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act Investing in Vietnam
지난 3월, 호찌민에서 개최된 Impact Enterprise Summit 2019 행사에 패널로 참여하게 되어, 베트남의 임팩트 투자 지형에 대해 The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 (GIIN)에서 발행한 보고서, '베트남에서의 임팩트 투자 풍경'(The Landscape for Impact Investing in Vietnam)을 탐독했다. 보고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베트남에서의 임팩트 투자는 이제 걸음마 단계로 성장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동남아의 벤처 투자처 중에서도 가장 핫하게 뜨고 있는 곳이다. 2010년 이래로 경제성장률은 6%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체 인구의 평균 연령은 30세(2015년 기준 30.6세)로, 60%에 달하는 인구가 30세 미만이다. 인근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의 평균 연령이 약 40세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베트남은 동남아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곳이다.
그러나 아직 임팩트 투자에 있어서만큼은 불모지다. 소셜벤처/사회적기업의 성공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소셜벤처/사회적기업을 창업하려는 경우도 아직은 드물고 임팩트 투자도 그만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 국내 자본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대다수의 임팩트 투자자는 해외 투자자들이며, 많은 경우 투자보다는 기부/자선의 형태를 띠고 있다. 약 50%에 달하는 임팩트 투자자들이 현지에 오피스를 두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1~2명의 스태프들만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딜 소싱과 실사 등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 간 창업 생태계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기업가정신이나 혁신의 토대나 문화가 아직은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가 2014년 기업법 개정을 통해 사회적기업 지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사회적기업 창업이나 임팩트 투자는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민간 임팩트 투자자로 활동해 온 곳은 10곳으로 조사되었고, 총액도 300억 원이 채 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임팩트 투자자들은 시장평균수익률을 추구한다고 답했다.
총 23개의 딜이 보고되었으며, 대다수 딜의 규모는 10억 원 이상이었으며, 1억 원 이하는 극소수였다. 같은 기간 정부 및 국제원조 기관들의 임팩트 투자 규모는 1.5조 원에 달해 대조적이다. 이 조사가 2007년부터 진행된 것을 염두에 두면, 한국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숫자이긴 하다. 2016년까지 한국 임팩트 투자의 규모도 500억 내외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 임팩트 투자 규모에 대한 자세한 건 다음의 링크를 참고)
해외 투자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현지화다. 임팩트 투자도 마찬가지다. 베트남 현지에 인력 및 오피스를 두고 있는 임팩트 투자자는 그렇지 않은 투자자에 비해 평균적으로 3배 이상의 금액을 투자했다. 중앙값을 기준으로 하면 투자 금액은 15배가 차이가 난다. 모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편차가 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유의미한 차이가 아닌가 싶다. 이 부분은 해외 투자자가 한국에서 투자를 하는데, 한국 인력 채용이나 한국 오피스 없이 적극적으로 벤처 투자를 한다는 것이 잘 상상되지 않는 것과 같다.
현지에 오피스가 있다는 것은 네트워크나 즉시성, 현지에 대한 이해도 등의 측면에서 좋은 딜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으로 현지에 오피스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고비용을 감당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딜 소싱에 있어 수반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좋은 딜을 발견했을 때, 대규모 투자를 하게 되는 경향성이 있는 것 같다.
대다수의 임팩트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자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투자를 선호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임팩트를 중심으로 하는 시드 투자자나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들이 설 자리를 어렵게 만들었다.
실제로 초 23건의 임팩트 투자 중에서 10만 불(한화 약 1.1억 원) 미만은 3건에 지나지 않았다.
