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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한 Feb 09. 2023

제가 멘토라구요?

신입사원 피지컬 & 멘탈 트레이닝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입사원이 대거 채용되며 우리 조직에 대량(?) 투입되었다.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하고 입사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라떼는 말이야) 대부분의 기업들은 대규모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았기에 나는 나와 같은 시기에 입사한 얼굴 모르는 동기가 수백 명에 이른다. 심지어는 그룹사 통합으로 진행된 신입사원 입문교육 덕분에 지금도 내 카톡에는 얼굴도 잘 기억 안나는 그룹사 동기들까지 수두룩 빽빽하다. 그렇게 입사한 수백 명의 내 동기들은 자신이 지원한 큰 틀의 '직무' 안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업무'를 하는 부서로 뿌려지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 특히나 우리는 본사 인재채용팀 주관으로 채용이 진행된 시기에 입사를 했기 때문에 나를 뽑는 사람도 내가 앞으로 하게 될 일에 대해 잘 모르고 나 역시도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가늠하지 못한 상태에서 채용 과정을 진행했었다. 돌이켜보면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채용방식은 전형적인 주입식 교육의 연장선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정형화된 채용의 형식(자기소개서, 기술면접, 인성면접, 영어면접 등)에 누가 더 스마트한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형태였다고 볼 수 있다. 인원이 필요한 조직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인재상에 가까운 사람이 뽑히는 제도였던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면서 채용 방식 또한 많은 변화가 있다. 각 실무팀 주관으로 '상시 채용' 형태로 팀장급 이상 관리자들이 직접 채용에 나선다. 말하자면 우리 팀에서 일할 사람을 팀장이 직접 뽑는 형태로 채용이 진행된다는 얘기다. 채용의 규모는 줄어들었을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와 같은 방식은 팀원을 뽑는 팀장의 입장에서도, 입사를 원하는 취준생 입장에서도 상당히 효율적인 제도인 것 같다. 업무량 증가, 프로젝트 추가 등으로 인원 보강이 필요한 팀에서 자체적으로 채용을 실시하기 때문에 필요한 인재상은 과거 공채시절 대비 명확하게 정의하고 채용 절차가 진행된다. 취준생 입장에서도 내가 함께 일할 팀장과 진행되는 면접에서 입사 후 맡게 될 업무에 대해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동시에 꼰스러운 팀장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면접장에서는 면접관도 면접자도 가면을 쓰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 요즘 진행되는 상시 채용의 형태는 합리적인 것을 추구하는 MZ 세대가 잘 이용하기만 한다면 입사 후 마음 맞지 않은 사람과 엮여서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지 않을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라고 볼 수도 있겠다.




느닷없이 신입사원 멘토가 되었다.


작년에 이어 많은 신입사원이 내가 속한 조직에 채용되었고, 그중 한 명이 우리 팀으로 배치가 되었다. 우리 팀에는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두 그룹이 있는데 작년에 우리 그룹으로 신입사원이 들어왔고, 올해 들어온 친구는 반대쪽 그룹에 배치가 되었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같이 일을 하게 될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메일을 한통 받았다. 센터장님 지시사항으로 각 팀별 '인재'를 멘토로 선정하여 신입사원의 즐거운 회사생활과 조직 적응을 도와주라는 것. 그렇게 나는 반 강제(?)로 우리 팀의 인재로 선정되었고, 내 업무 리스트에 '신입사원 멘토링' 한 줄이 추가되었다.


