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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맥스 Max Dec 07. 2019

독점과 경쟁의 규칙

타다에 대한 생각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애초에 정부가 생기고 시장의 규칙을 만들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작은 정부, 큰 정부냐라는 이야기는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실패가 임계점에 달하면 자유주의가 고개를 들 수밖에 없고, 반대로 시장 실패가 드러나면 개입주의가 힘을 얻는다. 그렇게 정부의 개입주의와 시장의 자유주의는 서로 번갈아 집권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부나 시장이 누구를 위해 일하고 존재하느냐다. 어떤 집단이나 기업이 시장 내에서 과도한 영향력/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논의하는 것이 ‘독점과 공정, 경쟁’에 대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몇 일 전, 공정위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송사업법 개정안)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특정한 형태의 운수사업을 법령에서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경쟁촉진 및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의 입장을 지지한다. 경쟁과 독점은 규칙이 중요하다. 규칙은 중립적이지도, 영구적이지도 않다. 시대에 따라 바뀐다. 정부에 의해 규칙은 바뀐다. 문제는 어떤 특정한 정치와 역시 특정한 경제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고 규칙을 만들거나 제한하는 경우다.


솔직히 말해, 기업가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독점이 필요하다. 아니 기업가들은 독점을 지향한다. 위험을 무릎쓰고 창업이나 투자를 했는데, 손쉽게 경쟁사에 시장을 빼앗기게 되거나 아예 시장 자체가 사라진다면 그 누구도 창업에 뛰어들거나 투자하지 않을 거다.


독점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어느 한 집단이나 기업이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 문제다. 내가 타다를 지지하는 것은 어느 한 쪽이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만약 타다가 시장 내에서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그 또한 견제가 필요할 거다)


점점 극에 달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가 문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기존 택시업에 종사하던 노동자 및 자영업자들의 생계는 지속되어야 하고, 타다는 물론이고 새로운 모빌리티에 도전하는 기업과 집단들은 그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 저성장 시대에는 대화와 타협, 조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정치와 정부는 건설적 규칙을 만들어야 하는 역할을 책임있게 수행하기보다는 한 개인이나 한 기업의 문제로 몰고가서 불끄기에 여념이 없어보인다.


나는 개인적으로 큰 정부를 지지하는 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정치와 경제가 서로를 적절히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치와 정부는 어디까지나 그 독점, 공정, 경쟁이라는 규칙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대화도 타협도 통하지 않는 현 상황에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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