딜 소싱이나 실사 등에 수반되는 비용이 높기 때문에,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해외투자자들은 이미 검증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큰 규모의 투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회수가 불투명하고 오랜 시일이 소요되는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단위에서의 투자는 드물고, 심지어 소셜벤처/사회적기업 액셀러레이터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도 sopoong를 제외하고는 정기적으로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로서 시드 투자를 해오고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의 상황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시드 단계를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자가 없다는 것은 베트남에 더 많은/좋은 소셜벤처/사회적기업이 탄생하기 어렵게 만드는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전에 동남아의 임팩트 투자 분석에서도 말했지만 역설적으로 동남아의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서 초기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적다는 점은 시드 투자자에겐 기회다. 돌려 말하면 sopoong 같은 회사를 베트남에 만들면 좋겠다...)
조사에 의하면 현지의 기업가들은 흔히 일반적인 투자 조건과 개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가와 외국인 투자자 간의 언어 장벽으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의 격차가 발생한다. 아직 현지 자본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많은 경우 해외투자자들이다. 따라서 외국 태생이거나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기업가일수록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되는 것 같다. 언어의 문제가 없고,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넓은 네트워크에 접근하고, 또 기업 구조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만난 벤처 창업가들의 경우 50% 이상이 외국 태생이거나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기업가들이었다. 아예 외국인들도 많았다. 이들 중 많은 수는 싱가포르에 지주회사를 두고 있었다.
ICT와 금융 서비스는 딜 숫자로는 30%였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60%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임팩트 투자가 금융 및 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또는 기술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에 이루어졌다고 보면 된다. 한편, 베트남은 여전히 농업 중심 국가로서 가장 많은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팩트 투자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농업혁신이 부족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2014년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회적기업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의거하여 사회적기업에는 법인세 감면 및 사회 기반 시설 사용, 토지 사용 우대, 토지 장기임대 등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사회적기업으로 등록이 되면 이익의 51%를 등록된 사회적/환경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투자해야 한다. 한국의 사회적기업들이 2/3를 재투자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더 완화되어 있는 숫자다. 물론, 이익을 재투자한다는 것은 벤처 기업들에게는 일반적이다. 벤처 기업들이 배당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벤처 기업은 사실상 대부분의 자금을 재투자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사회적기업의 경우에도 배당이 거의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제한 때문에 베트남에서의 사회적기업 등록이나 투자가 제한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보고서는 동남아 임팩트 투자 생태계의 과제와 기회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서 제시하고 있다.
생태계 과제
• 제한적인 정부 지원 : 베트남의 기업법은 '사회적기업'을 정의하고 일부 혜택을 제공하지만 특정 조항(51% 이상 재투자 조항)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임팩트 중심의 생태계 중개 기관이 임팩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을 개발하도록 촉진할 수 있지만, 현재 정부가 제공하는 모든 지원은 엄청난 보고서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현재는 매력이 없다.
• 운영 보조금 의존도 : 대부분의 임팩트 기관들이 국내 및 해외 기부자 및 기업으로부터 기부/후원 등을 통해 유지되고 있다. 낮은 재정 자립도 및 부족한 자본으로 인해 임팩트 투자 생태계 전체의 발전에 제한이 크다.
• 비 경제적 지원 및 조언 필요 : 사회적기업가들 외국인 투자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데에 필요한 언어를 비롯해서 비즈니스 기술/노하우가 부족하다. 따라서 멘토링이나 컨설팅 등이 필요하지만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그 마저도 부족하다. 초기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등이 부족한 것도 그 원인이다.
생태계 기회
• 임팩트 투자에 대한 큰 수요 : 임팩트 투자자가 거의 없기 때문에, 오히려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적극적인 활동을 한다면, 여러 기관, 조직들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딜 소싱 등의 파이프라인 및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 베트남 전역의 기업가정신의 확대 : 임팩트 투자의 대부분은 호찌민, 하노이 및 다낭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대도시 이외에도 관광과 농업 분야에서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여지가 크다. 이러한 모멘텀을 잘 활용하면 특정 분야에 전문성과 신뢰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The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 (GIIN)의 2018년 베트남 임팩트 투자 보고서 다운로드
'베트남에서의 임팩트 투자 풍경'(The Landscape for Impact Investing in Vietnam)
https://thegiin.org/research/publication/landscape-southeast-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