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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천 Jan 23. 2023

진리란 무엇인가

싯다르타

  얼마 전에 연말 결산을 위해 지금까지 읽었던 책 목록을 쭉 살펴봤는데, 고전 소설이 단 하나도 없는 것을 발견했다. 마침 독서 모임에서 책 교환식을 했고, 덕분에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주인공 싯다르타의 '진리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그는 훌륭한 가문 태생의, 모두가 우러러보는 현인이었지만 정작 자신은 그 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다. 항상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수많은 경전과 가르침들 사이에서도 그 해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안락한 고향을 떠나 모험을 떠난다. 그는 사문이 되어 별다른 거처 없이 몇 년을 보내다가, 도회지에 들어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면서 속세에 정착한다. 속세에서 사치와 향락에 젖어 있던 그는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그 길로 강가에 있는 뱃사공과 함께 살면서 삶의 이치를 통달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수천 번이나 그는 자기 자신의 자아를 떠났으며,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비아의 경지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러한 길들은 비록 자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통하기는 하지만 그 끝은 언제나 자아로 되돌아오는 그런 길들이었다.


-> 2022년을 정리하면서 썼던 글에 나는 이런 구절을 넣었었다.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다.' 싯다르타에도 이런 내용이 드러난다. 싯다르타는 끊임없이 배움과 수행을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공허함만 남고, 결국 불완전한 자신으로 돌아옴을 깨닫는다. 앞으로 그가 어떻게 진리를 찾아 나설지 궁금해진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구별이 되는 별다른 존재라는 이 수수께끼, 내가 싯다르타라고 하는 이 수수께끼만큼 나를 그토록 많은 생각에 몰두하게 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나 자신에 대하여, 싯다르타에 대하여 가장 적게 알고 있지 않은가!


-> 우리는 친구, 지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비교적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정작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쉽사리 정의 내리지 못한다. 나로 살아온 지 25년짼데 아직도 자기소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못 찾겠다면 부끄러운 걸까?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져야겠다. '나는 누굴까?'


아무도 다른 사람에 대하여 그 사람이 스스로의 인생행로에서 얼마만큼 나아간 경지에 있는가를 감히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는 없네. 도둑과 주사위 노름꾼의 내면에 부처가 깃들어 있고, 바라문의 내면에 도둑이 도사리고 있으니 말이야.


-> '사람은 안 바뀐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나도 그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구절에 따르면 사람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방법을 통해 내면의 부처를 일깨울 수 있는 걸까? 책에 따르면 남의 가르침은 의미가 없고 개인이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매우 극소수의 사람만이 바뀌는 것 같다.


그렇지만 설령 당신이 아들 대신 열 번을 죽어 준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그 아이의 운명을 눈곱만큼도 덜어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 싯다르타는 자기 자신만이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의 아들은 자신과 같은 고생길을 걷지 않길 바란다. 이 모순적인 태도가 부성애인 걸까?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니, 정말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라면 그가 어떤 길을 걷든 존중하고, 스스로 헤쳐 나오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걸까? 자식이 생긴다면 크게 고민이 될 것 같다.


"혹시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스님은 지나칠 정도로 구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구도 행위에 너무 매달린 나머지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요?"


-> 어떤 목표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그 외 다른 것을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평소라면 쉽게 볼 수 있었을 해결책을 찾지 못하기도 하고, 집중했는데 오히려 더 능률이 떨어지는 역설이 발생하기도 한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 수많은 깨달음들을 놓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열린 자세로, 항상 여유를 갖고 살라고 하나 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 다닐 수도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를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 (중략) 내가 깨달은 최고의 생각이란 이런 거야.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진리나 깨우침은 오로지 나만이 얻을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가르칠 수 없다.'인 것 같다. 작가의 고뇌와 사고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나도 같이 나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인생에서 공허함을 느끼거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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