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스며드는 계절
짧아서 너무 아쉬운 봄, 행복감의 절정을 주는 봄이 왔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뭐냐고 물으면 늘 망설임 없이 여름이라고 답하던 사람이었다. 뜨거운 햇살, 길어진 낮,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그 분위기가 좋아서 여름을 좋아했다. 아니 여름은 여전히 좋아한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봄이 오면 기분이 한껏 들뜨는 나를 발견한다. 특별한 일도 없는데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고 1년 중에 유일하게 한껏 단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봄을 더 좋아하게 됐나 보다.
봄이 왔다는 건 늘 비슷한 방식으로 느껴진다. 한 번쯤 목이 아프고, 몸이 계절을 따라가지 못해 잠깐 앓고 나면 어김없이 봄비 소식이 들려온다. 그리고 그 비를 지나고 나면 어느새 길가에는 꽃이 피어 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때서야 비로소 ‘아~ 올해도 봄이 왔구나’ 하고 실감하게 된다.
겨우내 말없이 버티던 가지 끝에서 연둣빛이 돋아나고, 메마르던 땅 사이로 작은 새싹들이 고개를 내미는 순간들. 그 조용한 변화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생명의 기운이 담겨 있다.
봄이 좋다. 봄에만 느낄 수 있는 설렘이 있고, 봄만이 품어내는 햇살이 있고, 새로 움트는 생명의 활기와 같은 봄만의 에너지가 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딱 그 사이의 평온함 같은 것. 그 미묘한 공기가 예민 투성이인 내 마음까지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 같다.
그렇게 겨울 동안 잔뜩 움츠렸던 마음이 조금씩 펴지면서 봄에는 괜히 새로운 마음이 생긴다. 괜히 더 잘 살아보고 싶고,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예전에는 여름이 주던 열정이 좋았다면, 지금은 봄이 주는 설렘이 아주 조금 더 좋다.
계절 취향도 어쩌면 나의 변화와 닮아 있는 것 같다. 요즘의 나는 뜨겁게 타오르는 것보다 천천히 스며드는 것에 더 끌린다.
그래서 봄이 더 좋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계절이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을 가장 많이 흔들어놓는 계절.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이 봄을 조금 더 오래 느끼고 싶다. 더 자주 걸어보고, 더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이 계절이 지나가기 전에 지금의 이 설렘을 충분히 누려보자. 짧디 짧아 아쉬운 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