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노동자에서 시작해서 자영업자를 거쳐 폐업에 이를지도 모를 어느 삶
내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되었다. 지난 2년 동안 29%가 올랐다며, 소상공인협회는 총궐기를 예고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여파를 자영업자들이 그대로 흡수할 수 밖에 없는 현재 구조 때문인지 자영업자들에 대한 기사가 쏟아진다. 한국경제에서 '자영업자'에 대해 다룬 기사(자영업의 '비명'… 올해 100만곳 폐업)에 의하면 자영업자들의 폐업률 또한 사상 최고일듯 하다. 청와대에서는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소상공인들을 위해 결제 수수료 0%의 서울페이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소상공인들의 반발은 비극적이다. 최저임금도 못 버는 소상공인들과 최저임금에 의존해서 살아가야 하는 저숙련임금노동자들은 서로의 생존권을 놓고 부딪혀야 한다. 사실 최저임금은 모든사람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저임금 저숙련 노동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가깝다. 그런데도 자영업자들 역시 반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유는 자영업자들이 돈을 못 벌고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 가구의 빈곤율은 최근 임금근로 가구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것 같다.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현황은 어떤지 궁금하긴 하다. 자료를 찾아보고 싶은데; 어디서 찾아야 할지;;;;)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영세한고 하니 전체의 82%가 고용원이 없다. 즉, 1인이거나 혹은 고용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가족들이 고용인원으로 등록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배경이 청와대에서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고,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수수료율 0%를 내세운 서울페이를 만들겠다고 한 배경일 거다.
한국은 자영업자들의 나라다.
과거에도 그랬고, 당분간 그럴 것이다.
경제활동 인구에서 자영업자의 비율은 1980년대 약 30%를 최고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2015년에는 25.9%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현격하게 높은 숫자다.
경제활동인구 중 자영업자의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실제 자영업자의 수는 꾸준히 550만명 내외를 기록해왔다. (이 말인 즉슨, 임금근로자들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건데, 요건 어떻게 된 건지 다음 번에 고민해봐야겠다. 아마도, IMF이후 맞벌이 확산으로 인해 가정주부들이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면서 생긴 현상이 아닐까 하는데... 여성들이 저임금 서비스직 노동자료 대거 편입된 게 아닐까 하는 문제의식 및 추측으로 일단 마무리)
특히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자영업자들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거대한 경제위기 앞에 영세한 자영업자들 중 많은 수가 파산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다가 다시금 증가하여 그 숫자는 600만 명을 넘었다가 최근 다시 550만명 대를 회복했다. 비슷한 패턴이 2008년 리먼사태 이후에도 일어난다. 큰 폭으로 자영업자들이 감소한 것이다. 그런데 회복세는 예전만 못하다.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자영업자 비율은 점차 감소할 것 같다. (임금 근로 노동자들의 숫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폐업, 부도 등으로 인한 감소일텐데... 이 역시 큰일이지 않나 싶다. 자영업을 그만 둔 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입될 텐데....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이 부분도 나중에 더 공부/고민해 보는 걸로...)
앞으로 어떻게 될까?
자영업자들의 내부를 살펴보면, 20대, 30대 자영업자들의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50대, 60대 이상의 자영업 비중이 현격하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로 미루어볼 때, 기존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대안으로 자영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일자리 정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이상, 고령자들은 자영업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즉, 지금까지의 추이를 보면 대다수의 임금노동자들은 은퇴 후에 자영업자들이 될 거다. 우리가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건, 왜 지금까지 현 정부는 물론이고 이전의 정부들이 모두 자영업자들을 홀대했느냐 하는 거다. (이런 현실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도대체 왜?) 자영업자들은 전체 취업자 중에서 약 20~25% 정도를 차지해왔다. 노동인구의 1/4에서 1/5라고 생각하면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자영업자들이 고용하고 있는 344만명(2014년 기준)을 더하면, 그 비율은 노동인구의 1/3에 해당한다.
자영업자들은 지금까지 임대차보호법, 카드의무사용제, 카드수수료 조정, 가맹비 및 가맹조건 협약 등 많은 것을 주장해왔지만 어느 하나도 제대로 수용된 것이 없는 것 같다.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한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폐업률이 늘어나는 것을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단순히 도식해서는 안될 것 같다. 창업자 숫자가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폐업자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아래의 좌측 표를 보면 2013년 이후 정부의 적극적 창업 지원 정책으로 창업 숫자는 역대 최고를 매년 경신했다. 신규 창업자 누적 효과가 이제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또 절반 이상의 자영업자들은 3개월 미만의 준비 기간을 갖고 창업한다. 경험도, 경쟁력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라 폐업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지난 2년 간 비현실적인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는데 노력해온 정부가 이제는 자영업자들도 챙겨야 한다고 깨달은 건 참 다행이다. 청와대가 비서관을 늘리는 것 자체가 제왕적 대통령제와 직결된 것이라는 비판은 차지하고최저임금이나 카드결제수수료, 임대차보호법 등 자영업자와 관련된 정책은 전국민의 1/3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정책이고, 정부는 진작에 자영업을 신경썼어야 했다.
