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를 다룬 책
OTT 업계 1위인 넷플릭스는 독특한 기업 문화로 유명하다. 지금 인턴을 하고 있는 회사도 넷플릭스와 비슷한 문화를 지향하는데, 그래서인지 입사할 때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를 소개하는 <규칙 없음>이라는 책을 받아 읽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1) 최고 수준의 인재에게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해준다. 만약 어떤 사람이 더 이상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퇴직금을 두둑이 주고 다른 사람을 고용한다.
2) 완전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서로에게 한다. 그 사람간의 관계가 뭐가 됐든 중요하지 않다. 업무나 협업에 도움이 될 만한 피드백이라면 무엇이든 이야기해야 한다.
3) 직원들을 억압하는 통제를 최대한 없애라.(휴가, 출장, 경비 규정 등)
권위적이고 딱딱한 보통의 회사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규정인데, 어떻게 이런 파격적인 규정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 한 번 살펴보자.
p.12
넷플릭스의 컬처 데크를 모두 보고 난 뒤, 나는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남성적이고 대립적이며 노골적으로 호전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소 기계적이고 합리주의에 편향된 견해를 가진 엔지니어가 만들 법한, 그런 종류의 기업을 반영하는 문서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 모든 생각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었다. "넷플릭스는 유별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 내가 인턴으로 일하는 회사는 꽤나 독특한 사내 문화를 가지고 있다. 몇 가지만 꼽아보자면,
1. 복장 완전 자율(맨발에 슬리퍼 신고 와도 됨)
2. 퇴사자 발생 시 퇴사 사유를 전 직원에게 공지
3. 대표가 '회사는 가족이 아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 그래서 전체 회식이 따로 없고, 팀별 회식만 3개월에 한 번 정도 함
이 정도인데, 오늘 이 책을 읽어보니 넷플릭스의 기업 문화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넷플릭스는 대체 왜 이런 기업 문화를 구축했는지,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일반적인 회사들이 규정과 통제 절차를 마련하는 이유는, 일처리가 미숙하고 프로답지 못하거나 무책임한 직원들을 다루기 위해서다. 애초에 이런 사람들을 채용하지 못하거나 내보낸다면 그런 규정은 필요가 없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인재들로 조직을 꾸리면 거추장스러운 통제 장치가 필요 없어진다. 인재 밀도가 높을수록 직원들에게 허용되는 자유는 더욱 커진다.
-> 직원들의 수준이 높을수록, 사소한 걸 지적하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우수한 인재만을 채용한다. 지금이야 회사가 워낙 유명하고 좋은 평이 많으니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지원하겠지만, 과거 규모가 작고 미래가 불확실했을 때 어떻게 뛰어난 인재들을 채용했는지 궁금해진다.
빠르고 혁신적인 직장은 소위 말하는 '비범한 동료'들로 구성된다. 다양한 배경과 견해를 가지고 있는 비범한 동료들은 재능이 뛰어나고 창의력이 남다르며 중요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글과 긴밀히 협력한다. 이 첫 번째 점이 확실하게 자리 잡지 않으면, 다른 원칙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 중 가장 큰 건 바로 좋은 직원들인 것 같다. 조금이라도 팀과 맞지 않으면 바로 퇴직시켜버린다고 하는데, 그들이 이런 팀 문화에 얼마나 확신을 갖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제게 불만이 있으면 직접 말씀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뒤통수치지 마시고요!" (중략)
나는 서로에게 정직해지기로 한 우리 두 사람의 서약을 사무실에도 적용해보기로 했다. 직원들 모두가 자기 생각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하게 독려했다. (중략) 솔직한 피드백은 사무실의 성과를 새로운 차원으로 밀어 올렸다.
