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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 Max Oct 25. 2018

동남아는 임팩트 중#2.
임팩트 투자의 확산과 과제

Impact Investing in Southeast Asia 2017

요새 동남아의 (소셜)벤처와 임팩트 투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동남아는 큰 시장 규모, 높은 경제성장률 및 낮은 평균 연령 등으로 인해 시장으로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빈부격차 심화, 정치적 불안정, 급속한 고령화, 환경오염 등 사회-경제-환경적인 문제점들 역시 커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동남아의 환경은 임팩트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사회적 기업가들에게는 큰 기회다. 특히 IT기술 등을 활용하여 사회-경제-환경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창업가들에게는 할 일이 너무나 많은 상황이다. 한마디로, 수요는 큰데 사회 인프라가 부족하고, 사회문제는 심각해져 가는데 정부가 가난하거나 부패하는 등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웬만한 사업들이 모두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웬만한 스타트업들은 모두 소셜임팩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침, 2018 ASEAN+3(한중일) Social business Summit 행사에서 발표를 하게 되면서 The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 (GIIN)에서 발행한 보고서, '동남아에서의 임팩트 투자 풍경'(The Landscape for Impact Investing in Southeast Asia) 탐독했다. 이 보고서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동남아에서 이루어진 514건의 임팩트 투자와 100여 명 이상의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 등을 기반으로 동남아 지역 임팩트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이야기한다. 


해당 보고서가 동남아 지역 임팩트 투자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어놓는 이유는 2013년 들어 임팩트 투자의 금액과 건 수가 늘어나고 자금원과 투자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를 다음의 여섯 가지 항목으로 요약해보았다. (sopoong가 pre-seed round 투자자이자 accelerator 다보니 아무래도 관점이 한쪽으로 쏠려 있을 수 있음은 주의 부탁드린다.)


1. 급격히 증가하는 민간 임팩트 투자 

2. 부족한 초기 단계 투자자와 현지화라는 열쇠

3. 투자금 회수의 어려움

4. 혁신과 임팩트가 필요한 분야: 금융, 에너지, ICT

5.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지분투자 

6. 젠더 관점의 투자 확산




1. 급격히 증가하는 민간 임팩트 투자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민간 임팩트 투자자들(PII. Private Impact Investor)은 225개의 딜에 9억 달러(약 1조 원)를, 공공 개발금융기관들(DFI. Development Finance Institution)은 289개의 딜에 110억 달러(약 13조 원)를 직접 투자했다. 임팩트 투자는 2013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지역으로는 60% 이상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에 집중되어 있으며 금융 서비스, 에너지, 제조업 부문이 전체 금액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교육, 헬스케어, 인력개발 부문 역시 점차 성장하고 있다. 여전히 공공 부문의 투자가 동남아의 임팩트 투자를 주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민간의 임팩트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민간 투자와 공공 투자 모두 2013년부터 증가하는 양상이며, 투자 건별 평균 투자 금액도 증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동남아 지역의 임팩트 투자금은 대부분 북미나 서유럽의 투자자들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는데, 최근에는 지역의 패밀리 펀드나 고액자산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의 구성, 즉 자금의 출처가 다양해진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가치와 기준들이 존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기에 좋은 신호로 보인다. 또 지역 내의 임팩트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것 역시 원조나 시혜가 아닌 말 그대로 '투자'의 관점으로 볼 여지가 더 생기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리라. 


특별히, 동남아 임팩트 투자자들이 한 목소리로 투자할 만한 기업이 적다는 점과 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점은 주지할만하다. 딜 소싱도 어렵지만, 투자할 만한 기업을 찾아도 이들 기업의 지배구조가 적절하지 않아 투자하기 어렵다는 지점은 초기 액셀러레이터/인큐베이터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2. 부족한 초기 단계 투자자와 현지화라는 열쇠

대부분의 국가에서 50만 달러(한화 약 5.5억 원) 미만의 투자가 매우 희소하다. 대부분의 임팩트 투자자는 백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 이상의 거래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대부분의 임팩트 투자자들이 동남아 현지에 오피스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한다. 딜 소싱 및 투자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기회비용을 고려하여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는 거다. 각 국에 엔젤투자자들이 존재하지만, 기존 엔젤투자자들은 임팩트 투자에 관심이 없고, 실제로 인도네시아를 제외하고는 임팩트 엔젤투자자 네트워크는 거의 전무하다고 한다. 


