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Impact Enterprise Summit
지난 3월 말, 베트남에서 개최된 Impact Enterprise Summit에 패널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제가 맡은 세션은 FUNDING SOURCES FOR IMPACT ENTERPRISES 였습니다. 올해가 두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호치민에서는 가장 큰 임팩트 관련 행사였습니다. 행사가 완벽히 조직되고 운영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250여 명 정도가 모여 성황리에 진행되었습니다. 참여자의 대다수는 2030세대로 밀레니얼들의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사스케치 보러가기 --> https://youtu.be/hgcSlto2hmQ
이 행사는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 베트남 청년, Linh Le이, 2년 전 소셜벤처에 관심이 있는 주변 친구들을 모아 Seed Planter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베트남에서 VC로 일하며 자본이 사회적가치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되도록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이 그 배경입니다.
아직 베트남에는 소셜벤처와 관련한 생태계가 형성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먼저, 사람들을 모아내고, 그 뒤로는 직접 사회적기업가들을 육성해서 소셜벤처의 케이스를 만들어내고, 마지막으로는 직접 임팩트 투자를 하는 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습니다.
놀라운 점은 자본이 모일 때까지, 전문성이 충분히 쌓이기 전까지, 누군가 도와주기 전까지 기다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주변 지인들을 모았고, 모두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생각을 구체화해나갔습니다. 그 와중에 호치민에서 가장 큰 임팩트관련 행사도 성황리에 만들었고, 올해에는 처음으로 상근직을 채용한다고 합니다.
미팅에서 가장 관심을 보인 것은 sopoong가 소셜벤처들을 어떻게 육성하고 액셀러레이팅 하느냐는 점이었습니다. 자신들도 경험이 부족하고 아직 베트남의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들은 액셀러레이팅이라는 것에 익숙하지도, 투자에 대해서도 경험이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들도 마찬가지라서 프로그램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보내달라고 말합니다.
이들의 솔직하면서도 열린 모습을 보며 약 15년 전, 한국에서 막 사회적기업/소셜벤처가 싹을 틔웠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넥스터스, 인액터스(당시엔 SIFE), WISH등과 같은 대학생 그룹이 처음 등장했을 때가 중첩되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베트남은 2014년 기업법 개정을 통해 사회적기업을 정의하고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서 혁신을 이야기하는 많은 청년들이 해외에서 태어났거나 공부를 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는 김에 Patamar capital, Lotus Impact, CSIP, SeedPlanter 등과 같이 베트남을 대표하는 임팩트 투자기관과도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절반은 해외 자본으로 만들어진 곳이었고, 절반은 비영리이거나 베트남 분들에 의해서 설립된 기관들이었습니다.
자체 리서치와 동남아의 임팩트 투자 생태계를 아는 분들로부터 추천을 통해 미팅할 곳들을 추렸는데, 실제 미팅한 분들을 모두 행사장에서 마주치는 등 공교롭게도 이들 기관들이 모두 이번 행사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었습니다. 역시 어느 나라에서나 임팩트 투자 생태계는 작은 네트워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또한 투자 사례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투자회사들은 주로 1백만불 이상의 투자를 선호하고 있었습니다. 10년 간 비영리 활동을 해오다 10년 전에 사회적기업 지원/육성을 위해 설립된 CSIP같은 단체들은 여전히 재원조달의 문제로 Grants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었습니다. 베트남에 20~50K USD규모로 투자와 액셀러레이팅을 제공하는 플레이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키노트 스피커였던 CSIP의 대표가 Impact Business의 첫 사례로 한국의 마리몬드(Marymond)를 언급해서 놀랐습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는 사회적경제/사회적기업 선진국으로 꼽힌다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직 베트남에서 손에 꼽을만한 성공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출장길에 만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베트남에 오피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아직 IT등 sop가 관심을 가질 만한 기술 기반 소셜벤처들은 드물지만, 일반 IT기업들 중에서도 사회적가치가 큰 곳들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베트남처럼 급성장하는 곳,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빈부격차, 교육, 보건 등 많은 사회문제가 드러나는 곳에서는 꼭 소셜벤처라고 이름붙이지 않더라도 혁신이나 큰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셜벤처라는 개념에 대한 홍보와 지원이 명확해지면 모멘텀이 분명 생길 것이라 말합니다.
이번 출장길에 느낀 점들을 베트남의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 대한 GIIN의 리포트에서도 동일하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임팩트 투자자는 물론이고 케이스 자체가 적어 아직 걸음마 수준이며, 그마저도 1백만불 이상의 투자가 주를 이루어 소액투자자 및 액셀러레이터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결론은 베트남의 임팩트 투자 생태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초기단계 투자자들이 늘어야하고, 성공케이스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