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또다시 강제 기상을 당했다.

유쾌하지 않은 미라클 모닝

by 최대한
1월 어느 날 새벽 2시
쿵쿵쿵쿵, 호다닥호다닥

또다. 오늘도 어김없이 녀석들이 새벽잠을 설치며 안방으로 건너오는 소리다.


나는 잠귀가 매우 매우 밝은 사람이다. 매일 아침 출근을 위한 알람은 진동으로 설정한 지 언제인지 기억도 못 할 만큼, 전날 찐하게 회식을 한 후에도 스마트폰 진동 단 한 번에 번뜩 일어날 만큼 잠귀가 예민하다. 그런 나이기에 녀석들이 작은방 침대에서 내려오는 순간부터 잠에서 깨어 호다닥 뛰어오는 소리와 안방 침대에 올라 부스럭 거리는 소리, 코 훌쩍이는 소리 등등을 안 들으려야 안들을 수가 없다.

이런 나를 닮은 건지 우리 집 1호 녀석 또한 잠귀가 예민하다. 100일이 채 되기도 전에 통잠을 자주던 효심 깊던 아이는 어디로 가고 매일밤 안방으로 건너와 나를 강제로 기상시키고 불침번을 세우는 불효자식(?)이 되어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미라클 모닝을 당했다.


1호의 이런 버릇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새벽에 뒤척이다 잠에서 깨면 엄마 곁이 생각나 안방으로 달려오는 것이다. 녀석도 나의 예민함을 알기 때문에 쿵쾅대며 복도를 스프린트 하여 안방 침대를 향해 다이빙을 뛰던 녀석이 이제는 그나마 살금살금 움직여주긴 한다. (이게 오히려 더 쉽게 나를 깨우는 무빙인지 녀석은 꿈에도 모를 거다.)

문제는 2호. 1호와 다르게 2호는 한번 잠들면 누가 들처업고 나가도 모른다. 그랬던 2호도.. 요즘은 새벽 레이스에 동참하고 있고, 이 녀석은 새벽 레이스 입문자라 1호가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움직임이 크고 시끄럽다. 그런데 더 약 오르는 건 2호는 다이빙 후에 세상 사람들 다 깨워놓고 본인은 바로 쿨쿨 잠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즘 우리 집 상황에서.. 오늘의 미라클 모닝은 퀸사이즈 안방 침대에 우리 부부 둘과 초딩 2명이 자리싸움을 하며 유쾌하지 않은 기상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체감상 20분여를 자리싸움으로 옥신각신하며, 아내와 2호는 세상모르고 잠들어버리고 예민보스 나와 1호만 맑은 정신으로 마지막까지 싸우다가 결국에는 그만 꼼지락 거리지 말고 자자는 나의 질타에 터진 1호의 울음. 훌쩍이는 녀석을 달래며 엄마와 함께 작은방으로 떠난 후에도 잠이 도통 오지 않아 뒤척이다 잠든 게 5시쯤. (1시간 반을 풀로 불침번 근무를 한 것이다.)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울려오는 스마트폰 진동. 여느 때와 진동 패턴이 다르다. 본능적으로 직감한 지각.. 다행히 카풀을 하는 동료가 친절히 깨워주고 기다려준 덕분에 무사 출근은 가능했지만, 원치 않은 불침번과 그로 인한 늦은 기상, 늦은 나를 기다리는 카풀 멤버들까지.. 그야말로 최악의 아침이었고, 이런 나의 출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했던 죄 없는 아내에게 짜증을 쏟아내고 나오니 출근길 공기가 아주 매섭다.


그날 저녁 식사시간
아.. 맞다 초딩이었지.

출근길 쏟아낸 짜증에 대한 미안함과 매일밤 겪고 있는 강제 불침번에 대한 고통을 가족회의로 정리해 보고자 치킨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

그간 새벽에 제발 좀 움직이지 말라고 했던, 반 협박을 섞은 지시에 가까운 어투를 잠시 내려두고 이번에는 완전히 다르게 접근했다. 지난 새벽 우리 가족이 겪은 고통과 아빠가 아침에 느꼈던 참담함에 대해 담담하게 고백하는 어조로, 이제는 새벽에 안방에 오면 우리 가족 모두가 편히 잘 수 있게 엄마아빠 침대 옆에 너희들을 위한 매트리스와 이부자리를 마련해 놓겠다는 나의 부탁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나는 표정으로 "응! 좋아!!"를 외치는 2호, 대답 없는 1호.. 대답을 듣고 싶어 재차 물으니 역으로 아빠가 밑에서 자면 되지 않냐며 역으로 공격(?)을 해온다.

벽에다 얘기하는 게 이 기분일까. 협박도, 부탁도, 간절한 애원도.. 그 무엇도 통하지 않고 그저 본인은 밤에 깨면 무서우니 가족들이야 잠을 설치든 말든 엄마 품이 필요하단다. 더 이상 왈가왈부 할 힘도, 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저 와이프와의 눈빛 교환을 끝으로 가족회의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전전두엽 이론

비통하다. 애석하다.

부모는 아이와 소통할 충분한 지성과 의사소통 능력이 발달된 전전두엽을 탑재하고 있지만, 이 시기 아이는 아직 미성숙한 전전두엽(보통 18~21세 전후로 완전히 성숙한다고 한다.)을 가지고 부모와 논리적인 의사소통을 할 준비가 덜 되어있다.

관점을 바꾸어 아직 젊고 혈기 왕성한 자식 입장에서는 잘 성숙된 전전두엽을 활용하여 나이 든 부모와 소통하고자 하지만 노년기에 접어든 부모는 이미 전전두엽이 퇴화를 시작하며 논리적 의사소통에 일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돌입하였다.

전전두엽 이론을 통하여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어쩌면 부모와 자식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애초에 할 수 없는 그러한 생애 주기를 부여 받고 맺어진, 참으로 비통한 관계일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니.. 그저 사랑으로 아이를 대하고 이 악물고(?) 넓은 아량으로 감싸 안아줘야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한다. 나의 불침번 동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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