민간과 공공 임팩트 투자 모두, 초기 투자 딜 수가 가장 적습니다. 오히려 기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설적으로 동남아의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서 초기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적다는 점은 씨드 투자자에겐 기회다. 1억 미만을 투자한 민간 임팩트 투자자들의 평균 투자액은 7만 달러(한화 약 8천만 원)였다. 


물론, 현지에도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및 지역 펀드가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파트너십이 소싱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현지에 지역 사무소를 두는 투자자들의 딜 소싱 숫자는 그렇지 않은 투자자들에 비해 2배 이상 많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현지화가 좋은 딜을 소싱할 수 있는 열쇠다. 


특히나 씨드 투자자와 액셀러레이터에게는 현지화가 필수적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동남아에서도 딜 소싱이 어렵기 때문에, 좋은 투자 딜일수록 경쟁적인 상황이 연출될 테다. 투자 금액이 적은 씨드 투자자들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박에 없기에 초기 단계 투자자일수록 동남아 현지에 인력을 직접 고용하여 사무실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3. 투자금 회수의 어려움

임팩트 투자 금액과 딜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전에는 임팩트를 고려하지 않았던 투자자들이 임팩트 중심의 펀드를 만들거나 투자 철학에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민간 임팩트 투자자들의 지분 투자 엑시트 사례가 거의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임팩트 투자의 엑싯 사례는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와 같은 일부 국가에만 국한되어 있다. 


부정적으로 보이지만, 이제야 임팩트 투자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는 단계이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 이리라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지분 투자의 회수 사례가 임팩트 투자에서는 드물다. 초기 단계부터 중기, 후기 단계의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세컨더리 펀드와 같이 VC들의 엑싯을 돕거나 M&A 시장 등이 활성화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동남아의 많은 임팩트 투자자들이 시장 수익률을 추구하며 기업 공개를 통해 회수를 목표로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주지하다시피, 임팩트 투자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투자금이 회수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투자와 회수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자금원을 갖춘 임팩트 투자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아직 생태계가 조성되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임팩트 투자자들은 자연스럽게 투자 시에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게 될 것 같다.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모두 고려한 투자를 집행하지만, 투자 회수는 재무적 가치가 좀 더 강조된 투자를 통해서 가능할 것 같다. 다행히, 현재 동남아 지역은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금용, ICT, 모빌리티, 공유경제 등의 영역에서 시장 가능성과 사회적 가치 창출 가능성이 모두 높은 상태다. 성공 케이스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 이리라 본다.  



4. 혁신과 임팩트가 필요한 분야: 금융, 에너지, ICT

동남아의 주요 투자 분야는 금융 서비스, 청정에너지 및 ICT 다. 특히 금융 서비스 부문은 민간 임팩트 투자액의 약 60 %를 금융 서비스가 차지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금융 서비스의 80% 이상이 마이크로파이낸스였으며, 중소기업/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이나 은행업도 임팩트 투자의 대상이었다. 임팩트 투자가 가장 활발한 국가 중에 하나인 베트남만 해도 은행 계좌를 보유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30%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태국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및 인터넷 사용률을 바탕으로 모바일 결제, 인터넷 결제가 급속히 확


민간 투자자들의 투자 분야. 금융 분야가 압도적이다.


민간 투자액이 두 번째로 많은 분야는 18%를 차지한 청정에너지로, 특히 필리핀과 태국의 태양광 발전 분야에 투자되었다. 투자 빈도로는 농업이 두 번째로 많은 분야였으나 투자 금액은 50 만 달러(한화 약 5.5억 원)에서 1 백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로 상대적으로 타 분야에 비해 적었다. 


공공 부문 역시 금융과 에너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금융 분야가 공공 투자액의 40%를 차지했으며, 역시 마이크로 파이낸스에 집중되었다. 특이한 점은 공공 부문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조 및 인프라 분야에 투자를 많이 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인건비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가 제조업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공 투자금의 투자 분야. 제조업이 눈에 띈다.  

