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기뻐했던 것이 3년이 지났다.
활발히 글을 쓰고 종국에는 '퍼스널 브랜딩'의 완성형으로 가는 메인 창구 역할로 '브런치'를 써먹어보고자 했었던 초기의 각오는 온데간데없이 흐지부지 되었던 나의 브런치를 되살려야겠다.
사실은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23년 12월, 회사에서 또 한 번의 한계를 맛보았고 그로 인한 깊은 빡침과 번뇌, 깨우침 등등으로 인해 2024년도 한 해는 조금은 다른 내가 되고자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 그 다양한 시도들 중에 하나가 바로 글쓰기였는데 그 좋은 도구를, 나를 바꾸고 조금 더 성장하는 내가 되기에 아주 적절한 도구인 글쓰기를 그간 속세가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지냈던 것이다.
그런데 바삐 달려온 2년여의 시간도 잠시. 여전히 조직 내에서 나의 역할은 한정적이고, 내가 이 큰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까지 나는 아직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필요한 '미생'일 뿐임을 작년 연말에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닫게 되면서 나의 은밀한 취미인 '글쓰기'를 꺼내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이다.
2025년 한 해는 나의 짧지만 긴(?) 회사 생활을 통틀어 나름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말 즈음이 되어 1년여의 고생은 어디로 가고 나는 또 한 번의 패잔병이 되어 씁쓸한 고과 성적표를 받아 들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또다시 강제로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나야 뭐 이제 고작 만 10년이 갓 넘은, 비로소 회사가 뭐고 사회가 뭔지를 깨달아가는 아직 젊디 젊은 일개 과장이라 그렇다 치자. 그러나 내가 경험한 현실은 각종 중요한 의사결정 협의체를 이끌고 회사에서도 '임원'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호사들과 명예를 한껏 누리던 선배들이 힘없이 퇴임 통보를 받고 짐 싸들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나는 종국에도 닿을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위해 현실을 희생하며 아등바등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엄습해 왔던 것이다.
다시 한번 절실히 절감한다. 직장인은 한계가 명확하다. 진급자 명단에서 제외가 되어도, 내 노력에 걸맞지 않은 고과 성적표를 받아도, 그간 해오던 일과 전혀 다른 업무에 배치가 되어도, 극단적으로 당장 내일부터 회사에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더라도 개인으로서는 조직에 대항할 방법이 전무하다.
그러니 나는 다시 글을 써야겠다.
거창하게 '작가'로서 이 사회를 이겨내 보겠다는 큰 다짐은커녕 그럴만한 능력도 나에게는 없다. 그저 나의 글쓰기를 앞으로 '목적'이 아닌 '도구'로서의 역할로, 내 삶을 조금이라도 풍요롭게 채우는 역할로 활용하고자 한다. 단언컨대 나는 글쓰기가 최고의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본다. 기쁜 일, 슬픈 일, 화나는 일, 씁쓸한 일 등등..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적절히 써 내려가며 '캄다운' 용도로 나의 브런치를 활용해 보고자 한다.
소위 '똥글'이라 불리는, 정말로 감정 쓰레기통 밖에 안 되는 그런 글보다는.. 나와 같은 처지의 직장인들에게,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런 글을 써 보겠다고 다짐을 해 보며.. 물론 그간 내가 했던 활동들을 돌이켜볼 때 이 마음이 언제까지 유지가 될지는 나 조차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니 "1일 1 글을 쓰겠습니다", "활발히 소통하겠습니다"라는 다짐은 하지 않겠다. 그러한 족쇠(?)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핑계를 마지막 문장에 적으며, 어쨌든간 다시 글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