-> 느끼는 게 많은 구절이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솔직한 피드백을 하기 힘들어한다. 갈등이 생기는 게 싫어서, 그들이 상처받을까봐 등 이유는 가지가지다. 하지만 결국 불만이 쌓이면 드러나게 되고, 그때 생기는 갈등은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불만 때문에 쉽사리 해결할 수 없다. 얘기하기 힘들더라도 즉각적인 피드백을 서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먼저 훨씬 더 어려운 쪽을 택할 것을 추천한다. 즉 직원들이 상사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게 하는 것이다. 상사가 주는 피드백은 그 다음이다. 솔직함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직원이 먼저 상사에게 진심 어린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 우리 회사도 자유로운 피드백을 장려하는 분위기인데,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위계 질서나 직급은 없지만, 그래도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인턴이 직원에게 피드백을 주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무적인 피드백을 끊임없이 요청하는 팀원들을 보고, '이래도 되는구나' 싶어 마음이 열렸던 것 같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업무를 나아지게 할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바로바로 얘기를 꺼낸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놓으면, 확실히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요즘 같은 정보 시대에 중요한 것은 어떤 성과를 내는가이지, 몇 시간을 근무하는가가 아니다.
-> 성실함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다. 그 땐 업무 시간을 얼마나 많이 썼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술의 발전으로 창의성이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시간을 무작정 많이 투자하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해지게 되었다. 결국 중요한 건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닌, '어떤 성과를 냈는지'이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행동이며, 사람들은 그의 말이 아닌 행동을 듣는다.
-> 리더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로 배웠다. 휴가를 쓰도록 독려하려면 우선 리더부터 휴가를 가야 하고, 다녀와서 휴가 이야기를 더욱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아랫 직원들도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규정을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보려고 열심히 머리 굴리는 사람들이 있다. (중략) 규정이 있다고 해서 꼭 돈이 절약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 친구가 다니는 회사의 저녁 식대는 15000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든 그 금액을 맞추려고 억지로 뭐든 더 시킨다고 한다. 규정이 돈 절약에 도움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장 간단한 사례인 것 같다.
내 목표는 직원들이 자신을 회사의 주인으로 여김으로써 회사의 성공을 위해 자기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크기를 늘린 것이다. 막상 회사의 기밀을 공개하고 나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성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직원들이 더욱 현명해진 것이다. 고위 중역들만 접할 수 있었던 정보를 말단 직원에게도 알려주면, 그들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여 일을 더욱 능률적으로 하게 된다.
-> 회사에 자신이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회사의 기밀들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직원들에게 책임감과 주인 의식을 갖게 만드는 넷플릭스의 전략은 꽤나 똑똑한 것 같다. 물론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들만 모았기에 가능한 전략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해고하면 모두가 그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니까. 그럴 때 그 이유를 쉽고 솔직하게 설명한다면, 수군거림도 멈추고 신뢰는 두터워진다.
-> 우리 회사는 퇴사 사유를 항상 전체 공개한다. 이직이든, 건강이든, 불미스러운 사유든 전부 다!! 처음에는 되게 신기했는데, 생각해보면 깔끔하게 공개하니까 뒷말이나 소문이 나올 일이 없어 좋은 것 같다. 직원들에게 비밀이 적은 회사가 좋은 회사라는 생각을 했다.
리더나 롤 모델의 미덕은 겸손이다. 성공했을 때는 조그맣게 얘기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라. 하지만 실수했을 때는 직접 분명하고 큰 소리로 말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알고 당신의 실수를 타산지석으로 삼게 하라. '잘한 일은 작은 소리로, 실수는 큰 소리로' 말하라.
->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치부를 감추고 싶어하고, 공은 크게 얘기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렇게 살다 보면 좋은 관계를 맺기가 힘들다. 자기 자랑만 하고, 약점은 숨기는 이를 좋게 볼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나중에는 실수도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큰 사람이 되어야겠다.
베팅했지만 소득이 없을 때는 가능한 한 빨리 문제를 바로잡고 그로 인해 얻은 교훈을 논의한다. 이런 창의적인 사업에서는 빠른 복구가 가장 좋은 모델이다.
