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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ven Jul 03. 2021

"오늘 저녁 뭐 먹지?" 빅데이터 분석

밥상을 차릴거야, 배달 시킬거야, 외식을 할거야?

소비자 언어인, 텍스트 데이터(Text Data)를 다루는 빅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 있다.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핵심 키워드'를 발견하는 것인데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검색 키워드는 이거다.


"오늘 저녁 뭐 먹지"


실제로 사람들은 딱 저 형태로 포털에서 검색을 한다.

그리고 해당 키워드는 코로나 이후 극명하게 검색량이 치솟았다.




물론 "오늘 저녁 뭐 먹지?"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

집에서 밥을 차리겠다는 것인지 / 배달을 시키겠다는 것인지 / 외식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포장을 하겠다는 것인지..


그런데 이 검색어를 보다가 한 가지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왜 "뭐  먹지?"라고 검색하지 않지?


내가 어릴 때 어머니께 늘 듣던 말을 떠올려 보면,

"오늘 뭐 해 먹을까?"나 "밥상 차려놨으니까.." 였다. ('해 먹는다' / 그리고 '밥 상을 차린다'.)


이제 밥은 '해' 먹는게 아닌가보다. 




어쨋든 돌아가서.


집에 있는데 누가 "오늘 뭐 먹을래?" 이렇게 묻는다면. 세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해먹는다 / 배달시킨다 / 나가서 먹는다

(아니면 "니가 나가서" 사온다 도..)


그러면 우리는 주로 메뉴만 얘기하면 된다.


예전에는 "뭐 먹을래?" "저녁 언제 먹을래?"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면

"집에 뭐 있는데?"했다가 등짝 스매싱을 맞았지만

요새는 집에 뭐 있는 게 중요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근처에 널린 게 마트나 식당이고 심지어 배달앱을 켜기만 하면 되니까.




그런데 여기서 또 궁금한 게 있다.


배달음식이 언제부터 이렇게 각광을 받았을까.

예전에는 배달음식이라고 하면 '중국집', '피자', '치킨'만 떠올리기 일쑤였고

그래서 그렇게 건강하다, 잘 먹었다는 느낌보다

끼니를 떼운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말이다.


배달음식은 절대 해먹는 음식이나 외식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었다.


배달음식이 지금처럼 다채롭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고

배달음식의 퀄리티가 높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고

왠지 덜 위생적인(?) 이미지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편의점의 혜자도시락이 인기를 얻고난 이후

노브랜드나 피코크 같은 가공식품 전문 브랜드들이 생긴 이후

온라인 배달주문 플랫폼이 생긴 이후


우리는 배달음식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햇반만 데워도 손사레를 치셨던 부모님들이

이제는 "사먹는 게 더 싸고 좋으니까"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 시대가 된 것.




코로나 시대를 맞아 배달 시장이 급성장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배달 시장의 성장을 단순히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서..라고 해석해도 될까?

본질은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 아니라

집에 있어도 꽤 맛집에 준하는 음식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어서

라고 생각하는 게 어쩌면 더 합당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시간'은 그저 더해진 것일 뿐.


생각해보자. 집에만 있는 것도 답답해 죽겠는데

편리성만 따져서 매일 맛없는 음식만 먹어야 한다고 하면? 매일 컵라면만 먹으면?

그것만큼 우울한 게 없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서 '건강' '자기관리'는 핵심 수요이므로

단순히 귀찮아서, 편리해서,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로 배달 음식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배달음식의 서비스가 조금만 틀어져도 더 악플을 다는 것이다.

배달음식이라서 매장음식보다, 매장서비스보다 떨어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으니까.

그리고 집에 있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집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있으니까.




배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배달 음식을 시키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코로나로 인해 배달음식에 대한 접근성, 필요도가 자연스럽게 상승했지만

배달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가 오히려 더 높아진 것은 아닐까?


배달음식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는 얘기가

어쩌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로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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