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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좀 얘기해주세요"

데이터 분석 비즈니스가 어려운 이유

by Maven

한 때 맹신하던 말이 있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다"


관련해서 한가지, (예전에 어딘가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을 구상할 때

청소하시는 분들께 일단 짧고 간단하게 설명을 해 본다는 것이다.

업계와 전혀 상관없는 분들에게도 설명이 되고 납득이 되면 추진을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면 다시 구상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과 내용이 꽤 멋져보여서 많이 써 먹기도 했고 (실리콘밸리지 않은가!)

스스로도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에 머리를 굴렸다.





그런데 요즘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기술을 무조건 쉽게 설명하는 게 맞는건가.

하나의 전문 지식이 숙지되기까지 수많은 용어와 이론에 대한 숙지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걸 비전문가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우선 말이 되는 것인가.


그리고 그런 전문적인 영역을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게

개인의 능력 부족, 역량 부족으로 치부되는 게 맞는건가..




예전에 유퀴즈에서 어떤 수학으로 상을 받으신 분이 출연하신 걸 봤는데

사회자가 "어려우시겠지만, 일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 물으니


아주 단호하게 "쉽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설명하지 못한다" 라고 하시는 걸 들었다.

정확한 문구는 아니지만, 이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아 왜 나는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


마치 한국에 온 외국인이 영어로 길을 물어보면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이 당황하는 것처럼,

비전문가가 쉽게 설명해달라고 하는 말을 듣고, 설명하지 못하는 나를 책망했다니.




지금은 기술이 아주 중요한 시대다.

그냥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고, 기술이 변화하는 시기에 기술이 중요해진 경우다.

그런 경우에는 기존의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


그런데 기술이 중요해졌으니까, 기술에 대해 쉽게 설명해보라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냥 호기심으로 묻는 거면 다행인데, 그렇게 묻는 사람들은 꼭 윗 사람들이다.

그래서 잘 대답을 해야하는데 이게 이해시키기가 참 쉽지 않다.


어려운 기술을 설명하는 용어도 어려운 기술 용어이기 때문이다.



해당 기술이 아주 중요해서 납득을 시키고 추진을 해야하는데

의사결정자가 해당 기술을 이해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니

그만큼 사업의 속도 또한 더뎌질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아주 작은 회사에서부터 아주 큰 규모의 회사까지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데이터 비즈니스는 단순히 데이터를 잘 분석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활용해 어떻게 비즈니스화 시킬 수 있을지, 어떻게 돈을 벌지를 구상하는 일이다.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팔 수도 있고,

데이터를 가공해서 웹사이트 같은 솔루션에 담아 팔 수도 있다.

아니면 굳이 데이터를 팔지 않고도 내부 다른 업무에 효율적으로 사용할수도 있다.


이럴 때 데이터 분석가들은 이런 분석 기법을 적용하면 좋지 않을까 의견을 내거나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어떨까, 혹은 이 데이터를 이렇게 가공하면 어떨까 의견을 내는데

우선 이 데이터가 어떻게 쓰여지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기법으로 적용이 가능한지, 어떤 데이터와 융합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해야 하는데

그것만 하더라도 지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단계를 넘지 못하면, 의사결정자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분석 방법론이 나오고

비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나온 방법론이기 때문에

전문성이나 차별성이 아주 얕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탄생한 데이터 먹거리, 비즈니스는 결국 시장에 나가 전문성이나 차별성을 얻지 못하고 사장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가.



새로운 휴대폰이 나왔을 때 이전 휴대폰 대비 나아진 게 별로 없다고 비판하는 유튜브를 보다가,

"개발자분들 일 안하시나요? 소비자 말을 들으세요!"라는 유튜버의 외침을 들으면

문득 이런 생각과 상상이 든다.


다 알겠지 그 분들도.. 근데 안 먹혔겠지...

그렇게 하면 단가가 얼마인지 설교를 듣다가,

이렇게 하면 정말 시장점유율을 넓힐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추궁을 들었겠지.

그러고 나면 그래 그냥 말자...




쉽게 얘기하는 것, 정말 중요하다.


대화하자고 하면서, 설명해 준다고 하면서 어려운 용어만 잔뜩 나열하는 걸 보면 나도 불편하다.


하지만 모든 걸 쉽게 설명할 수는 없지 않은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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