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ven Sep 02. 2020

우리는 왜 SNS에 글을 올릴까?

당신이 오늘 올린 SNS 글들은 내일 '세상을 보는' 데이터가 된다

SNS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미 수 많은 논문들을 통해서 다양하게 해석되어 있다.

심리학적으로나, 사회학적으로나.. 이제는 그런 학문적 연구를 듣기에도 너무 일상이 되었기는 하지만.


나는 그런 학문적인 관점이 아니라(그런 얘기는 할 수도 없다), 데이터를 이해하고자하는 관점에서 사람들이 SNS에 글을 올리는 이유를 내 나름대로 몇 가지 얘기해보려고 한다. 늘 그렇지만 틀릴수도, 아닐수도, 억측일수도 있는 나의 직업적 경험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SNS에 글을 쓴다. 어떤 제품의 후기(리뷰)를 쓰기도 하고, 오늘의 일기를 적기도 하며, 누군가의 의견에 반박을 하기도하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막무가내로 누군가를 비난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글들이 모두 데이터가 된다.


이런 글을 생각날 때마다 SNS에 적는 이유는 '마침' 그런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말이기 때문에 쉽게 소멸될 것이라고 믿는다. 실제로는 글인데 마치 말로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어디에 남기는 글은 '기록'으로 남겨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더 일반적일 것 같은데, 의외로 SNS에서 남기는 글들은 마치 지하철에서 누군가에게 발을 밟혔을 때 무심코 내뱉는 상스러운 말과 같이 생각된다. 휘발될 것이라 믿는다.


물론 글이라도 휘발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내가 다시 돌아보지 않아도 되는.

결혼식장에 갔을 때 남기는 방명록이 그렇고 퇴사하는 친구에게, 전학을 가는 친구에게 롤링 페이퍼에 몇 자 적는 게 그렇다. (롤링페이퍼가 뭔지는 굳이 몰라도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내가 만든 나만의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트위터나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은 물론 말할 필요도 없고, 카페에서 쓰는 글 역시 내가 활동하는 나의 공간, 나와 유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어떤 얘기라도 편하게 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된다. 보배드림이나 디시인사이드같은 커뮤니티 역시 그렇다. 내가 만든 나만의 공간은 아니지만 언제든 들러서 가볍게 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집 앞 놀이터 같은 곳이다. 물론 늦은 시간이 되면 한 켠에서 다리를 떨고 있는 형들을 발견할수도 있지만 그 시간을 피하거나 그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으면 된다. 내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혹은 그 공간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룰'만 잘 지킨다면 내가 하는 어떤 얘기라도 쉽게 휘발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가 가장 편한 공간에서 마침 그 생각이 났기 때문에 아무 거리낌없이 글로 옮기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나의 글은 곧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머릿속에서 지워질 것이므로. 그래서, 찰나의 감정과 생각을 적기 때문에 내가 적는 글들은 솔직할 수 밖에 없다. 솔직하다는 게 꼭 나의 본심이라거나 세상을 보는 나의 관점, 가치관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내 감정에 솔직했을 뿐이라는 거다.


전세계적으로 마케팅 대부인 '필립코틀러(Philip Kotler)'는 그의 책, <마켓 4.0>에서 이런 현상과 관련해 이렇게 적었다. "소비자는 자신과 비슷한 입장의 소비자에게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경향이 있으며, 더욱이 자신 꾸며 놓은 환경 속에서 만큼은 마음속 깊숙이 담고 있는 걱정과 바람을 자연스럽고 분명하게 드러내게 된다.

(아, 참고로 마케팅이나 데이터분석에 관련된 직업을 선택하려고 한다면, 필립코틀러, 데이비드아커, 제니퍼아커, 알리스, 잭트라우트 같은 마케팅 대가들의 책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마케팅 관련 책들은 시간이 지나도 많이 읽히는 책들은 거의 정해져 있어서 몇 권을 읽어 놓고 필요할 때마다 반복해서 찾다보면 어렵지 않게 다양한 이론들을 습득할 수 있다.)


여기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라는 표현이 중요한데, SNS는 대부분 자신만의 공간이므로 가장 가까운 친구한테도 못하는 말들을 가장 솔직한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게 된다. 말을 돌려 얘기할 필요도, 길게 얘기할 필요도 칭찬을 받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또한 상대방의 반응을 보지 않아도 되는 흘러가는 말들을 온전히 아무 거리낌없이 내뱉는 공간이다.


이와 반대로 오프라인에서의 솔직함은 일종의 '무의식적인 방해'를 받는데, 바로 대중적인 의견에 동조하는 경향으로 대답하거나 의견을 얘기하려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두 가지 이론이 있는데,

하나는 독일의 사회학자인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Elisabeth Noelle-Neumann)'이 1974년에 제시한 <침묵의 나선 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이다. 여론이 쏠리는 현상이 나선형에 가깝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거기까지는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고,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과 같을 때 비로소 안심하게 되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 소수의견이라고 느낄 때는 침묵하고 매스미디어가 발표하는 의견에 동조하는 척 한다는 것이다. 언론의 기사가 사실은 소수의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이 마치 소수의견인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심리학적 용어인데 <사회적 바람직성에 의한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대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이론이 관통하는 사례로는 (이미 많은 매체와 전문가들이 다뤄서 지겹지만) 트럼프 당선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당시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앞선적 없던 트럼프가 실제로는 당선되었을 때 구글의 빅데이터분석팀은 이미 '구글트렌드'(구글에서 제공하는 검색어 추이 플랫폼)은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같은 주장을 나는 온전히 믿지는 않지만, SNS에 사람들이 글을 쓰는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꽤 적절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 구글의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Seth Stephense-Davidowitz)'라는 사람이 <모두 거짓말을 한다(Everybody Lies)>라는 책을 썼는데, 내용에 보면 오바마가 취임하던 당시 사람들은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이라는 말보다 '깜둥이 대통령'이라는 말을 더 많이 검색했다고 한다. 오바마 당선으로 인해 미국에서의 인종주는 사라졌다고 말하던 때였다고 한다. 여론조사로 드러난 민심과 SNS 상에서의 민심이 달랐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할 때는 "인종주의 철폐"를 외치던 사람들이 SNS 상에서는 "역시 대통령은 백인이.."라는 솔직함을 내뱉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나는 이런 구글의 주장을 맹신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만으로 함부로 대통령을 예측할 수 없듯이 SNS데이터만으로 대통령 당선을 얘측할 수 없다. 또 SNS에서 사람들이 솔직하게 얘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표심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억측이다. 두 지표 다 민심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구로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지 섣불리 예측 지표로 과대포장되어서는 안된다. SNS에서 많이 검색되거나 언급된 키워드가 무엇이든 실제 행동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상관성을 밝히기란 쉽지 않다.



SNS는 이렇듯 소비자가 어쩌면 가장 솔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이유가 SNS가 데이터가 될 수 있는, 기존의 다른 데이터와 차별화가 되는 지점이 된다. 이러한 SNS 데이터를 무조건 편향되어 있고 연예인 얘기가 많으며 순간적인 감정으로만 도배되어 있다고 치부할 게 아니라, 그 솔직한 말들을 어떻게 정제해서 유용하게 쓸 것인지가 꾸준히 연구되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셜데이터에 대한 "근거없는" 국내 역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