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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누기괄호 Feb 20. 2022

나대는 사람이 되고 싶다

Too shy한 나 자신

티타임즈라는 유튜브를 알게 되었다.

거기서 '실리콘밸리 대부가 본 '실리콘밸리의 MZ세대 한국인'이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키포인트 중 하나는, '한국 사람은 too shy해서 리더그룹으로 가기 힘든 경향이 있다' 였다.


뼈때리는 말이다.

외국계 기업을 다니고 있는 나도 이 부분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이 부분이 모든 한국인의 특성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런 too shy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아무래도 조직 내에서 자기 PR에 어려움을 겪을 경향이 크고, 또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니까 좀 더 움츠러드는 것 같다. 


이건 바로 내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부분이 더욱 와닿았던 것 같다.

나도 항상 무슨 의견을 내거나 질문을 할 때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찾아보고 시뮬레이션하고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이게 바보같은 질문이면 어떡하지?' '내 영어가 형편 없어서 부족한 영어실력이 탄로나면 어떡하지?' '이걸 보고 멍청하다 라고 느끼진 않을까?' 

매번 의견을 낼 때마다 내 안의 이런 고민들과 충돌하게 되는데, 고민을 하는 나도 매우 괴롭다. 이런 고민을 하다 두려움에 휩싸여 정작 의견을 내지 못할 때도 왕왕 있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큰 의미부여 없이 그냥 막 질문하고, 또, 혹여나 그 질문이 의견이 조금은 터무니없을지라도 하하하 웃고 넘어가는 사람이면 좋을텐데, 완벽주의 성향 때문인지 원래 타고난 태생 자체가 성격이 예민한지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날카로워질 때도 있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 집착한다거나, 잘 모르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날카로워진다거나, 혹은 반대로 너무 내 의견이 없다거나. 세련되게, 모르는 부분은 물어보고, 인정하고 배우고 나도 나이스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렵다. 


이는 조직의 문화랑도 연관이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이전 회사에서는 어떤 것을 모를 때 공개채널에서 질문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성격 상 초반에는 어려워했는데 갈수록 편해진 것이 맞다고 해야겠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팀원 간에 서로 편했던 것 같다. 내가 이거를 몰라도 저 사람들이 나를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물어봐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반응해줄 것이라는 확신. 같이 모르면 모르겠다고 말할 수 있는, 날 것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관계.


하지만, 지금의 회사에서는 공개된 자리에서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 두렵다. 아무래도 업계 내 경력자, 스마트한 사람들만 모여있다보니(그렇다고 전회사 사람들이 스마트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업계에서 스마트한 인재들이다)  '쟤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른단 말이야?' 라는 인식이 들까 서로가 피하는 것 같다(고 나만 느끼는 걸수도 있다). 또한, 팀원들의 성향 그리고 회사 분위기 상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해서, 어떤 질문을 던져도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은 누군가 섣불리 나서서 답해주는 편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답변이 달리는 데 시간이 걸리거나, 무응답으로 남겨진 경우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건 내가 부족하다보니 더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일부 커뮤니케에션 방식이 나에게는 날카롭게 다가와서 질문하기 주저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업무하는 데 생각도 많아지고,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도 늦어졌다. 성격이 급한 나로서는 이 부분을 타개하고 싶었다. 그리고는 내가 생각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했다. '모르면 어때, 배우면 되지.', '영어 좀 못하면 어때, 모국어도 아닌데 이 정도 커뮤니케이션하는 거면 괜찮은 것 아니야?' 우리가 외국인이 한국말로 문법이 틀리더라도 문장을 구사하면 너무 신기해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듯, 조금 더 내 안의 강박관념을 내려놓기로 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아 아직도 잘 해내고 있지 못하다. 그래도 이게 그나마 'too shy'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마음 편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나 스스로가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나를 대했기 때문에 이런 강박에 갇힌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의견이 존중받아야 하듯이 내가 좀 더 내 의견에 편해질 수 있기를. 옳고 그름을 먼저 따지지 않고, 돈키호테처럼 누가 뭐라고해도 나의 주장을 펼칠 줄 아는 굳센 사람이 되기를 바라보며. 그래서 질문이 생길 때마다, 특정 담당자가 있지 않은 이상 공개 팀채널에 문의하려고 한다. 그때마다 두렵지만, 이걸로 인해 우리 팀 내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좀 더 많아지고, 서로가 좀 더 편함을 느낄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믿는다. 아직 영어 커뮤니케이션은 자신은 없는데, 이 부분도 익숙해지려고 나를 던져야 할 것 같다. 


+ 이 영상을 보고 미국이 너무 가고 싶어졌다. 사람이 한 단계 성장하는 데에는 환경을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하던데, 틀 안에 갇혀있는, 소극적인 사회에서 벗어나, 모두가 자기PR에 자연스러운, 미국에 가게 되면 나도 좀 더 '나대는 사람'으로 바뀔 것 같다. 실리콘밸리의 뛰어난 창업가, 억만 장자가 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물론 되면 좋겠지만). 그거보다 더 넓은 세계에서 NFT처럼 지금 앞서가는 기술들, 다양한 관점들, 세상이 돌아가는 것들을 배우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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