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ven Oct 24. 2021

빅데이터 분석에 '스토리'가 필요한 이유

스토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흐름이다.

데이터와 관련된 고민들을 들으면서 어떤 질문 하나에 꽂혔습니다.


"왜 제가 활용하는 데이터는 제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걸까요?"


제가 말씀하신 분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왠지 상당히 공감이 갔습니다.

맞아요.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이라면 늘 이런 고민을 했을법합니다.

데이터를 정리하다보면 가끔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어요.

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인지, 데이터에 맞게 내 주장을 조정하는 것인지.


또 이런 고백도 있습니다.


"저는 가끔 제 주장에 맞게 데이터를 '조정'하기도 합니다."


맞아요. 내 입맛에 맞게 데이터를 조금 만지기도 합니다. ^^;; 

물론 여기서 조금 표현을 순화한 것인데요. 사실은 조정이 아니라 조작이 아닌가.. 

스스로 책망을 하기도 하죠.


이런 저런 얘기들을 접하다보니, 한 가지 방책이 떠올랐어요.

여러분, 스토리입니다. 스토리가 있으면 주장할 수 있어요.

데이터 조작 말고 정말 조정을 조금만 하면 됩니다.





'스토리'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계신게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잘 들리게 조정하는 스토리 작업이 마치 누군가를 현혹하는 '사기'같은가 봐요.


그런데 사실 스토리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가장 적당한 시간 안에

잘 전달하고자 하는 '조율'과 같습니다. 흐름이에요. 거짓말을 보태는 이야기 꾸미기가 아니라

어디에서 강조하고 힘을 뺄지 조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앞서 가설을 얘기했더니 많은 분들이 가설의 검증을 바로 생각하시더라고요.

가설은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기초 작업입니다. 내가 다음 단계로 편하게 이동하기 위한 수단 같은 것이죠.

절대 다른 사람에게 일일이 가설과 검증을 보여줄 필요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가설은 궁금증이거든요. 그리고 그 궁금증은 럭비공 같습니다.

흐름을 타지 않아요. 이리 저리 궁금한 것들이 수준과 정도를 가리지 않고 튀어다니죠.


그래서 이것 저것 데이터를 막 보기 시작하는데, 정리는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데이터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한정되어 있는데

마구잡이로 얘기할 수 없으니 조금 정돈을 하는 것이죠. 그걸 우리는 스토리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순서'를 강조했더니 또 많은 분들이 전통적인 '흐름'을 따르더라고요.


시장 환경 - 경쟁사 동향 - 자사 위상 - 솔루션 등..


물론 이런 순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순서로 데이터를 정리할 수 있는 분들도 사실 많지 않아요.

제가 그냥 저렇게 4가지 단계를 써 놓기는 했지만, 저런 흐름은 사실 보고서 작성 기법임과 동시에

소비자를 들여다 보는 프로세스거든요. 즉, 이론이라는 겁니다.


저런 이론을 이해하고 계신 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저렇게 문서를 정리하기도 정말 쉽지 않아요.


그런데 그런 걸 얘기하려는 게 아니라, 오늘은 조금 다른 흐름을 얘기해 보고 싶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은요, 보고서의 흐름하고 다릅니다.


우리가 어떤 영화를 보고 나와서, 그 영화가 어땠는지 영화를 보지 않은 친구에게 

얘기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떻게 얘기할까요? 기-승-전-결의 과정을 거칠까요?

아닙니다. 그냥 생각없이, 두서없이 흐르는대로 얘기하겠죠.


"첫 장면에 어떻고, 그 다음 장면은 뭐가 나오고, 그래서 주인공이 약 5분쯤 후에 등장하는데..."


등의 얘기가 아니라


"나는 액션이 참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 레이싱 장면이 있었는데 와.. 이건 뭐 죽이더라고

 근데 내가 코로나 이후로 극장에 처음 갔잖아. 그 극장이 유독 사람들이 없는거야, 예약이 필요없더라고"


순식간에 주제가 바뀌었습니다. 기승전결 따위 없죠.

영화, 즉 컨텐츠를 얘기하다가, 극장, 즉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들어요. 재미있고 컨텐츠 뿐만 아니라 극장 환경도 재미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 이건 대화잖아요.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듣고 싶은 말을 듣습니다.

이렇게 20~30분을 얘기하면 어떨까요? 지루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보고서에서 스토리를 얘기하면 왜 지겨울까요?

왜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고작 20분이 2시간 같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순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상되는 순서 말이죠.


시장 환경 - 경쟁사 동향- 자사 위상 - 요약 및 결론



이 순서를 서로 외우고 있기 때문이에요.

원하는 이야기가 가장 마지막에 나올 거란걸 아니까 내가 실컷 열심히 준비해서 발표하는데

전화기나 만지작 거리는 거죠. ㅋㅋㅋㅋㅋ



스토리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순서입니다.

순서가 중요하지 않은 순서 같은 것이에요.


데이터 분석을 할 때도 이런 무작위한 흐름,

그렇지만 내가 가장 잘 아는 흐름으로 얘기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실력이에요.



그러면 내 주장을 설득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요?

흥미롭게 얘기하면 됩니다. 기승전결 없어도요.


그럼 어떻게 얘기하는 게 가장 흥미로울까요?


순서 없이 얘기해도 된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그건 조금 쉽겠네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렇게 신나서 설명하려면 발표자가, 즉 전달자가 그 분야에 대해서 빠삭해야 합니다.


문서를 보지 않고도 설명할 수 있다...의 다른 말은

문서보다 내가 하는 말이 더 중요해!! 입니다.


보통은 문서에 적어 놓은 게 중요하니까 최대한 다 설명해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꾼들은 문서에 적어 놓은 건 너무 당연한 생각이라서 굳이 외울 노력 따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서의 내용을 외우려고 하기보다

좀 더 내 안의 여러 지식들을 채워서 내것으로 얘기를 하려고 하죠. 


스토리는 그런 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설'을 지배하는 자가 빅데이터 분석을 지배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