그런데 서울페이와 같은 접근은 우려가 크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해결책 이랄까?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평균 3%정도 되는 결제수수료를 깎아주겠다는 것인데, 자영업자들의 매출액 분포가 가장 많은 구간을 살펴보면, 서울페이로 인해 기대되는 추가 이익은 약 138만원이다. 적은 돈은 아니다.
문제는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갈지다. 자영업자들의 소득 증대로 이어질까?
답은 안타깝게도 아닌 것 같다. 자영업자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농림/어업 분야를 제외하면 도소매, 음식, 운수 업등의 비중이 가장 높은데, 꾸준히 오르는 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가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다.
큰 틀에서 인건비 상승은 막을 수 없다. 경제가 성장한다는 건 물가 상승을 수반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생활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생활비가 오르니 인건비를 올려달라는 요구도 높아진다. 저임금 노동자들을 해외에서 대거 받아들이지 않는 한 인건비 부담은 점점 올라갈 수 밖에 없고, 최저임금도 1만원 선에 수렴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최저임금 상승에 찬성한다. 중요한 것은 상승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거나 상쇄할 수 있는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임대료도 문제다. 특히 서울은 임대로 상승률이 높다. 임대료는 꾸준히 오르고 있고, 서울페이로 인해 3.5% 정도 증가할 자영업자들의 이익율은 잠깐은 그들의 호주머니에 머물겠지만, 빠르게 오르는 임대료가 그 모든 이익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즉, 서울페이는 취지와는 다르게 자영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울시장이 바뀌면 어떻게 될지도 알 수가 없다.
과도한 경쟁이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편의점만 해도 인구당 편의점 수가 2016년에는 일본의 1.5배였던 것이 2018년에는 1.7배를 넘었다. 편의점 뿐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진출해있는 분야는 국내의 여러 분야들처럼 지나친 경쟁이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자영업자들에게 필요한 건 '서울페이'가 아니라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으로 더욱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좀더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자영업자들에게는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도로 해주거나 비용을 감소시켜주거나 적은 소득이나마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안정성을 가져다주는 접근이 필요하다. 알다시피 매출을 더 올려주는 건 쉽지 않다. 소득주도의 성장의 결과로 임금노동자들의 소득이 올라가면 자영업자들의 소득도 증대되겠지만, 당장은 쉽지 않아보인다. 티켓몬스터, 그루폰 등의 접근들이 있었지만, 모두 치킨게임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 벤처쪽에서의 혁신적이라 부를 만한 접근들은 주로 자영업자들의 비용을 줄여주는 일에 집중한다. 키오스크 주문 방식이나 스마트폰/패드 주문-결제 등의 시스템을 통해서 인건비 절감 효과를 가져다주거나 식재료 배송을 체계화 및 고객구매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용을 낮춰주든지 하는 접근이다.
정부나 정책이 해야 할 역할도 크다. 예를 들면, 카드수수료 조정이나 불공정한 가맹 관행 등이 그렇다. 지나친 경쟁을 지양하기위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삼가고 대기업들에게 쏠려있는 영업이익 구조나 건물주 등의 과대한 지대(rent)수익을 통제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책적 접근, 혹은 최저임금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충격을 줄이는 접근은 매우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택시 자영업자들과 택배 자영업자들의 현실이 다르고, 음식업과 숙박업, 도소매업, 교육서비스업 등 각 업종/업태별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사실 자영업을 포함한 개업/창업은 리스크가 높은 일이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임금노동자들에 비해 낮은 것은 일정 부분 이해된다. 자영업자들과 임금노동자들 사이의 격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것이 문제다. 격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 격차가 언제 문제가 될 것인가 중요하다. 바로 지금이 그 시점으로 보인다.
열심히 일하고도 빈곤한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사회가 정상이 아니 듯, 임금 근로자들에 비해 하루 평균 2시간이상 일하고도 소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실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자영업자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임금노동자로 시작해서 자영업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삶이, 폐업으로 종결될 수 도있다.
자영업자들이 총궐기를 한다면, 그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가 아닐 것이다. 최저임금인상을 멈추라는 구호는 사실,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그 메세지를 잘 해석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멈추더라도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영업자들을 챙겨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 정책에도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눈 앞에 보이는 쉬운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큰 변화를 만들어내면 좋겠다.
(글을 쓰다보니... 서울페이만 비판하는 것으로 되어 버렸는데, 개인적으로 서울페이는 서울시에서 할 것이 아니라 카드사들이나 벤사들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제와 관련해서 자영업자들과 카드사 사이에 벤사가 존재하는 것이 한국의 굉장히 독특한 구조라고 하는 분석을 보았는데, 이걸 지금 바꿀 수는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카드사-벤사-자영업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전기세 누진세처럼 구간을 설정하여 수수료를 수취하거나, 총액 기준으로 다구간을 설정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싶다.)
P.S 공부하는 과정을 공유하고 또 고민하는 것들을 모아둘 터라 부정확하거나 날 것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토론의 여지가 있거나 반론이 있다면, 따끔히 조언해주세요.