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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글을 쓸 수만 있다면.

브런치와 함께 이룬 꿈 & 이룰 꿈에 대한 기록

by Maven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건 돌파구였다. 내 인생의 답답함에 대한 돌파구.

10년 넘게 한 분야에서 일을 했지만, 내 인생은 여전히 고요했고 무기력했다.

그 옛날 GOD의 노래처럼, "빛이 보이지 않아, 내게 있는 건 성냥 하나와 촛불 하나"였다.


여전히 의욕이 넘쳤지만 들어주는 곳은 없었고

남들과 다른 무엇이 있었지만 차별점은 희미했다.


이미 많은 것들을 쏟아 부었지만 이뤄낸 것들은 없었고

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아지니 건강도 안 좋아졌다.


그 때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주로는 내 전문 분야인 '데이터 분석'에 관한 글이었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론이나 관점, 그리고 방법과 사례같은 것들이었다.

갈증이 씨앗이 되었다.

말로 하면 재미없고 길어져 듣기 싫은 지식과 경험들을 마음껏 글로 옮기며 분을 풀었다.


지식을 풀어내는게 힘에 부치면 감정을 실은 글을 썻다.

브런치가 좋은점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내가 쓰는 글이 더 솔직해지고 감정적일 수 있었다.


글이 쌓이다 보니

단순히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일반 독자들 외에도

새로운 제안을 하는 곳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시작은 어느 공영방송사의 저녁 뉴스 취재 기자였다.

2019년 하반기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 현상'을 데이터로 분석한 글을 썼는데

해당 내용을 기반으로 방송 인터뷰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난생처음 뉴스에 내 얼굴이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코로나 시대'를 분석한 글과

'대통령 선거'를 분석한 글이 관심을 받으며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사들과 인터뷰하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버릇이 생긴 덕에

회사 홍보사이트의 일부를 맡아서 각종 데이터 관련 글과

자체 분석한 분석 보고서들을 무료로 공개했는데,


이걸 인정받아서

2022년에 한 대회를 통해 '문화체육부장관 표창'까지 수상하게 되었다.


그런 경험이 하나 둘 쌓이며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강의 요청이 들어왔고

가끔씩 컨퍼런스나 세미나에 초대되기도 하면서 나만의 이력을 채워갔다.


작년에는 책도 한 권 발간했는데

브런치 글을 본 출판사 기획자 님이 연락을 주셔서 성사된 일이었다.


6개월동안 거의 모든 밤 시간을 쏟아 부었던 책이 나오던 날,

집으로 보내주겠다는데도 굳이 직접 인쇄소로 달려가 몇 권의 책을 받아왔다.

그 날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지난 5~6년 동안

가능할까 싶었던 모든 일들이 브런치에 글을 쓰며 이뤄졌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내 필명은 "Maven"이다.

전문가, 권위자, 애호가라는 뜻이 있는데, 이에 덧붙여

"단순히 잘 아는 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

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브런치에 쓴 글은 총 276편이고,

최근 5~6년 동안 대략 1년에 50개 내외, 한 달에 4~5편 정도를 쓴 기록이다.


어느새 글은, 내가 쏟아 부었던 시간만큼 충분히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




지금? 나의 지금은 다시 또 정체되어 있다.

한동안 휘몰아쳤던 나의 모든 일들이 지금은 고요함과 답답함으로 회귀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글을 쓴다.

글을 쓰면서 나의 답답함을 뱉어내고 흘러가는 지식들을 놓치지 않으려하고

또 다시 생산적인 것들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체득하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글을 쓸 수만 있다면, 또 다시 나의 글이

내가 쏟아 부었던 시간만큼 나를 지탱해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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