 

최근 ICT 부분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보급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에 기존 산업, 예를 들어 금융, 에너지, 제조, 모빌리티, 농업 등과 연계한 ICT의 투자는 점점 활성화될 것 같다. 



5.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지분투자

민간 투자자들의 지분투자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년 간 대출과 지분투자 비율은 각각 55%와 45%지만, 2010년 이후로는 지분투자가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공공 투자는 반대로 대출이 85%로 압도적이다. 최근 공공 투자 역시 지분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평균 지분투자 규모는 대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가 벤처 투자에 비해 리스크가 더 낮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회수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따라서 투자 생태계 초기 및 자금의 많은 부분은 회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에 집중될 수 박에 없다. 하지만, 최근 민간 투자자들은 지분투자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지분투자의 확산은 창업자들이 부담과 리스트를 덜 껴안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으로 이어져, 창업이 더 촉진되리라 예상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 역시 임팩트 투자 회수 가능성을 점점 높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6. 젠더 관점의 투자 확산

동남아의 임팩트 투자자들 사이에 '젠더 관점의 투자(GLI, gender lens investment, 젠더 렌즈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 GLI는 젠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거나 투자 결정에 있어 젠더 편향성을 배제하자는 접근이다. 아직 GLI 투자자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인도네시아, 필리핀 및 베트남에서만 30개 이상의 딜에 4천만 달러가 GLI 전략에 따라 투입되었다고 한다. 동남아 지역은 성격차지수가 한국보다 낮다. 따라서 임팩트 투자 초기부터 GLI가 적용된다면, 한국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도 있지 않나 싶다. (참고로 세계경제포럼(WEF)의 2017 성격차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성격차지수는 144개국 중 118위로 필리핀(10위), 베트남(69위), 태국(75위), 캄보디아(99위), 중국(100위), 인도(108위), 일본(114위)보다도 낮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조사가 시작된 2006년(92위)보다도, 2016년(116위) 보다 더 떨어졌다.)

동남아의 GLI 전략과 현황. 여성 소유 및 대표자의 기업에 투자된 임팩트 투자 금액은 아직 적다. 




동남아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과제와 기회

보고서는 동남아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과제와 기회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서 제시하고 있다. 


생태계 과제

 • 임팩트 관련 중간 기관들의 낮은 지속가능성: 인큐베이터 및 퍼실리테이터, 자문 및 컨설턴트 등 임팩트 관련 중간 기관들이 충분한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종종 많은 기관들이 임팩트와 관련이 없는 사업들을 진행할 수밖에 없고, 점점 임팩트 드리프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 도시 지역 집중: 대부분의 임팩트 투자자/기관들이 대도시나 수도 지역에 집중되어있다. 이는 대도시 이외의 지역의 사회적 기업이 필요한 지원을 받거나 역량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임팩트에 있어서도 도농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 


 • 펀드 관리의 어려움: 펀드 관리자들을 위한 각종 지원 서비스가 부족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역량 저하로 돌아올 수 있다. 지역적 다양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펀드 관리자들은 지역 맥락을 고려한 교육을 펀드 구축과 투자 전에 꼭 받아야 하지만, 기회가 적다. 


 • 비즈니스 장애물: 동남아-아세안 11개 국가 중 비즈니스 하기 좋은 국가 100위 안에 드는 나라는 5개에 불과하다. 사업을 위한 인프라와 정책이 부족하여 종종 장애에 부딪힌다. 



생태계 기회 

• 사회적 기업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인식 :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여러 국가들은 이미 사회적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수립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임팩트 투자를 하기 위한 기업들도 더 늘어날 것이다. 


자선과 임팩트 투자가 연결되는 하이브리드 투자 증가 : 동남아 지역의 대부분의 개발 자금은 자선(philanthropic)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자선과 임팩트 투자자들을 연결하는 중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선과 임팩트 투자가 만나는 하이브리드 투자로 인해 임팩트 투자가 촉진되고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The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 (GIIN)의 2018년 보고서 다운로드

'동남아에서의 임팩트 투자 풍경'(The Landscape for Impact Investing in Southeast Asia)

https://thegiin.org/research/publication/landscape-southeast-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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