-> '아이디어를 내고 최대한 빨리 실행한다.' 우리 회사의 모토이다. 일단 간소하게 시도해서 되면 확장하고, 안 되면 빠르게 접어서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행운은 시도하는 자에게 온다.'는 말이 있듯이, 이렇게 하면 성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에서도 어떤 게 안 될 이유를 찾기보다는, 작게나마 도전해보자. 사소한 도전이 삶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
베팅한 일이 실패했을 경우엔 전말을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그것도 자주 언급해야 한다. 상사들도 실패한 베팅에 관해 상세하게 알고 싶다는 입장을 부하직원들에게 분명히 밝혀야 한다.
->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해서 쉬쉬하고 넘어간다면, 그때야말로 진짜 실패가 아닌가 싶다. 실패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이를 통해 다음 일을 성공시킨다면 실패가 아닌, 성공을 위한 과정이 될 것이다.
실패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가 아니고는 혁신적인 문화를 기대할 수 없다.
-> 도태되지 않으려면 변화해야 하고, 변화를 위해선 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사업인 것 같다.
일반적인 업무에서는 조건부 보너스 지급 방식이 통할지 몰라도, 창의적인 업무에서는 효과가 없다. 오히려 성과만 떨어트릴 뿐이다.
-> 적당한 제약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된다지만, 이건 다르다. 좋은 아이디어로 보너스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매몰되면 오히려 창의성이 억제되기 때문이다. 대신 넷플릭스는 기본금을 엄청나게 많이 준다 하는데, 참고할 만한 지점인 것 같다.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다.'
-> 입사할 때부터 대표에게 귀딱지 앉도록 들었던 말이다. 여기는 '일만 잘하면 되지' 느낌으로 일 외에 최대한 사람들이 엮이지 않게 한다. 전체 회식도 없고, 직원의 생일 같은 날에도 반차를 줄 뿐, 따로 챙겨주지 않는다. 이런 회사와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친 회사 중 무엇이 좋을까?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갈리는 것인지, 아니면 확실한 정답이 있는지 궁금하다.
프로스포츠팀은 높은 인재 밀도의 좋은 비유다. (중략) 우승팀이 되려면 모든 포지션에 최고의 선수가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한다.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르거나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한 쫓겨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면, 요즘 사람이 아니다.
-> 넷플릭스는 회사가 가족이 아닌, 프로스포츠팀처럼 운영되길 바란다. 유대감과 신뢰가 있지만, 자기 몫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과감히 내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고의 팀이 되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엿볼 수 있었다.
p.364
반면 맥락만 짚어주는 방식은 좀 더 까다롭지만, 실무진에게 상당한 자유를 주는 프로세스다. 상사는 실무자의 업무 활동을 감독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팀원들이 훌륭한 결정을 내려 일을 끝낼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실무진 각자의 의사결정 근육이 튼튼해져 이후로도 좀 더 나은 결정을 독자적으로 내릴 수 있다.
-> 리더십은 크게 통제의 리더십과 맥락의 리더십으로 나뉜다. 맥락의 리더십이 최대한으로 발휘되려면 높은 인재 밀도, 그리고 혁신을 바라는 태도가 필요하다. 큰 자유를 주는 만큼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번 데이원 활동을 돌이켜보면, 활동에서 받았단 자유만큼의 결과값을 내진 못한 것 같다. 처음으로 학생이 아닌 인턴의 신분으로 했다 보니 퇴근 후 사람들의 기록을 읽어보는 것, 꾸준히 독서 기록을 하는 것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준 높은 글들을 보고, 바쁜 와중에도 한 달에 한 권 이상씩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건 역시나 데이원 덕분이지 않았나 싶다. 여력이 된다면 앞으로도 데이원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다.
넷플릭스의 사내 규정은 언뜻 보면 매우 파격적이고 다소 비인간적인 것 같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다 타당한 이유 하에 세워진 규정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규정들의 효용은 넷플릭스가 이룬 수많은 성과들로 증명되었다. 나중에 원할한 협업이나 소통이 필요할 때, 조직을 운영해야 할 일이 생길 때 이 책의 내용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