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고사로부터 얻은 깨달음
12월 말부터 밀리의 서재를 시작하면서,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삼국지연의 10권을 정주행을 끝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이를 읽고 깨달은 점 5가지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삼국지의 대표적 인물인 조조, 유비, 손권의 목적은 중국 통합, 즉 천하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위로는 싸움에 나설 장수와 모사, 병사들이 있어야 하며, 아래로는 백성들이 그들을 지도자로 인정해야만 비로소 천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유비, 조조, 손권은 항복한 장수, 모사들을 극진한 예의로 대접하였고, 민심을 안정화시키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유비는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삼고초려까지 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더라도 대업을 이루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뛰어난 인물의 자질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을 포섭하는 능력일지도?
삼국지를 보면 정말 많은 장면에서 고사나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인용하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많다. 당장 예시가 기억나진 않지만, 여러 상황들을 보면서 역시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고, 때문에 과거의 일일 뿐이라고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사건들만이라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알았다. 뛰어난 인물일수록 전투, 심지어 전쟁에서 져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단지 다음에 뭘 해야 할지를 생각할 뿐이다. 삼국지에서 일희일비하지 않은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조조일 것 같은데, 조조는 원소와의 세력다툼 당시 수많은 전투에서 패배했지만 굴하지 않고 원소를 이겨 세력을 엄청나게 넓혔고, 적벽 대전에서 100만 대군을 잃는 참패를 당했지만 살아남아 결국 삼국 중 위나라를 가장 강대한 국가로 만들 수 있었다.(결국 위를 이어받은 진나라가 삼국을 통일했다.)
지금 당장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낙담하거나, 원하는 대로 됐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자. 미래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삼국지를 보면 훌륭한 지도자일수록 공정하고 확실하게 상벌을 내렸다. 전투에서 이기면 일개 군졸들에게도 확실히 상을 줬고, 자신이 아끼는 장수나 모사더라도 경우에 따라 확실하게 벌을 주었다. 여기의 대표적인 예가 제갈공명의 읍참마속인데, 마속이 전략적 요충지인 가정을 잘못된 판단으로 빼앗기자 울면서 마속을 처형한 것이다. 참고로 공명은 마속을 본인의 후게자로 생각할 정도로 아껴왔다.
이렇게 공정하고 확실한 상벌은 아랫사람들로 하여금 규율의 엄정함을 알고, 지도자가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신뢰를 줘 사기와 충성심을 돋와주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 따라서 사사로운 정 때문에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리기보다는, 항상 공정하고 확실한 상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삼국지를 보다 보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인데도 입이 방정이라 제 명에 죽지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세 치 혀를 잘못 놀렸다 허저에게 맞아 죽은 허유, 본인의 용맹을 과신하여 여러 번의 배신을 거듭한 끝에 결국 목매여 죽은 여포, 오의 왕인 손권을 개라며 무시하고 아랫사람들을 모질게 대하다 죽은 관우 등은 모두 당대의 이름난 모사나 무장이었지만 화를 피하지 못했다.
따라서 항상 자신을 낮추는 겸양의 태도를 보이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추천할 때까지는 말을 아끼는 것이 좋아 보인다. 삼국지에 단골 멘트 중 하나가 '신이 비록 재주 없으나'인 것으로 보아, 당시 사람들도 이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엔 그저 재미로 읽기 시작했던 삼국지였는데, 읽으면서 정말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래서 이 사람이 역사에 이름을 남겼구나.' 같은 생각들을 하면서 나 자신이 한 뼘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는 싶은데 너무 내용이 무거운 책은 싫다면, 삼국지를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는 것도 좋은 선택지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