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씀 남편 그림
어렸을 때부터 음식 준비하는 엄마를 자주 도왔다. 나물을 다듬기도 했고, 양념을 건네기도 했고, 가끔 간을 보기도 했다. 시장과 마트에도 곧잘 따라다녔다. 자연스럽게 채소와 과일과 생선들의 이름을 익혔고 어떤 계절에는 뭐가 맛있는지 알게 되었으며 참외는 골이 깊을수록 달콤하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족들을 위한 요리를 혼자서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당시 화제였던 '꼬마 요리사'라는 요리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버섯 요리였는데 (이렇게 또 '연배'가 드러난다) 매우 서툴렀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준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나는 '요리'라는 '행위'를 제법 빨리 시작했고 꽤 친근하게 여겼던 것 같다. 완벽하게 계량을 하거나 순서를 따져서 재료를 섞는 것이 아닌데도 내 요리가 꽤나 먹을만한 이유는 오랜 시간 축적된 이런 편안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