모든 일에 있어 누구에게나 처음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는 신입사원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회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모든 일들이 낯설고 누구에게 어떻게 배우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회사생활의 격차가 벌어지기도 한다. 내 신입사원 시절을 떠올려 보면 내가 처음 만났던 '사수'는 상당히 엘리트였다. 사람 좋은 건 당연하고 일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남달랐던 분이어서 내가 따라가기 벅차다고 느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반면 얼마 안 가 조직이 바뀌는 바람에 사수가 바뀌어 가장 오래 일했던 두 번째 사수는 스타일이 좀 달랐다. 쉬엄쉬엄 대충대충 하는 것 같은데 그 분야에서 알아주는 전문가였던 케이스로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는 그분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물론 적성에 맞지 않고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나는 팀을 옮기긴 했지만, 옮겨온 팀에서도 일하는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무작정 많은 일을 열심히 하기보다는 효율성에 포커스를 두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일을 조금 더 쉽게 하려고 한다. 회사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일이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기에 덜 중요한 일은 쳐내고 더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쏟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처음에 누구에게 배우느냐에 따라 회사생활을 대하는 태도가 결정될 확률이 매우 크기 때문에 멘토로서의 부담감이 막중하다.




피지컬 트레이닝과 멘탈 트레이닝


피지컬  : 업무를 하는 데 있어 필요한 기초 스킬 (문서 작업, 업무 시스템 사용, 회의 진행 등)
멘탈 : 인간관계 스트레스 관리, 조직 적응

회사원으로서 성장에는 피지컬 트레이닝과 멘탈 트레이닝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중에 나는 멘토로서 멘탈 트레이닝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설정하고 관련 내용을 팀원 모두에게 메일로 공유했다. 메일에는 내가 정의한 회사원으로서의 피지컬 & 멘탈 트레이닝을 설명하고 멘토링 활동은 멘탈 트레이닝에 집중하겠으니 피지컬 트레이닝은 신입사원이 속한 그룹 선배님들께 도와 달라는 내용과 상무님 이하 팀원들께 협조를 구한다는 말씀을 담아 정중히 공지하였다.


메일을 보낸 후 퇴근 직전 신입사원이 속한 그룹의 최고참 선배님으로부터 회신이 왔다.

'멋지다. 최대리의 긍정적인 멘탈이 항상 부러웠는데 그 멘탈 그대로 신입사원에게 전수해 줘라'

이 메일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그분은 일이나 사람에게 칭찬을 하시는 경우가 흔치 않은 소위 '츤데레'인 분인데 그런 분에게 저런 메일을 받으니 내가 회사 생활은 나쁘지 않게 하고 있구나를 실감할 수 있어 뿌듯했다. 사실 내가 실질적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저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 실무는 선배님들이 좀 도와주시고요, 저는 신입사원이 우리 팀 사람들과 어색하고 불편하지 않게 얼른 적응시키는 쪽으로 멘토링 활동을 해보겠습니다 정도였는데, 갑자기 부담이 되기까지 할 정도다. 돌이켜보면 나를 처음 신입사원으로 맞이한 과거 내 선배들도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을지 싶다. 나 조차도 지금 내 앞가림하기 바쁜데 웬 풋내기가 갑자기 멘티로 나타나니 어찌할 바를 잘 모르겠는 심정이기도 하다.




팀 선배를 잘못 만난 내 몇몇 동기들을 보면 하루하루 출근길이 고역이고, 어쩌다 점심이라도 같이 먹는 날이면 점심시간 내내 팀원들 욕하느라 입에 침이 마르지 않는 인간도 있다. 요즘 세상에 아직 그런 꼰대가 존재한다고? 싶은 인간들과 매일 같이 일하는 동기도 있다. 한편으로 나는 꼰대다운 꼰대를 아직 만나보진 못한 것 같아 운이 좋은 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회사사람들 욕을 안 해본 건 아니다.) 나의 멘티가 회사라는 조직을 너무 어렵게 보지 않고 또 일이라는 것이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줄 계획이다. 그 친구 입장에서 훗날 돌이켜 봤을 때 최대한이라는 인간을 멘토로 만났던 것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번 신입사원 멘토링 활동을 통해 직장인 최대한 역시 많은 성장을 이루어 낼 것이다. 내 앞가림하기 바쁜 일상 속에서 누군가를 케어하고 이끌어 주는 경험을 통해 인간관계를 대하는 태도를 한층 더 성숙하게 발전시킬 것이다. 나아가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어떤 곳에서든지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있어 좀 더 유연해지는 내가 되길 바란다. 훗날 회사에서 벗어나 내 사업을 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이번 경험이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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