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캠핑 후 느낀 나의 나약한 직장력!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지속되던 1월 어느 주말, 가족들과 '혹한기 훈련' 타이틀을 걸고 캠핑을 다녀왔다. 날씨가 날씨인 만큼 등유도 가득 싣고 만발의 준비를 하여 떠난 이번 캠핑에서 문득 나의 회사생활을 돌이켜보게 된 계기를 알게 되어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 삼아 적어보고자 한다.
이번 캠핑은 앞서 짧게 언급했듯이 혹한기 훈련이 주제였다. 작년 말, 회사 내 내가 속한 조직의 리더십이 대거 교체가 이루어지고 새로 들어온 리더십을 대응하기 위해서 올해 1월은 정말 감당하기 벅찬 업무량과 그에 수반된 스트레스로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에 이르렀기에 스트레스 해소와 더불어 내가 너무 나약해지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이번 캠핑을 다녀와서 깨닫게 된 부분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나의 상황을 나조차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명목상으로는 방학이라 나태한 초딩과 예비초딩을 질타하며 너희들의 나른해진 생활 태도를 다잡기 위해 간다는 말도 안 되는(?) 엄포와 함께 출발한 캠핑이었다.
군생활 시절, 나는 두 번의 유격 훈련과 한 번의 혹한기 훈련을 경험했는데, 전역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 와서 다시 돌이켜봐도 둘 중 뭐가 힘들었냐 묻거든 지체하지 않고 혹한기 훈련이라 단언할 수 있다. 그만큼 이런 날씨에 야외에서 하루를 버텨내고 해가 떨어진 저녁부터 그다음 날 동이 트기까지 살아남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이 말씀이다.
반면에 군인의 혹한기 훈련과 비교하자면 당연히 캠퍼로서의 동절기 캠핑은 낭만이 한 스푼 얹어진, 어쩌면 호화스럽기까지 취미라 할 수 있겠다. 전기장판부터 난로에 두터운 패딩까지.. 추위를 방어할 수 있는 각종 장비들과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먹는 어묵탕 한 그릇은 그야말로 사치에 가까울 지경이다.
추위를 이겨내고 강인한 정신력을 가져야 한다고 떠들어댄 게 무색하게 나만 추위에 떨고, 낮에는 한없이 피곤함이 몰려와 그 추운 와중에 벌벌 떨며 낮잠을 잤고, 저녁 먹고 나서도 오래 놀지 못하고 제일 먼저 곯아떨어진 나약함의 결정체가 되어 패잔병처럼 캠핑 짐을 정리한 일요일 아침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번 캠핑에서의 기억을 적어보고 있는 지금, 위 세 줄 밖에는 기억에 남는 것도 없는 것을 보니 낮잠을 참 많이도 잤다는 게 새삼 다시 와닿는다.
춥고 피곤했던 주말을 지나 다시 쌓인 업무를 쳐내기 위해 월요일에 출근하여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문득 지난 주말에 왜 그리도 피곤했는지, 왜 그렇게 저기압이었는지 불현듯 떠올랐다. 업무는 많고, 똑같은 업무와 반복되는 지시사항의 이행, 그로 인해 마무리하지 못하고 숙제만 잔뜩 받고 금요일 퇴근 후 떠난 주말 캠핑이니 주말 내내 답답했던 것 같다.
회사 스트레스를 집에 가져오지 말자. 퇴근과 동시에 업무는 잊어버리자. 매번 다짐하지만 그게 이번에는 아예 지켜지지 못했고, 주말 간 회사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쉬면서도 나도 모르게 업무 압박에 시달린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월요일에 또다시 격무에 시달리고 오래간만에 매우 늦은 시간에 집에 들어와 와이프와 맥주 한잔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그제야 풀어지는 긴장감과 스트레스. 주말 내내 저기압이었던 이유에 대해 공유하고, 회사에서 받고 있는 압박감에 대한 상황 설명. 즐겁게 떠들며 마신 맥주와 더불어 아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니 결국은 이 또한 즐겨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아 본다.
아래 3가지 질문에서 하나라도 YES 할 수 있다면?
1. 다른 데서 지금 받는 보수를 받을 수 있는가?
: 적어도 아직까진 능력이 안된다.
2. 상사에게 들이받기를 시전하고 '아몰랑' 해버릴 수 있는가?
: 동방예의지국 소시민으로서 형님들 말에 거역하기란 쉽지 않다.
3. 나 하나 편하자고 같이 일하는 동료한테 내 일까지 떠넘길 건가?
: 전우를 등지겠다고? 못하겠다 아직은.
고민해 보자. 몸값 올리기든, 그냥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놈으로 살든 든 방법은 나오겠지.
다만 아직 나는 저 세 가지 질문 중 YES라고 말할 수 있는 질문이 없다. 그러면 어떻게? 즐겁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