "학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집의 물리적인 공간에 따라 이동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귀찮아진다.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에서 아침을 먹고 서재나 공부방으로 불리는 그 곳에 들어가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저녁 6시가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소파로 이동해 TV를 본다...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가급적 내가 자주 머물고 편한 공간에 여러가지 역할을 부여하게 되며 또 꾸미려는 경향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Base가 된다는 것이다.

재택을 할 때 가장 많이 재택으로 꾸미는 공간이 굳이 어디인지를 묻는다면 통계를 내어 답해줄 수는 있지만, 이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인식에 따라 달라진다. 어린 자녀가 있는 공간이라면 이미 놀이방으로 꾸며 놓은 거실 한 켠에 작은 책상이나 노트북을 배치할수도 있고 주방에서 하는 일이 많다면 식탁을 이용할수도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침실이 서재나 공부방이 될수도 있다. 이들이 복합공간을 꾸미는 데 있어 중요하게 두는 가치 중 하나가 '최소한의 이동'이기 때문이다.




공간을 얘기할 때 재미있는 지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공간에 대한 정의인데, '공간'의 사전적 의미는 '비어있는 장소'이다. 여기서 비어있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데 하나는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말하며, 다른 하나는 '틈'이다. 물건과 물건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장소를 얘기한다. 영어로 치면 Universe, Space, Room이라는 개념이 있고, 이와 다른 의미로 "Gap"(between)을 얘기할 수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지금 집에서 벌어지는 공간 활용은 이 Gap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인테리어 측면에서 볼 때 그동안 미뤄두었던, 혹은 새로운 목적 하에 리모델링이나 시공을 하는 수요도 높아졌기는 하지만, 그건 코로나의 장기화를 인정하기 시작했던 작년 여름 이후에 주로 나타난 현상이고, 코로나 확산이 시작되며 갑작스럽게 집에 머물게 된 초기의 사람들은 틈새 공략에 나섰다. 언제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작은 변화를 준 것이다. 물론 그 이후 장기화를 인정하게 되면서 변화된 공간이 안착하기 시작했지만.



이렇듯 집을 중심으로 한 공간의 변화는 우리에게 많은 심리적 변화와 행동의 변화를 촉구했다. 우선 답답함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점차 안정적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심리적으로 안정되니 행동이 변하기 시작한다. 바로 인테리어에 대한 변화이다. 이 부분은 다음 장에서 또 차근히 풀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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